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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법을 관찰하는 위빠사나명상-1 

기자명 일중 스님

철저히 내 본성 관찰하는 수행

위빠사나명상, ‘나’에 초점
몸·마음 작용에 대한 관찰
보이는 대상들뿐만 아니라
실상·진리 알고자하는 수행

신수심법 4념처 중에서 네 번째 법념처(法念處)를 다룰 차례이다. 법(法)을 관찰하려면 제일 먼저 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법에 대한 분명한 개념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법 관찰명상에 대해서 오해나 왜곡을 하지 않게 된다. 오래전에 누군가 필자에게 “스님, 법념처는 법계(法界)를 관찰하는 수행인가요? 아니면 부처님 가르침을 관찰하는 것인가요?”라는 질문을 했다. 법념처의 ‘법’을 법계로 해석하다니, 너무 멀리 나간 해석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 ‘법’이란 용어에 대해서 명확한 이해와 숙지가 진짜 필요한 이유이다.

법(法, Dhamma, dhamma)은 의미가 많고 다양한 문맥에서 다양한 용례로 쓰인다. 빠알리-한글사전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법의 의미를 나열한다. 1) ‘진리, 이치, (부처님의) 가르침 2) 상태나 성질 3) 사물, 현상, 현상세계 4) 원인, 조건 5) 정신의 대상 6) 관념, 개념, 생각, 분석적 지식, 철학 7) 정신적 태도, 마음가짐 8) 자연, 우주적 질서 9) 도덕, 당위, 해야 하는 것, 선한 행위’이다.

법념처 위빠사나명상에서 ‘법’에 해당하는 가장 적절한 의미는 다섯 번째 ‘정신적 대상(mental objects)’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적 대상이란 무엇인가? 안이비설신의 6근에서 여섯 번째 의근(意根)의 대상이 법이다. 즉 의식, 마음에 일어나는 모든 대상이 ‘법’에 속한다. 마음의 대상에는 물질적인 현상도 있고 정신적인 현상도 있다. 또한 생각이나 의도 등의 모든 진행 향상 과정들도 다 법에 속한다. 법은 마음의 대상으로써 물질적 정신적 현상들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럼 ‘대념처경’에서 제시하는 법념처 수행법들이 어떤 것인가 살펴보자. 

법념처 명상법은 다섯 가지이다. 첫째 오장애명상, 둘째 오온명상, 셋째 12처명상, 넷째 칠각지명상, 다섯째 사성제명상이다. 첫 번째 명상법인 오장애는 탐욕, 적의, 혼침과 게으름, 산란심, 회의적 의심이다. 이 장애 번뇌들은 수행자가 수행에 전념하지 못하도록 수행자를 훼방하는 정신적 번뇌들로 제거해야 할 법이다. 두 번째 오온은 색수상행식이다. 색은 물질로 이루어진 몸을 의미하고 수상행식은 정신적 작용들이다. 물질과 정신이 섞여 있는 오온은 수행자가 관찰해야만 할 법이다. 셋째 12처는 6근이 6경을 만나 6식이 일어나고 느낌과 인식, 의도들이 일어나면서 번뇌 족쇄들이 따라 일어난다. 그 번뇌 족쇄들을 여러 측면에서 마음챙겨 알아차리는 12처도 관찰해야 할 법이다. 넷째 7각지는 깨달음의 구성요소가 되는 마음챙김, 법의 결택, 정진, 희열, 경안, 삼매, 평온이다. 이 7가지 요소들이 활성화되면 수행자를 깨달음으로 인도하기 때문에 계발시키고 향상시켜야 하는 법들이다. 마지막 사성제는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 괴로움의 소멸과 괴로움의 소멸로 인도하는 8정도 실천방법이다. ‘고집멸도’라는 괴로움을 중심으로 한 여러 측면을 다루는 사성제는 깨달아야 할 진리와 법이다. 이렇게 법념처에는 물질과 정신 현상들이 혼합되어 있는 다섯 가지 명상주제를 다룬다. 그러니까 ‘대념처경’은 신념처의 호흡명상으로 시작해서 법념처의 사성제명상으로 완결되는 정교한 구조방식을 가졌다.

위빠사나명상은 우주를 관찰하는 명상도 아니고, 바이러스나 광물질을 관찰하는 명상법이 아니다. 위빠사나명상은 철저하게 ‘나(I)와 내가 경험하는 세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라는 존재가 무엇으로 구성되었는지, 몸과 마음, 물질과 정신은 어떻게 작용하고 진행되는지를 관찰한다. 어떻게 하면 장애를 극복하고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지 거친 단계부터 미세한 차원까지를 다룬다. 보이는 대상들만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의 본질과 본성, 실상과 진리를 알고자 수행하는 명상법이 바로 위빠사나명상이다. 

인간 붓다의 이런 가르침으로 인해 2500년 후대의 수행자들도 무명 속에서 벗어나 마음챙김과 알아차림을 가지고 깨어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명상과 함께하는 매 순간이 감사하다는 어떤 스님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모든 분들이 평안하시길, 행복하시길!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satiupekkha@hanmail.net

[1706호 / 2023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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