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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억하고 실천할 건 “전법 합시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3.12.05 13:43
  • 수정 2023.12.05 13:51
  • 호수 1707
  • 댓글 0

해봉당 자승 대종사의 입적을 추모하며

해봉당(海峰堂) 자승(慈乘) 대종사(大宗師)의 갑작스러운 입적 소식을 접한 심정은 고통스럽고 비통하다. 사부대중의 크나큰 의지처이자 이 시대의 큰 스승이 한순간에 떠났으니 그 슬픔과 허전함은 말할 수 없이 깊고 크다. 

자승 대종사가 걸어온 여정에서 우리는 스님의 고뇌를 읽을 수 있다. 그 고뇌가 한국불교의 위상을 격상시켰음을 또한 새삼 알 수 있다. 제33·34대 총무원장(2009∼2017)에 취임하며 내 건 두 개의 슬로건은 ‘소통과 화합을 통한 불교중흥’ ‘자비와 화쟁으로 이웃과 함께’였는데 과감한 결단과 강력한 추진력으로 목적한 바를 모두 이뤄냈다. 중앙종회가 추도문을 통해 전했듯이 ‘사찰예산회계법’ ’사찰운영위원회법‘ 등 종법을 개정해 사찰재정 투명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아울러 승가복지를 구현하고 교구 중심의 종무행정을 펼쳤다. 총무원과 교구본사, 총무원과 중앙종회 사이의 소모적 갈등은 사실상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소통을 바탕으로 한 ‘중재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세종과 위례 신도시 포교에도 남다른 정성을 쏟으며 포교의 새 지평을 열어갔다. 

항상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아픔을 안았다. 총무원장 취임 하루 전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해 중재를 약속했고, 이웃 종교인들을 초청해 종교간 화합을 도모했다. 평양을 방문해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사회에 팽배한 노사갈등 중재를 전담하는 노동위원회를 발족시켜 사회적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기 위한 중재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노동자,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 지원을 강화했고, 세월호 참사 때는 팽목항에 임시법당을 마련해 희생자의 넋을 기렸다. 이러한 공로를 높이 평가한 정부는 영결식 하루 전인 12월 2일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1994 종단개혁’ 이후 처음으로 두 번의 총무원장 임기 8년을 모두 마친 자승 대종사는 설악산 무문관에서 정진한 후 2019년 늦가을 위례 허허벌판에 천막 법당 ‘상월선원(霜月禪院)’을 세웠다. 11월11일 선원의 철문을 굳게 닫고 ‘1일 1종식·하루 14시간 용맹정진’을 이끌었다. “수행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치열하게 정진하는 것만이 침체한 한국불교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해제 후 ‘삼보사찰 천리 순례’ ‘43일 1167km 인도 성지순례’ 등을 이어갔다. 출세간에서 세간으로 이어진 모든 길을 걷고 또 걸으며 “부처님 법을 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11월27일 기자회견을 자청해서는 “앞으로 10년은 대학생 전법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평생 발원해온 ‘불교중흥’을 성취해 가는데 결단코 멈춰 서지 않을 것이라는 대중과의 약속이었다. 현장에서 뛰는 지도자와 이를 후원하는 사찰도 희망과 의지를 갖고 활발하게 뛰어 이 대작불사를 멋지게 회향시켜보자는 제안이었다.

‘국난극복 자비순례’ ‘1167km 인도성지 순례’ ‘부처님 법 전합시다’ ‘전국 대학 불교학생회 창립’ 등은 탈 종교화 시대 불자 감소 등으로 위축되어 가는 교계에 큰 힘을 불어넣었다. 사부대중의 호응도 엄청나게 이어졌다. 2000년에 들어선 후 교계가 올 한 해처럼 역동적으로 활발히 꿈틀거렸던 적은 단언컨대 없었다.

그런데 기자회견 이틀 만에 칠장사 요사채에서 소신 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전했듯 열반을 향한 ‘거룩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선지식의 가르침을 구하는 대중에게는 비보로 다가왔다. 불자들의 가슴에 참담·황망함이 들어찼다. 그러나 우리는 그 비통함을 누그러뜨려야 한다. 스님이 남긴 열반송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를 되새기며 허전함과 고적감을 스스로 달래야 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스님이 유서를 통해 남긴 간절한 당부다.
“부처님 법 전합시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영결사를 통해 “대화상의 수행력과 유훈이 하나로 결정된 ‘부처닌 법 전합시다’라는 전법포교의 길을 함께 걸어갈 것”이라고 선언 했다. 사)한국교수불자연합회도 조의문을 통해 “한국불교 중흥의 맹약인 상월결사의 정신은 몸과 마음이 몹시 추운 오늘 이 순간에도 불자교수들의 마음 속에서 뜨겁게 살아 숨쉬고 있다”며 “전법의 싹을 키워 머지않은 날에 초록의 부처님 세상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자승 대종사는 인도 성지순례를 회향하며 짧지만 강렬한 일언을 전했다. “전법 없는 불교는 죽어가는 불교입니다!” 자승 대종사가 짊어졌던 ‘전법’은 이제 우리가 이 땅에서 실천해 가야 한다.

[1707호 / 2023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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