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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불교수행과 건강–존재양식의 삶에 따른 맑은 행복

싸띠, ‘코로나 블루’ ‘언택’ 극복하는 처방전

마음근육을 키워 정신적 스트레스 극복…핵심은 싸띠 수행
뇌과학 측면서도 싸띠 수행은 인지조절신경망 기능을 강화
‘알아차림’ 일상화되면 대상에 끌려다니는 마음 조절 가능

바쁜 일상에서도 단 몇 분이라도 ‘나’를 돌아보는 ‘존재 양식(Being Mode)’의 삶을 살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고, 쓸데없는 걱정으로부터 해방 될 수 있다. 
바쁜 일상에서도 단 몇 분이라도 ‘나’를 돌아보는 ‘존재 양식(Being Mode)’의 삶을 살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고, 쓸데없는 걱정으로부터 해방 될 수 있다. 

우리는 다양한 정보와 기술의 융합을 특징으로 하는 소위 제4차 산업혁명 사회를 살고 있다. 이런 사회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언텍(untact 비접촉)’이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직접 만날 필요 없이 원거리에서 일을 해결하게 된 것이다. 물건을 사러 시장에 가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해외물건을 구입하고, 화상으로 회의를 진행하며, 심지어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날이 도래하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더욱 빠른 속도로 도입되었고 어느덧 익숙해지고 있는 ‘언텍’은 분명 이전보다 편리한 사회를 만들기는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는 개개인을 고립시키고, 고립은 필시 외로움을 수반한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외로움이라는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는 ‘도구’ 하나 정도를 갖는 것은 필수가 되었다.

외로움을 수반하는 언텍 사회에서 관심을 끄는 것이 바로 불교수행이다. 불교수행은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마음근육, 마음탄력성, 마음에너지를 키우는 마음운동이기 때문이다. ‘수행’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은 모습을 떠올린다. ‘에이,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바쁘다 바빠.’ 우리는 통상 이러한 ‘추구 양식(Doing Mode)’의 삶을 산다. 쉽게 표현하면 ‘헐레벌떡 양식’의 삶이다. 하지만 하루 중, 단 몇 분이라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존재 양식(Being Mode)’의 삶을 살 필요가 있다. 이는 ‘나’를 돌아보고 성찰함으로써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고, 지금·여기에서 명료하게 깨어 있는 ‘현존(現存)’을 유지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으로부터 해방되고, 나아가 모든 사람·존재에 대한 자비로운 관심을 갖는 삶이다.

‘존재 양식’의 삶은 고결한 행복(Eudaimonic Wellness)을 추구하는 삶이다. 이는 탐욕을 벗어남에서 오는 출리락(出離樂), 욕망에서 멀리 떠남에서 오는 원리락(遠離樂), 평화로운 마음 상태인 적정락(寂靜樂), 올바른 깨달음에서 오는 정각락(正覺樂)이다. 

붓다는 ‘이러한 종류의 즐거움은 추구되어야 하고, 수행되어야 하고, 증가되어야 하며,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하셨다[맛지마니까야 139 무쟁분별경(無諍分別經), (MN139 Araṇavibhaṅga-sutta)]. ‘맑은 행복감’을 추구하라는 것이다. 반면에 추구양식의 삶은 쾌락적 행복(Hedonic Wellness)을 추구하는 삶이다. 감각적 쾌락에 의존하는 애욕락(愛欲樂), 부정락(不淨樂), 범부락(凡夫樂), 세속락(世俗樂)이다. 이는 ‘탁한 행복감’이다. 붓다는 이러한 종류의 즐거움은 멀리하라고 하였다[MN139]. 

자연환경, 음식, 생활습관, 정신활동 등 삶의 모든 요소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삶의 모든 요소가 유전자 표현에 영향을 준다. 태어난 후 삶의 과정에서 유전자 표현에 변화가 일어나기에 후성유전(後成遺傳)이라 한다. 나의 유전자는 ‘내가 지난 여름에 무엇을 하였는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성유전적 변이도 3대까지 유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로움, 심한 가난, 사랑하는 사람을 여읨, 만성스트레스와 같은 악조건적 삶에서 일관되게 표현되는 유전자들이 있다. 이 유전자들은 염증반응을 촉진하여 건강을 해치고,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유전자들의 표현을 줄이고, 항체 생성을 줄여서 면역력을 낮춘다. 심한 역경은 건강을 해친다는 뜻이다. 

