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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청춘이다] 4. 한국불교, 젊은 출가자들의 도전

  • 새해특집
  • 입력 2024.01.02 14:08
  • 수정 2024.01.30 12:52
  • 호수 1710
  • 댓글 0

참선·절 잠시 미루고 놀이·캐릭터·굿즈 등 MZ 취향 포교 활용

대학가 핫플레이스 선원 개원
외국인도 불교문화 관심 증가

군장병과 함께하는 명상 축제
‘뭉밀이’ 등 캐릭터도 큰 호응

1·2)군장병들이 명상페스티벌에서 스님네컷·명상 등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3)준한 스님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불교는 재미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4·5)스님들은 크리에이터로서 만화·캐릭터 등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1·2)군장병들이 명상페스티벌에서 스님네컷·명상 등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3)준한 스님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불교는 재미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4·5)스님들은 크리에이터로서 만화·캐릭터 등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전법은 불교를 지탱하는 근본이다. 29세에 출가한 부처님은 6년이라는 고된 수행 끝에 35세에 깨달음을 얻었다. 다섯 비구에게 깨달음의 진리를 설했으며, 60명의 제자들에게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떠나라.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나중도 좋은 법을 설하라”고 했다. 부처님도 열반에 들 때까지 인도 전역을 맨발로 돌며 교화 설법에 나섰다. 전법사의 역할을 자처한 수많은 젊은 수행자들은 부처님의 진리를 전파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전법을 향한 청춘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종교로서의 ‘불교’가 유지될 수 있었다.

‘전법’이라는 부처님이 부여한 의무를 이행하려는 스님들의 노력은 현세에도 이어지고 있다. 젊은이들의 중심가에 선원을 개원하고, MZ세대를 겨냥한 캐릭터와 웹툰을 제작하는 등 스님들은 전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도전에 나서고 있다.

# 정면돌파 선택한 스님들
찾아오는 불교가 아닌 찾아가는 불교를 택한 스님, ‘Just be 홍대선원’ 주지 준한 스님이다. 스님은 2022년 MZ와 외국인들의 핫플레이스 홍대·신촌에 ‘글로벌 수행 놀이터’로 불리는 ‘Just be 홍대선원’을 개원했다. 조계종에 정식으로 등록된 사찰이지만 스님은 젊은층과 외국인에게 더 익숙한 게스트하우스로 브랜딩하고 명상을 접목시켜 세계 최초 명상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을 포함한 40여개 국에서 6000여명이 홍대선원을 찾았다.

스님의 포교 철학은 ‘재미’다. 흥미롭고 즐거워야 자연스레 관심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다도, 태극권, 선명상, 소리명상, 촛불명상, 하타요가 등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선원을 찾는 이들에게 불교를 강요하지 않았다. 스스로 찾아오는 이들에게 마음쉬는 방법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불교가 재미있음을 인지시켰다. 스님의 포교 전략은 적중했다. 1박2일부터 길게는 한 달살기를 하는 청년도 있었고 스태프로 근무하거나 출가를 선택한 이도 있었다. 불교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이들에게는 소백산 양백정사로 안내하거나 산중 템플스테이를 연계해주고 있다.

준한 스님은 젊은 층을 겨냥하기 위해 인스타와 구글을 적극 활용했다. 스님에 따르면 Just be 인스타 팔로워 수는 5641명에 달하고 팔로워 가운데 18~24세 12%, 25~34세 41%, 35~44세가 26%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청년층이 불교, 명상, 도심속 사찰인 홍대선원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스님은 3000배 클럽을 모집해 챌린지도 진행 중이다. 준한 스님은 “불교가 워낙이 문턱이 높은데 처음부터 절을 시키고, 참선, 좌선시키면 겁을 먹고 떠난다. 그간 문화적인 요소를 활용했다면 이제부터 절을 통한 수행을 시작하고, 불교문화를 더 공부하게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신구대 불교학생회 ‘불똥별’ 지도법사 해동 스님은 MZ세대의 성향을 고려한 맞춤 포교 전략을 내세워 불교학생회 활성화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한 해에만 불교학생회 신규회원을 212명 모집, 2019년 10여명에 불과하던 동아리의 비약적 성장을 일궜다. 전국 불교학생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스님은 불교행사에만 집중됐던 기존 활동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종교활동만 고집하기 보다는 MZ세대가 원하는 친목도모, 힐링 등에 초점을 맞췄다.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방생법회를 진행하고, 다른 학과 동기 및 선후배들과의 뒷풀이 자리를 마련했으며 템플스테이 비용도 전액 지원했다. 주지 소임을 보고 있는 홍법사를 대학생들에게 개방해 사찰이 어려운 곳이 아닌 편안하고 쉼이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도록 했다.

