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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불교사에서 본 마조의 대기대용  

기자명 정운 스님

마조 어록, 선문답 출현의 효시

마조의 독특한 제자 교육법 
선종사에 끼친 영향 지대해
마조·제자 간 일상 선문답이
공안으로 발전, 간화선 출현

3주 동안 언급했던 대로 공안 형성에 마조는 선구자 역할을 하였다. 이 원고에서는 마조의 선기 방편이 불교사적 위치에서 어떤 관점으로 평가되고 있는지, 또한 선의 역사상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고존숙어록’에 의하면, 위산영우(771∼853)와 앙산(807∼883)의 선문답이 등장한다[위산이 스승이고, 앙산이 제자]. 

위산이 앙산에게 물었다. “백장이 마조 스님을 다시 만났을 때, 서로 간에 불자(拂子)를 든 인연이 있었다. 이 두 존숙의 뜻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것은 대기의 대용을 드러낸 것입니다.”/ “마조 문하에서 뛰어난 선지식 48인이 배출되었는데, 어떤 사람이 대기(大機)를 얻었고, 어떤 사람이 대용(大用)을 얻었다고 생각하는가?”/ “백장 선사가 대기를 얻었고 황벽 선사가 대용을 얻었습니다. 그 이외 나머지 분들은 모두 입으로만 도(道)를 가르치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네가 옳은 말을 하였다.”

위산과 앙산의 대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조선이 대기대용의 선풍임을 암시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선학자들은 한목소리로 마조의 선을 ‘선기(禪機)의 전개’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종익은 논문에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사적(史的)으로 보면, 중국선은 삼현(三玄)·청담(淸談)풍조를 타고 형성되어 온 지공·부대사의 반야선에서 발생되었다. 달마선에 와서 북종의 대통 신수와 혜안 국사가 공안어구를 사용하였고 그 뒤 마조가 공안문답을 썼다. 그 뒤로 5가7종에서 그것을 공식화하였고 이 공안문답은 대혜에 의해 간화선으로 정립된다.” 이종익은 선종사적 입장에서 마조가 선문답을 많이 썼는데, 이것이 훗날 공안으로 변형되는 효시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일본 선학자 세끼구지 신다이[關口眞大]는 “중국 선종사에 공안이 발달되고, 권변무방(權變無方)·활기종횡(活機縱橫)의 선기를 중시하며, 할·방 등 작략(作略)을 쓰게 된 것은 마조의 대기대용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였다. 곧 마조가 중국 불교사상 선의 변곡점을 찍음으로써 선풍이 발전되고, 선문화가 새롭게 전개되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마조와 제자들의 선문답은 농사일을 하며, 밥 먹고, 차 마시며, 산책하는 등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마조가 제자를 지도하는 여러 가지 형태[大機大用]들은 마조의 선사상인 평상심과 즉심시불 사상에 그대로 부합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살펴본 대로 마조의 일상에서 이루어진 기록들은 선문답 출현의 효시가 된다. 이런 뛰어난 스승이 제자를 교육시키면서 중국의 선은 더 이상 인도선이 아니었다. 

마조와 제자들 중 1세대와 2세대 이야기는 선문답의 핵심이 되는 일화를 형성하고 있다. 이렇게 마조의 활발발한 대기대용 선사상에서 주제는 ‘인간’이다. 즉 이전 불교학의 ‘여래’나 ‘보살’이라는 관념 차원에서 한 단계 내려서 ‘조사’ ‘인간’을 중심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 관념에서 탈피해 형이학적이며 일상적인 선으로 끌어내렸다고 할 수 있다. 

곧 마조선에서 느낄 수 있는 점은 인간의 피와 땀이 짙은 사람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본체(本體)의 이치[理]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용(用)을 통해 드러나는 그 ‘진실된 삶 자체가 부처의 행위[佛行·佛事]’라고 하고 있다. 조사선을 재차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은 바로 현실에서 ‘인간’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벽암록’ ‘삼교노인의 서문’에 의하면 “조교(祖敎)의 서(書)를 공안이라고 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조사들이 보이신 바를 공안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마치 노련한 관리가 범인의 죄상을 헤아려[전례에 비추어] 벌을 부과하는 것처럼 공안은 이것에 비추어 자기의 마음바탕을 돌아보는 도구이다. 동아시아 선의 최극점인 공안이 발전하는데, 그 시발점이 마조선인 것이다.

이와 같이 살펴본 대로 마조가 제자를 가르치고 인도했던 것들은 일상에서 전개되었고, 그런 선문답과 이야기들은 송고문학[문자선]을 태동시켰으며, 이 송고문학은 공안으로 정립되었고, 공안을 수행으로 방법화해서 화두를 간(看)하는 간화선이 태동하였다.

정운 스님 동국대 강사 saribull@hanmail.net

[1708호 / 2023년 12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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