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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불교용어와 꽁트의 만남

  • 불서
  • 입력 2023.11.28 13:21
  • 호수 1706
  • 댓글 0

불교지식꽁트
윤창화 지음/민족사/9500원

외래어 ‘꽁트(conte)’는 인생의 한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해 표현한 가장 짧은 글이다. 1970년대 유행했던 문학 장르 가운데 하나로, 단편 소설보다 짧은 글을 통해 사물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의미를 압축해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그런 만큼 그 속에는 기지·유머·풍자가 담겨있다.

저자는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불교용어를 꽁트라는 장르를 통해 설명했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언어로 불교의 개념을 풀어낸다면 막연히 어렵다고 느끼는 불교용어도 그 의미가 쉽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런 식이다. ‘무아’는 불교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이다. 세상에서 고정불변하는 것은 없기에 ‘나’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라는 실체가 있다고 느끼고 그것에 집착하면서 고통을 느낀다. 그렇기에 부처님은 ‘무아’를 고통을 여의는 첫 출발점으로 봤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무아’를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다. 

저자는 꽁트 형식을 빌려 무아에 대해 “혼이 나간 듯/ TV를 보고 있는 어린아이의 얼굴/ 나는 나의 존재를 잊었다. 망아(忘我)”라고 했다. 거기에 “백화점 명품 코너에서/ 화석이 되어 버린 아가씨/ 설마 죽은 것은 아니겠지?”라는 풍자적 표현도 곁들였다. 그러면서 저자는 “무아는 나란 없다는 뜻. 논리적 바탕은 오온무아. 제법무아이다. 오온무아란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색·수·상·행·식 오온에는 항구적인 실체로서 ‘나(我)’, ‘나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我空)는 의미다. 제법무아는 법공(法空)으로 나를 포함한 만물 역시 실체가 없다는 뜻이다. 또 무아는 아뜨만(ātman)을 부정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초기 경전의 주석서들에서는 대부분 ‘실체가 없다’는 뜻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사전적 뜻과 불교적 의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꽁트가 곁들여지면서 ‘무아’라는 개념을 이해하기가 한결 쉽다. 

‘선문답’에 대해서는 더 해학적이다. “간첩끼리 주고받는 암호/ 선의 수수께끼/ 선승들이 주고받는 깨달음의 대화다.” 일반인들에게는 ‘간첩끼리 주고받는 암호’처럼 들리는 선문답이 결국은 ‘선승들이 주고받는 깨달음의 대화’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꽁트다. 

이렇듯 저자는 불자들에게는 익숙한 용어지만 일반인들에게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98개의 불교용어에 대해 풍자와 해학이 깃든 꽁트를 통해 이해를 돕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불교가 어렵다기보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강원도 평창 출신인 저자는 1965년 오대산 월정사로 입산해 13년 출가생활을 했으며, 8년간 탄허 스님을 시봉하며 학문의 세계와 만났다. 1980년 불교전문 출판사인 ‘민족사’를 설립해 42년째 불교책을 만들어 내고 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706호 / 2023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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