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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장엄한 부처님세계에서 집착을 놓고 비우다

  • 교계
  • 입력 2023.12.11 17:42
  • 수정 2023.12.11 17:54
  • 호수 1709
  • 댓글 0

33기도순례단, 12월9일 논산 쌍계사서 8차 기도정진
“관세음보살” 정근하며 관세음보살 화신 될 것 발원도

33기도순례단은 12월9일 논산 쌍계사에서 8차 기도순례를 이어갔다.
33기도순례단은 12월9일 논산 쌍계사에서 8차 기도순례를 이어갔다.

淨極光通達(정극광통달)
寂照含虛空(적조함허공)
却來觀世間(각래관세간)
猶如夢中事(유여몽중사)
청정함이 지극하면 광명이 통달하여
고요한 비추임은 허공을 머금도다
돌이켜 세간을 관하니
마치 꿈속의 일과 같도다

‘능엄경’에 나오는 문수보살 게송이다. ‘깨끗함이 지극하면 광명이 사무쳐 통하고, 고요하게 비추어 허공을 모두 머금게 된다’고 하니, 대중은 문수보살 가르침대로 그저 깨끗한 마음을 지니려 노력하고 정진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비워내고 깨끗해진 마음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돌아보면 마침내 그동안 집착하고 매달렸던 일들이 마치 꿈속의 일과 다르지 않음을 보게 될 것이 분명하다. 불자들이 발원하고 기도하고 수행 정진하는 것도 그렇게 한걸음 부처님 가르침에 다가서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논산 불명산 쌍계사 대웅전(보물 제408호)에 들어선 33기도순례단(단장 석중 스님) 대중들은 법당 기둥 주련에 내걸린 이 문수보살 게송을 마음에 새기며 목조삼존대불(보물 제1851호) 앞에 엎드렸다. 지극한 마음으로 엎드려 세간에서 얽매였던 고뇌의 마음을 내려놓기 시작한 대중들을 바라보는 대웅전 주불 석가모니부처님과 협시불로 좌우에 앉은 아미타부처님·약사여래부처님 등 목조삼존대불의 눈은 그윽하고 인자하기 그지없었다.
 

아름다운 꽃살문으로 유명한 쌍계사 대웅전을 중심으로 한 전경.
아름다운 꽃살문으로 유명한 쌍계사 대웅전을 중심으로 한 전경.

법보신문과 함께 매월 두 번째 토요일 전국 기도성지를 찾아 정진 중인 ‘33기도순례단’이 12월9일 논산 쌍계사에서 여덟 번째 순례를 진행했다. 고려초기 창건된 쌍계사는 절의 쌀뜨물이 10리 밖 큰 강까지 흘러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번창했던 곳이다. 현재는 조선 영조 때 중건한 대웅전을 비롯해 명부전 등 몇몇 작은 당우만 존재하지만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가피담과 대웅전 칡넝쿨 기둥에 얽힌 기도영험담 등 오랜 역사만큼이나 간직한 가피이야기가 많아 지금도 기도하는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33기도순례단을 맞은 쌍계사 주지 종봉 스님은 이러한 사찰 역사와 이야기를 전하고 “전국 기도성지를 찾아 정진하는 사찰 순례로 신행을 이끄는 법보신문에 감사를 드리며, 함께 한 여러분들의 모든 서원이 성취되기를 기원한다”고 축원했다. 
 

쌍계사 주지 종봉 스님.
쌍계사 주지 종봉 스님.

