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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구할 것이 없는 자승 대종사

기자명 성원 스님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

인연과 함께 사라져간 자승 대종사의 임종게를 접하고 오랜 시간 먹먹했다. 많은 사람들이 정점에서 홀연히 모든 것을 내려놓으셨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 그동안 남의 말하기 좋아하던 사람들이 스님의 삶을 험담했지만 정말 이제는 자신들의 험담을 반성하고 참회해야 할 시간이 아닐까 싶다. 살아계실 때 사람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고, 수많은 사람들과 누구보다 수많은 인연을 맺어 오셨다가 홀연히 일체를 놓아버렸다. 

우리 사회에 스님의 임종을 두고 너무나 극명한 이해와 오해가 점철되고 있다. 스님의 마지막 길을 듣고 보고도 절대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에게 묵직한 화두가 되었으면 좋겠다. 평소 비판적인 사람들은 아직도, 조금도 이해하려 들지 않고 비난에 더 큰소리 내기에 급급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 사람 삶의 마지막 앞에서도 그 미움과 분노를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추한 사람이 아닐까? 살아계실 때의 비난은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비난과 비판이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그냥 뭔가 모를 분노와 증오심으로 무조건적 비난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든다. 그들이 스님을 향해 욕심이 끝이 없다고 욕했는데 다 비우고 떠난 사람을 보았으면 자신들의 오해를 참회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대중스님들의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하다. 안타까운 마음을 억누르기 힘들어하는 스님들도 많기는 하지만 대다수 스님들은 숙연하다고 표현해야 할까? 의외로 담담한 모습이다. 더구나 추가로 발견된 유서에서 밝힌 진솔한 심정을 보고 많은 스님들이 가슴 뭉클해 한다.

“우리 종단은 수행 종단인데 제가 여러 소임을 살면서 수행을 소홀히 한 점을 반성합니다. 결제 때마다 각 선원에서 정진하는 비구 비구니스님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존중합니다. 해제 때마다 많은 선지식들이 나와 침체된 한국불교를 이끌어 가주시길 서원합니다.”

정말 종단의 모든 소임을 다 보시고 마지막 나서는 길에 다하지 못한 수행의 아쉬움을 토로하시니 속환 사바 하시면 그 누구보다 투철한 수행자의 모습으로 돌아오실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총무원장 소임을 마치고 백담사 무문관에 들어가서 정진하신 일과 상월선원 천막결사야말로 어쩌면 스님께서 진정 가고 싶어 하신 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이 무문관 정진과 결사를 두고도 비난을 퍼부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 그 사람들은 스님께서 마지막으로 전하는 소리에 한 번쯤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며 참회해야 한다. 출가수행자라면 이제는 비난을 멈추고 수행의 고삐를 더 당겨야 할 것이다. 일생의 마지막에 즈음하여 수행하지 못함을 반성하고 연이어 열심히 참선 수행하신 스님들께 우리 한국불교를 이끌어 가 주기를 당부하니 일생토록 걸어가야 했던 사판승의 길이 얼마나 고독하고 힘겨웠을까. 이 유언을 잘 읽어보면 수행하는 스님에게 던지는 화두이기도 하지만 포교와 종무행정을 보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울림도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누구의 일생을 아무리 열거한다 해도 마지막 임종 순간의 메시지만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일을 하셨으면 이제 ‘더 이상 구할 것이 없다’고 하셨을까? 부디 구할 것이 없는 평온한 지족(知足)의 정토세상에 너무 오래 머무시지 마시고 우리들이 기다리는 사바로 어서 다시 돌아오시라고 하고 싶은 것은 우리들의 너무 큰 욕심일까?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스님께서 함께하지 못함을 미안해하며 당부하신 종단의 미래를 위해 더욱 매진하겠다는 우리들의 마음 전해드린다.

성원 스님 조계종미래본부 사무총장 sw0808@yahoo.com

[1707호 / 2023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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