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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무형의 자산, 국가지정문화재 서둘러야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3.12.11 13:20
  • 호수 1708
  • 댓글 0

국가무형문화재 155건 중에
불교무형문화재 6건에 불과
조계종 조사 착수에 기대감
정부, 문화자산 평가 바람직

불교계 대표 의례 중 하나인 생전예수재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됐다. 문화재청 문화재분과위원회 전통지식분과는 12월7일 제4차 회의를 열고 생전예수재 국가무형문화재 종목지정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30일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이 최종 결정된다.

생전예수재는 미리(豫) 닦는다(修)는 의미로 살아생전 자기의 삶을 돌아보며 공덕을 지어 죽음 뒤를 준비하는 자력 신행을 대표하는 의례다. 그러나 이번 생전예수재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이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불교는 대한민국 전통문화의 보고라는 말이 있듯이 무형의 자산들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불교 무형의 유산들이 국가문화재로 지정되기까지 과정이 너무나 더디고 힘들다. 이런 이유로 국가무형문화재 155건 가운데 불교의 무형문화재는 불과 6건에 불과하다. 국가유형문화재의 70%가 불교 유산이고, 불교의 무형문화재도 그에 비견할 정도로 많을 텐데,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은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그래서 종교적 편견 때문에 정부가 불교의 무형문화유산을 홀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불교 무형유산 가운데 가장 처음 국가문화재로 등재된 것은 1973년에 지정된 ‘영산재’다. 그러나 영산재 등재 이후 40년간 단 한 건의 불교 무형유산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2012년 비로소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하는 불교축제 연등회가 내국인들은 물론 수만명의 외국인들까지 참여하는 뜨거운 열기에 힘입어 2번째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연등회는 2020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이후 2013년 삼화사·진관사 수륙재, 2014년 아랫녁 수륙재, 2019년 불복장작법 등이 차례로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됐다. 

오늘날은 문화재의 개념은 개별문화재에 초점을 맞췄던 점 단위에서 그 문화재의 주변경관, 관련된 설화와 전설, 의례에 이르기까지 면 단위로 진화하고 있다. 무형의 문화유산은 스토리텔링이라는 옷을 입고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각광 받고 있다. 따라서 불교 무형의 자산들은 결국 국가의 문화역량을 일깨우는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불교 유산의 국가문형문화재 등재는 종단과 불교의 경계를 넘어 정부의 문화역량을 확장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조계종 문화부가 지난해 3월부터 불교무형문화유산 현황조사에 착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6년 완료를 목표로 불교의례 및 의식, 불교미술, 음악, 무용 등 전통기예, 의식주와 관련된 전통관습, 수행관습, 구전으로 정착된 의례문 등 5개 분야로 분류해 치밀하게 조사하며 자료를 모으고 있다. 이미 다비, 단오용왕재, 단옷날 소금묻기, 지화, 가사 등 다양한 불교 의식 및 의례들이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유력 종목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실 불교의 무형 자산들은 스님과 불자들에 의해 유지 보존되고 있기 때문에 사장될 위기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그러나 이제는 출가자도 줄고, 복잡한 의례나 예식을 애써 배우겠다는 스님도 드물다. 따라서 불교의 소중한 무형의 자산들도 여차하면 사라질 수 있는 위기의 시대에 놓여있다.

특히 무형의 문화재는 전수하는 사람이 중요하다.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가치 있는 무형의 유산은 습득 난이도가 매우 높아 전수받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만큼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지원해도 전수자가 없어 명맥이 끊기는 무형의 자산들이 늘고 있다. 

특히 저출산으로 출가자와 불자가 함께 줄어드는 위기의 시대에 만약 이런 위대한 유산들이 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받지 못한다면 후대에는 불교의 뿌리마저 흔들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불교계는 불교 무형 자산들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 또한 이를 종교적이라는 편협된 시각에서 벗어나 한국전통문화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 불교 무형의 자산들이 궁극적으로 불교의 예식과 의례의 맥이 끊기지 않게 이어줄 것이며 또한 새로운 K-불교의 자산이 돼 전법과 포교의 마중물이 되는 것은 물론 국가 문화 경쟁력의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1708호 / 2023년 12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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