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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 한 땀 엮은 1000개의 합장주…어르신 마음 녹인 여고생들의 온정

  • 교계
  • 입력 2023.12.21 21:20
  • 수정 2024.01.05 10:25
  • 호수 1710
  • 댓글 4

동대부속여고 2학년 최서은·박채윤·육나연·정다인 학생
합장주 1000개 만들어 자양복지관·노인복지관에 기부
“구슬 꿰며 중생 행복 발원…자비 가르침 실천 방도 모색"

어르신들의 주름이 활짝 펴졌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합장주를 살펴보며 웃음꽃을 피워내는 어르신들의 속마음은 대견함과 흐뭇함이었다.

“내가 몇 년 전까지 저 학교에서 경비를 섰어요. 등교하고 하교할 때마다 밝게 인사해주던 학생들이 생생해요. 그 학생들이 우리 같은 노인들을 위해 합장주를 꿰어왔어요. 얼마나 기쁘고 대견한지 몰라요.”(김 모 할아버지)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요. 학교생활 즐기기도 바쁠 텐데, 감동이에요. 따뜻한 응원에 힘입어 이번 겨울 무탈하게 보내겠습니다.”(심 모 할머니)

왼쪽부터 이학주 교법사, 박채윤·정다인 학생, 이호걸 자양복지관장, 민보경 동대부여고 교장, 최서은·육나연 학생, 김태연 교법사.
왼쪽부터 이학주 교법사, 박채윤·정다인 학생, 이호걸 자양복지관장, 민보경 동대부여고 교장, 최서은·육나연 학생, 김태연 교법사.

어르신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예비 입시생들의 자발적 나눔이 연말 강추위 속 훈훈함을 전한다. 동국대사범대학부속여자고등학교(교장 민보경, 이하 동대부여고) 파라미타 불교학생회 2학년 최서은·박채윤·육나연·정다인 학생이 12월21일 광진구 자양종합사회복지관에 직접 만든 합장주 500개를 기부했다. 학생들은 공양을 마친 어르신들에게 일일이 눈을 맞추며 합장주를 건넸고, 어르신들은 따뜻한 덕담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이번 나눔은 학생들이 선생님이나 학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기획해 의미를 더했다. 추위가 찾아들기 시작한 11월, 주변에 온정을 전할 방법을 고민하던 학생들은 한 알 한 알에 마음을 담을 수 있는 합장주를 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 쉬는 시간이나 주말마다 틈틈이 나무 구슬을 이었고, 1달여만에 1000개를 완성했다.

기부할 곳은 교장선생님과 교법사의 도움을 받아 결정했다. 다문화센터, 아동센터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으나 오늘날 대한민국을 일군 어르신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 동대부여고에 매년 장학금을 기부하는 등 오랜 교류를 이어 온 자양종합복지관에 500개를 보시했으며, 내년 1월 중 광진노인종합복지관에 추가로 400개를 전달할 예정이다. 100개는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동대부여고 법당 정각원에 기증했다.

최서은 동대부여고 파라미타 불교학생회장은 “나이가 들수록 추위로부터 오는 병환이 많다고 들었다”며 “어르신들이 우리의 마음을 받아 추운 겨울 건강히 보내시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박채윤·육나연·정다인 학생도 “나무 구슬을 실에 꿸 때마다 뭇 중생의 안녕과 행복을 발원했다”며 “어르신들이 흡족해하시니 보람차다. 앞으로도 부처님의 자비 가르침을 실천할 다양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서은 회장을 비롯한 박채윤·육나연·정다인 학생은 교내외 불교행사를 주체적으로 이끌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올해 7월에는 퀴즈를 맞춘 친구들에게 무료 아이스티를 제공하는 ‘모여라 불교 퀴즈’를 기획하고 학교의 지원을 요청했다. 교법사들이 컵과 빨대를 지원해 개최된 행사는 이틀간 300여명이 참여하며 성황을 이뤘다. 이외에도 지역 복지시설에 기부금과 쌀을 전달하고, 선물꾸러미를 만들어 수능을 앞둔 선배들에게 응원 선물을 전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불교를 알리고 있다.

학생들의 신심에 선생님들의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민보경 동대부여고 교장은 “교사라면 학생들이 스스럼없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어른의 마음을 아는지, 도전을 무서워하지 않으면서도 예의와 존중으로 다가오는 학생들이 고맙다”고 했다. 이학주 교법사도 “수많은 학생을 가르쳐 왔지만, 선생님들이 지도하기 전에 학생이 먼저 불교 활동을 제안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며 “드러내고 자랑하기보다 오랫동안 계획하고 준비해 합리적인 행사를 마련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훌륭한 불자로 자라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의 환영을 받는 동대부여고 학생들.
어르신들의 환영을 받는 동대부여고 학생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710호 / 2024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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