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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둘러싼 세상과 함께

기자명 명오 스님

옛날에 어떤 앵무새가 어느 산에 갔다. 그 산의 새들과 짐승들은 모두 그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며 해치지 않았다. 그러나 앵무새는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이렇게 나를 대하지만, 오래가지 않을 테니 돌아가야 하겠어.” 앵무새는 곧 산을 떠났다. 몇 달이 지난 후, 그 산에 불이 나서 사방이 모두 타고 있었다. 앵무새는 멀리서 그 광경을 보고는 바로 물에 들어가 날개에 물을 묻혀 공중으로 날아올라 젖은 털로 물을 뿌려 큰불을 끄려고 왔다 갔다 하기를 반복했다. 천신이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너는 어찌 그토록 어리석으냐! 천 리의 불을 어떻게 너의 두 날갯짓의 물로 끄겠느냐!” 그러자 앵무새는 말했다. “저도 꺼지지 않을 줄 압니다. 그러나 제가 일찍이 이 산에 손님으로 있을 때, 이 산의 온갖 새들과 짐승들은 모두 어질고 착해서 형제와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상황을 차마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천신은 그의 뜻에 감동하여 곧바로 비를 내려 산불을 껐다. 

앵무새의 의리에 천신이 감동한 경전 속 이야기이다. 감동을 주는 삶, 더불어 잘 사는 삶에 대한 교훈을 전하고 있다. 낯선 앵무새에 대한 산속 새들과 짐승들의 존중과 사랑, 그들에 대한 고마움과 앵무새의 목숨을 건 의리가 결국, 재난을 막아낸 것이다. 상대를 사랑하고 소중히 대하는 마음, 그 고마움을 아는 마음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이며 가져야 할 도리이다. 산속의 새들과 짐승들은 앵무새에게 감동을 주었고, 앵무새는 하늘도 감격하게 했다. 서로에게 감동을 주고, 함께 살아간다는 일이 얼마나 아름답고 중요한지 일깨운다. 전혀 무관할 것 같은 관계지만, 행동 하나에 서로가 연결돼 인연을 만들고 세상을 만든다.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의 관계 속에 있다. 무엇보다도, 이 지구에는 사람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자연환경 속에서, 동식물들과 함께 살고 있다. 다른 생명체들과 서로 도우며 더불어 살아야 하는 관계 속에 인간이 존재한다. 가정과 학교, 사회와 국가는 물론 동물과 식물 등 자연환경까지 인간의 삶에 중요하게 연관된 공동 운명체이다. 

그렇다면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세상에 대해 나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세상과 관계를 맺으며 잘 생활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잘못된 사고방식이 그릇된 인생관, 세계관을 만든다. 인간관계를 맺을 때, 저 사람은 나에게 얼마나 이익이 될까, 안 될까를 생각하면서 따진다. 사람을 존중하기보다는 이익이나 욕심만 채우려 하기도 한다.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이, 자신을 이롭게 하는 일이다. 나와 남을 분리하지 않는 마음으로 서로 공동 운명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의식적으로 주변 사람들을 경쟁자로 인식하거나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동식물과 자연에 대해서도 인간의 수단이나 도구로만 여겨서는 안 될 일이다. 나와 세상의 관계를 새롭게 봐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소행이 여법하지 못하면 재앙을 만나고 질병이 발생한다고 말씀하셨다. 비윤리적이고 무절제한 생활에 따른 결과로 하늘과 땅의 신이 도울 기회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셨다. 인간의 탐심과 애욕이 만연하면, 천신들이 무관심하여 자연의 조화로운 운행에 지장을 준다는 말씀이다. 제때 비가 오지 않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흉년이 들고 결국, 인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하다. 꿀벌이 사라지고, 빙하와 만년설이 녹고, 때아닌 폭풍과 폭설, 홍수와 가뭄, 코로나 펜데믹도 결국은 인간의 욕심과 어리석음이 자초한 천재지변이다. 부처님의 말씀은 오늘날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인간의 이기와 욕망, 탐욕과 무지로 자연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인간 중심의 사고로 환경을 파괴하고, 사람의 이익을 위한 도구와 수단으로 세상을 이용한 대가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나를 둘러싼 세상, 사람과 동물과 환경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미뤄서는 안 된다.

명오 스님 sati348@daum.net

[1709호 / 2023년 1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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