스님은 이어 “기도할 때 구체적으로 원하는 바를 정해 부처님께 편지를 쓴다는 생각으로 적어서 자기만의 발원문을 만들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부처님께 편지를 쓰다 보면 여러분의 마음을 스스로 볼 수 있게 되고, 그것이 공부가 되어 보살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다만, 편지를 쓸 때 가식을 뺀 진심을 담아내면 그 속에 욕심이 담겼더라도 서서히 덜어지게 되고, 자신이 보이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다듬고 다듬으면 마침내 참회와 발원, 기도 그리고 감사한 마음이 담긴 자기만의 발원문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라며 자기만의 발원문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기도 정진이 더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기만의 발원문을 완성해보라는 주지 종봉 스님의 당부를 들은 순례단은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으로 중생을 이끄는 관세음보살에게 의지하고, 스스로는 그 관세음보살의 손과 눈이 되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이 될 것을 발원하며 “관세음보살” 정근을 이어갔다.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지극정성으로 부르는 동안 대중들의 얼굴엔 이미 가피를 받은 듯 온갖 괴로움에서 벗어난 편안한 미소가 피어났다. 

순례단장 석중 스님은 관세음보살 기도 정진을 통해 마음이 안정되고 자비심이 한 뼘은 더 자란 듯 밝고 행복한 얼굴의 대중들에게 “여러분 모두 개인적으로 바라는 바가 있어서 기도를 할 텐데, 도반들과 함께 순례하며 기도하는 인연의 힘이 그 바라는 바를 더욱 빨리 성취하게 할 것”이라고 함께 하는 기도의 힘을 설명했다. 스님은 이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살문으로 이름난 쌍계사 대웅전 문짝에 조각된 연꽃·국화·매화·목단·무궁화 등이 오늘 여러분들을 둘러싸고 있었기에, 꽃으로 장엄된 부처님 세계에서 정진한 여러분의 기도에 부처님께서도 감응할 것”이라고 대중들의 기도성취를 기원했다.
 

대중들은 방생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마음에 새겼다.
대중들은 방생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마음에 새겼다.

꽃으로 장엄된 대웅전에서 기도 정진을 마친 대중들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김양순 불자는 “감기 몸살이 심해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여서 병원에 가서 링거도 맞고, 부처님께 ‘꼭 순례에 참가할 수 있도록 보살펴 달라’고 기도하며 참가한 보람이 있다”며 미소 지었다. 다섯 번째 순례부터 참가한 정인성 불자도 “쌍계사는 전통적인 모습을 잘 지켜가고 있는 것 같이 마음이 더 안정되고 기도도 열심히 하게 됐다. 도반과 함께 발원하고 기도하면서 순례를 하고 있는데, 끝까지 순례를 함께 하며 회향할 수 있기를 발원했다”고 33기도순례의 원만 회향을 기원했다. 법보신문에서 진행한 삼국유사순례에 이어 33기도순례도 처음부터 참여한 황정원 불자는 “순례마다 나름의 특성이 있어서 좋다. 기도 순례를 하면서 순간 순간 가피를 느낄 때가 있다. 가는 곳마다 스님들의 법문이 내게 다가오는 것이 다르고, 이해되고 느껴지는 것도 다르다. 그러면서 조금 더 깊이 알게 되고 진리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진정한 가피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순례 기도를 통해 불교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신심도 강건해지고 있음을 설명했다.
 

정성스레 기와불사에 참여하는 순례단.
정성스레 기와불사에 참여하는 순례단.
정성스레 기와불사에 참여하는 순례단.
순례단장 석중 스님이 법고를 치는 동안 대중들이 그 울림에 빠져들었다.
비가 와도 얼굴이 젖지 않는 관세음보살.
비가 와도 얼굴이 젖지 않는 관세음보살.

쌍계사 순례에서도 어김없이 방생을 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새기고, 석중 스님이 치는 법고 소리에 가슴 한켠에 남아있던 어두운 그림자까지 밀어낸 대중들은 비가 와도 젖지 않는 야외 관세음보살님 전에 합장 배례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논산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관촉사 전경.
논산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관촉사 전경.

관촉사에서 미륵부처님 앞에 엎드려 여덟 번째 33기도순례를 마친 대중들은 기도로 비워내고 깨끗해진 마음을 간직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미 마음을 밝히고 자비심을 조금 더 성장시킨 대중들은 그만큼 집착을 줄이고 짊어진 삶의 무게를 비워내면서 이전과 같으나 마냥 같지만은 않은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논산=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709호 / 2023년 1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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