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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성 담긴 ‘민화’, 한류 시대 ‘한국화’로 불려야”

  • 교계
  • 입력 2023.12.05 02:33
  • 수정 2023.12.05 15:50
  • 호수 1708
  • 댓글 1

12월2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
통도사 주최 포럼서 종정 성파 대종사 제안
‘한국화의 정체성-채색문화의 위상 재정립’ 주제

영축총림 통도사가 한국미술에 있어서 민화를 비롯한 채색화가 지니는 위상과 가치를 고찰하고 개념과 용어에 대한 재정립의 필요성을 밝히는 학술의 장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펼쳤다. 특히 이 자리에서 조계종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는 ‘민화’를 ‘한국화’로 부르자고 제안하며 미술계에 화두를 던져 주목된다.

통도사(주지 현덕 스님)는 12월2일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한국화의 정체성- 채색문화의 위상 재정립’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한국 채색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고 미래를 전망하며 민화를 포함한 채색화의 위상을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평소 시조, 한지, 옻칠, 천연염색과 더불어 민화 분야에도 많은 관심과 격려를 이어온 조계종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의 원력과 미술작가, 미술계 학자들의 뜻이 모여 오랜 준비로 개최된 것이다. 무엇보다 포럼에서는 전문가들이 민화가 지닌 가치를 여러 각도에서 조명한 것은 물론 ‘민화’라는 명칭과 개념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안해 의미를 더했다.

특히 개회사부터 종합토론까지 자리하며 각 주제발표에 몰입, 경청한 성파 스님은 종합토론이 끝난 뒤 발표자들과 청중 앞에서 ‘한국화’ 명칭의 재정립 필요성을 당부했다. 성파 스님은 “한류가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미술계만 한류가 없다는 생각을 해 왔다”며 “한글, 한복, 한식, 한지와 같은 용어를 예부터 사용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수립 이후 생긴 명칭”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무엇을 가지고 ‘한국화’라고 해야 한다는 정의를 당장 내릴 수는 없겠지만 세계 어느 미술계에서도 없는 장르며 독특한 우리 민족의 특성이 담긴 그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화’라는 명칭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유감”이라며 “현실적으로 민화를 그리는 작가가 우리나라 미술 인구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각 대학 평생교육원 과정도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점에서 앞으로 ‘민화’를 ‘한국화’라 부를 시대가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스님은 “단청장 혜각 스님께서는 불화의 초를 3000회 반복해서 베껴 그려본 사람이어야 비로소 불모의 길에 입문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민화도 많이 베껴 그리다 보면 새로운 창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백번 양보해서 ‘민화’가 ‘한국화’로 불릴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통도사 주지 현덕 스님도 개회사에서 “통도사는 불화 민화를 포함한 모든 채색문화의 보고”라며 “평소 우리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큰 관심과 올바른 길을 위한 원력을 가지신 종정 스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한국화의 정체성을 논하는 이 포럼이 한국미술이 발전하는 데 큰 기틀이 되길 바란다”고 의미를 전했다.

포럼은 총 3부에 걸쳐 진행됐다. 이영실 사단법인 한국민화센터 이사장이 사회를 맡은 1부 순서는 개회식에 이어 윤범모 동국대 명예석좌교수가 ‘한국 채색화의 현주소와 주체의식’이라는 기조발표를 통해 불화를 그린 ‘화승(畵僧)’을 조명했다.

윤 교수는 “민화 작가는 화원 계열과 민간 화가로 대별할 수 있으며 이 대목에서 비중있게 봐야 할 화가 집단이 바로 화승”이라며 “화승이 다루는 물감은 일반인이 함부로 다루기 어려운 채색 물감이었으며 통도사를 비롯한 사찰 건축물의 벽화에서도 민화의 직접적 원류를 발견할 수 있다. 여러모로 궁화 이외 민화로 불려온 상당수 채색화가 스님들의 작품이라고 판단된다는 점에서 이 그림들을 백성 민(民) 자의 민화라고 호칭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그림의 전통과 미래의 향방을 염두에 두었을 때 ‘민화’라는 용어는 국제 경쟁력이 없다”며 “다른 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우리 채색화를 현대화시켜 민화를 포함한 채색화를 한민족의 독창적이고 자생적인 회화, ‘한화(韓畵)’라고 부르는 것은 국제무대를 염두에 두면서 지향해야 할 우리 그림의 미래”라고 제안했다.

본격적인 주제발표에서는 미술 분야 전문가 8명이 참여해 여러 측면에서 민화의 가치를 고찰했다. 정병모 한국민화학교 교장은 ‘민화의 한국적 정체성’, 윤진영 한국학중앙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민화의 개념, 명칭, 장르의 문제’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점심 공양 후 유정서 월간 민화 발행인(동덕여대 겸임교수)이 사회를 맡아 2부 순서가 진행됐다. 정종미 전 고려대 교수는 ‘재료기법을 통해 본 한국화의 정체성’, 손영옥 국민일보 기자는 ‘채색화와 미술시장 – 채색화는 시장에서 홀대 받았는가?’ 베티나 조른 오스트리아 빈미술관 수석큐레이터는 ‘비엔나 벨트뮤지엄 소장품 19세기 한국민화’(통역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배원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중국 공필화의 정의 및 역사적 전개 – 채색화조화를 중심으로’, 최옥경 보르도몽테뉴대학 부교수는 ‘파리국립기메동양박물관 소장 이우환 컬렉션 – 민화라는 용어의 재고’, 마지막으로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 관장은 ‘한국화의 정체성과 민화박물관의 역할’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모든 주제발표가 끝난 뒤 3부 순서는 정종효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이 좌장을 맡아 청중과 발표자가 묻고 답하는 형식의 열띤 토론으로 1시간 넘게 진행됐다. 종합토론에서 참가자들은 한류 시대에 맞는 한국미술의 개념 및 용어 정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무엇보다 민화를 포함한 한국 채색화에 대해 화단, 작가, 학자, 컬렉션이 함께 연구와 논의를 거쳐 국제적이면서도 보편성을 지닌 명칭이 재정립되어야 한다고 뜻을 모으며 토론이 마무리됐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708호 / 2023년 12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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