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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이미 법적으로 단죄된 12·12군사반란을 주제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이 극장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역사물에 열광하는 층의 절반 이상이 반란 직후인 1980년대에서 2010년대 태어난 MZ세대가 차지한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그 덕분에 자신의 본분을 지키다 사망한 군인들이 묻힌 묘소를 참배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언론은 물론 인터넷에서는 이들에 대한 재조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역사가 반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피와 눈물로 쌓아올린 민주화에 성공한 이후, 권력의 사유화에 대해서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시민의식의 성장이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본다.

반란군들은 권력 찬탈 과정에서 민주화를 외치는 광주시민들을 폭도로 몰고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했다. 전두환과 노태우를 정점으로 한 신군부 권력집단은 민주인사 탄압은 물론 국가기관을 장악하고, 기업으로부터는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갈취해 호의호식했다. 그들은 천수를 누렸거나 지금도 누리고 있다. 심지어 반란군 일부는 국립현충원에 묻혀 있다. 그들에게 대적했던 의로운 군인들은 즉사하거나 자신과 가족들이 의문사를 당했다. 1979년 특전사령관 비서실장 김오랑 중령은 총격으로 사망했으며, 그 충격으로 실명한 아내도 1991년 실족으로 사망했다. 국방부 50헌병대 정선엽 병장과 수경사 33경비단헌병대 박윤관 일병은 반란군에게 사살 당했다. 반란군을 진압하던 장태완 수경사령관의 아들은 1982년 할아버지 산소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정병주 육군특수전사령관은 1987년 신군부 만행을 증언한 다음 해에 양주시 송추계곡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러나 그들로 인해 인과의 역사는 정립(正立)된다. 

그렇다면 불교계는 이러한 역사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먼저 신군부의 폭력에 저항한 불교인들을 재평가해야 한다. 5·18광주민주화운동과 신군부의 만행인 10·27법난에 저항했던 이들을 발굴하고, 역사의 밝은 곳에 놓아야 한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이 되어 끝까지 항쟁한 불자 열사도 있으며, 불교계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과 함께 고통을 나눴다. 정화라는 명목 하에 무자비하게 자행된 법난은 배상이 이뤄지고 백서까지 나왔지만, 그 과정에서 희생되거나 법난 이후 민주화를 위해 군부세력에 맞서 항거했던 불교인들을 현대 불교사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자비를 앞세운 보살도 정신으로 살신성인의 덕행을 감춘 불교인들의 행적이 드러나 불교가 역사의 기로에 섰을 때 지남침이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부조리와 불의에 맞서 싸우는 불교의 현실참여를 확산시켜야 한다. 불교는 수행에만 치우치고, 현실과는 담을 쌓은 세계로 비춰지는 이미지를 뒤집어야 한다. 사회가 안고 있는 공업을 과거의 원인으로만 보지 말고,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 사회를 위한 지금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1960년대 이후 지금까지 패악의 군사정권과 부당한 국가권력에 굴종했던 교단 지도부에 실망했던 민중의 불교쇄신운동이 불같이 일어났음도 기억해야 한다. 정의를 위해 소신공양을 올린 분들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악의 범람 속에서 분연히 거슬러 올라갔던 불자들도 있었기에 한국의 민주화가 앞당겨졌다. 

최근 열반한 틱낫한 스님의 고요한 선보(禪步) 속에는 측량할 수 없는 베트남인들의 고통이 함께 하고 있었으며, 달라이 라마의 육성 법문 속에는 숱하게 분신한 티베트인들의 한이 서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근대일본의 군국주의 정점에 서있던 일왕과 민중에 대한 무자비한 국가폭력에 저항하다 1911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우치야마 구도 스님을 조동종은 파문하고 가족들마저 절에서 내쫓았다. 백년이 되는 해에 교단 지도자들은 눈물로써 사죄하며 복권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일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조만(早晩)은 있을지언정 역사는 정의의 편이다. 세계 어디서든 의로운 자들은 반드시 역사의 중심으로 소환된다.

원영상 교수 wonyosa@naver.com

[1709호 / 2023년 1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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