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에서 가장 오래된 전각의 판전(板殿) 편액 글씨는 추사(秋史) 김정희 선생의 유필이다. ‘빼어난 솜씨가 오히려 어리숙하게 보인다’는 뜻인 대교약졸이라는 찬사를 받는 문화재(서울시 유형문화재 제83-4호)로, 낙관에 쓰여진 ‘칠십일과병중작(七十一果病中作)’, 즉 ‘일흔 한 살의 과천 노인이 병중에 썼다’라는 부기(附記)는 죽기 3일 전이라고 전해온다. 당대 동양 최고의 학자이며 성리학 이론의 권위자로, 영광과 좌절의 세월을 두루 거친 대경세가가 죽는 순간까지 불교 경판조성 작업에 혼신을 다했다는 사실이 귀명정례말고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이기룡 gainnal0171@naver.com
[1709호 / 2023년 1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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