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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理事) 넘나들었던 정대 대종사의 진면목

  • 불서
  • 입력 2023.12.12 14:37
  • 호수 1708
  • 댓글 0

내려놓으면 인생이 유쾌해진다
월암문도회 엮음/동국/2만5000원

월암문도회, 대종사 열반 20주기 맞아 생전법문 추려 법문집 발간
불교의 참된 진리와 수행자 자세 등 깊이 있는  가르침 생생히 담겨

“월암당 정대 대종사는 일찍이 근대 선문의 고봉정상(高峰頂上)이었던 전강영신 선사의 문하에서 축발(祝髮)한 이래, 평생 이사무애(理事無礙)한 원융의 삶을 살아간 대종장(大宗匠)이었다.”(신흥사 회주 무산오현 스님)

“총무원장으로 계실 때 혼란스럽던 종단을 안정시키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건립하면서 종단 발전의 초석을 다진 업적은 모든 종도들이 길이길이 감사해야 할 일이다.”(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

“정대 스님은 대한민국에, 불교계에 그리고 나에게도 영원히 살아계신 큰 어른이다.”(박지원 전 국정원장)

월암당 정대 대종사는 스님과 인연 맺었던 많은 이들이 평가하듯 현대 한국불교계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등 종단의 주요소임을 맡아 혼란하던 종단을 화합으로 이끌었고, 굳은 신심과 추진력으로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하면서 불교중흥의 토대를 닦았다. 동시에 깊은 수행력으로 삶의 본질을 꿰뚫었던 선지식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열반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스님이 남긴 가르침은 여전히 우리 곁에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다. 
 

조계종 30대 총무원장을 역임한 정대 스님은 뛰어난 수행력과 풍부한 종무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불교중흥의 토대를 닦았다. 
조계종 30대 총무원장을 역임한 정대 스님은 뛰어난 수행력과 풍부한 종무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불교중흥의 토대를 닦았다. 

책은 월암문도회와 (사)상월결사가 스님의 열반 20주년을 맞아 스님의 생전 설법 가운데 핵심적인 26개를 추려 엮은 것이다. 법문 하나하나에는 소탈하지만 깊이 있는 스님의 사유가 드러난다. 특히 스님이 생전 역설했던 불교의 참된 진리와 수행자의 자세, 그리고 종교로서 불교가 이 시대 중생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냉철하면서도 깊이 있는 가르침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조사들은 화두를 참구할 때 정말 사무치도록 맹렬하게 하지요. 지독하게 공부하는 사람은 남들과 시비하거나 호의호식하는 일에 일절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요즘 우리는 어떤가요. 입으로 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욕하기는 잘하지만 정작 공부가 익은 사람은 보기 어렵습니다. 조사들 흉내를 잘 낸다고 조사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에 대해 왈가왈부할 시간에 공부를 더 하십시오.”(46쪽)

“불교공부란 무엇일까요? 자기 내면의 부처를 찾는 것입니다. 내면의 부처가 궁극의 지혜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입니다. 따라서 불교공부를 하는 사람은 어떤 이념이나 우상에도 사로잡혀서는 안 됩니다.”(95쪽)

“수행은 이해가 아니라 체험입니다. 공부에 좀 진전이 있다고 스스로 ‘이제 됐다’며 으스대지는 맙시다. 반드시 명안의 선지식을 찾아가 점검을 받아야 합니다. 스승의 조언과 질책을 받으면서 꾸준히 성장해야 합니다.”(99쪽)

이처럼 스님의 생전 법문에는 인자한 스승의 자상함이, 때론 서릿발 같은 경책이 곳곳에 스며있다. 세속화 흐름에 빠진 불교계의 세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불교의 본질을 지키고자 했던 선지식으로서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책은 생전 법문에 이어 한국불교 중흥을 위해 치열하게 걸어온 스님의 삶도 기록돼 있다. 스님은 1937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전북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요양을 위해 찾았던 완주 위봉사에서 전강 스님을 만나 출가했다. 당대 최고의 선지식으로 추앙받았던 은사의 가르침에 따라 수원 용주사 중앙선원을 시작으로 도봉산 망월사, 덕숭산 수덕사 선원 등에서 용맹정진했다. 스승으로부터 ‘판치생모(板齒生毛)’라는 화두를 받고, 3년여의 치열한 정진 끝에 견성의 경지를 체험했다. 

스님은 수행뿐 아니라 행정승으로서도 일가를 이뤘다. 1973년 조계종 총무원 사회국장에 발탁된 이래 재정국장, 규정국장을 거쳐 사회부장 2회, 재무부장 4회, 총무부장 2회를 역임하면서 종단의 재정관리와 종무행정의 기틀을 다졌다. 1975년 4대 중앙종회의원으로 선출된 이후 8선을 했으며, 종회부의장과 종회의장에 선출되기도 했다. 이런 이력을 기반으로 1999년 제30대 총무원장에 선출됐다. 

스님은 총무원장 재임기간 동안 1994·1998년 종단 사태로 얼룩진 상흔을 치유하고자 노력했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착공, 한국불교 총본산 성역화 사업, 중앙승가대 김포학사 완공, 템플스테이 시행, 선학원과의 갈등해소 등 한국불교 중흥과 쇄신에 앞장섰다. 2003년 동국대 이사장으로 부임해 ‘불교종합병원’ 개원 등 동국대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건강 악화로 그해 11월18일 관악산 삼막사에서 입적했다. 

스님의 상좌이자 상월결사 회주인 자승 스님은 지난 11월29일 원적에 앞서 “월암당 정대 대종사 열반 20주기를 맞아 발간한 법문집을 통해 출가발심을 되새기고 부처님 제자로서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스스로 점검하고 쇄신하길 바란다”는 발간사를 남겼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708호 / 2023년 12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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