흥미롭게도 최근의 연구는 고결한 삶은 염증을 촉진하는 유전자의 표현을 줄이고,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유전자 및 항체를 생산하는 유전자들의 표현을 증가시켰다. 반면에, 쾌락적 삶은 그와는 반대로 나타났다. 일시적인 즐거움을 위한 쾌락이 오히려 심한 역경과 같은 유전자의 표현을 불러온다는 뜻이며, 이러한 ‘탁한 행복’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붓다가 이것을 아셨을까, 감각적 쾌락에 의존하는 애욕락, 세속락은 멀리하라고 하였다.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마음 건강이 얼마나 취약한지 경험했다. 어울리지 못하고 물리적, 정신적으로 서로 간의 거리가 멀어져 외톨이가 되었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끝났지만 상처받은 마음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감소하고 있지만, 우울과 자살생각 같은 정신적 취약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 이은 ‘코로나 블루(Corona Blue) 팬데믹’이다. 

‘코로나 블루 팬데믹’과 ‘언텍’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불교수행은 훌륭한 처방전이다. 불교수행은 외로움, 불안감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마음근육을 키우기 때문이다. 다양한 수행방법이 있지만 핵심은 싸띠(sati, 알아차림)이다. 빨리어 sati는 염(念)으로 한역된다. 즉, 지금[今]의 마음[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싸띠는 드론과 같다. 드론을 띄워놓고 나의 마음과 행동을 관찰하여 실시간으로 나에게 알려주는 것이 싸띠의 기능이다. 수행을 위하여 꼭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을 필요가 없다. 앉아서(좌념), 걸으면서(행념), 그리고 생활 전반의 행위(생활념)에서 알아차림 수행을 할 수 있다. 행주좌와 어묵동정[行住坐臥 語默動靜] 언제든지 알아차림만 하면 훌륭한 수행이다.

싸띠수행은 싸띠(알아차림)를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들숨날숨 호흡수행’은 들숨과 날숨을 반복해서 알아차림하지 않는가. 길게 들이쉬면 길게 들이쉰다고 알고, 짧게 들이쉬면 짧게 들이쉰다고 알아차림한다[맛지마니까야 들숨날숨에 대한 알아차림 경(MN118 Ānāpānasati Sutta)]. 근육운동이 근육을 발달시키고, 에어로빅이 심폐기능을 발달시키듯 싸띠수행은 싸띠[알아차림] 기능을 발달시킨다. 뇌과학으로 보면 싸띠는 인지기능에 속하기에 싸띠수행은 인지조절신경망의 기능을 강화시킨다. 인지조절신경망이 강해져서 알아차림이 잘 되면 마음을 잘 조절할 수 있다. 예로서, 화가 일어남을 알아차림하면 화를 멈출 수 있다. 분노가 폭발하는 것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화가 올라오는 것을 아는 순간 화는 멈춘다. 우울과 불안도 마찬가지다. 나의 마음이 우울함을 알면 ‘어, 내가 왜 우울해 하지?’ 하고 빠져나온다. 그렇지 못하면 우울의 넝쿨에 사로잡히고 만다.
 
알아차림 힘이 약하면 마음이 대상에 끌려다닌다. 인식 대상이 만드는 표상에 휘둘리게 된다는 뜻이다. 누구나 살면서 괴로움을 주는 화살을 맞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붓다는 두 번째, 세 번째 이어지는 연관된 화살을 맞지 말라고 하였다[상윳다니까야 화살경(S36:6 Salla-sutta)]. 마음이 한 존재에 머무르면 그 존재에 휘둘리게 된다. 그 존재와 연관된 정보들이 연관신경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하나의 신경망이 활성화되면 이어지는 정보들에 대한 신경망들이 활성화되게 마련이다. 그렇게 하나의 대상에 마음이 머무르게 되면 필시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맞는다. 그러기에 머무름 없이 마음을 내어야 한다. 혜능 스님을 깨닫게 하였다는 ‘응무소주(應無所住) 이생기심(而生其心)’이다. 지금의 마음을 알아차림하면 마음이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수행으로 싸띠 힘을 키워야 하는 이유이다. 물론 궁극적 목표는 ‘깨달음’이다.

문일수 동국대 의대 해부학 교수 moonis@dongguk.ac.kr

[1706호 / 2023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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