스님은 재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대한불교진흥원이 수여하는 ‘대원청년 불자상과 동아리상’ 공모사업을 활용해 불교학생회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동아리에도 일정금액을 후원하는 등 불교학생회가 재정적 문제에 부딪혀 활동에 한계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이같은 스님의 노력은 대학생 포교의 희망, 한국불교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 군포교의 새 이정표
11월 1일 파주 육군 6010부대서 ‘2023 명상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를 기획한 건 다름아닌 군법사 세광 스님이다. 동국대 재학 시절 청년대학생 포교를 위해 ‘칠불회’를 결성한 뒤 다방면으로 활약했던 스님이 군포교로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세광 스님은 법문과 상담, 간식 나눔 등 포교의 방식을 지속하되 장병들의 관심을 끌만한 색바른 방식이 있어야한다고 판단했다. 장병 대부분이 대학생들이기에 대상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청년들의 관심을 환기시킬만한 행사의 필요성을 절감한 스님은 명상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장병들을 위로함과 동시에 불교문화 체험을 통해 불교가 항상 무겁고 어려운 종교가 아닌 재미있고, 신선하다는 점도 알리고자 했다. 이례적으로 열린 만큼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 등 스님들과 사찰, 단체들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했다.

스님은 싱잉볼, 먹기 명상, 꽃 명상, 글쓰기 명상, 요가 명상 등 9종류의 명상 프로그램과 푸드트럭, 인생네컷을 오마주한 ‘스님네컷’, 원하는 날짜 원하는 대상에 발송되는 ‘독수리 편지’, ‘초콜릿붓다’체험 등 다양한 부대 행사를 준비했다. 종교색채가 두드러지지 않다보니 장병은 물론 가족, 간부 등 350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세광 스님은 “전역을 하고 사회에 나가서 불교를 접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접근성이 조금 높을 때 불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면 불교의 미래는 밝아질 수 있다고 본다. 추후 장병 대상 템플스테이나 법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해 트랜드에 맞는 군포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크리에이터로 변신한 스님들
바야흐로 1인 크리에이터의 시대다. 스님들도 크리에이터로서 웹툰, 캐릭터, 숏폼 콘텐츠를 제작, 불교문화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현밀 스님은 뭉게구름을 닮은 ‘뭉밀이’ 캐릭터로 인스타에서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스님은 SNS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캐릭터를 활용한 포교에 나서야겠다고 정했고, 볼이 빵빵하고 복스러운 동자 캐릭터인 ‘뭉밀이’가 탄생했다. 스님이 수행하다 필요한 점, 위로의 메시지 등과 함께 일상툰을 업로드 했다. 세대를 막론하고 귀여움은 통한다는 말은 정설이었다. 스님의 인스타 팔로워도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일반 대중들에게서도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불교크리에이터 현밀 스님의 캐릭터 ‘뭉밀이’
불교크리에이터 현밀 스님의 캐릭터 ‘뭉밀이’

뭉밀이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도 선보이고 있다. 운문사 교화부 부장 소임을 볼 당시 학생들에게 일반적인 선물이 아닌 기억이 될만한 선물을 주고 싶었고, 준비한 기념품이 바로 뭉밀이 키링이었다. 학생들의 호응이 상당했다. 키링과 같은 귀여운 소품이 MZ세대 포교를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을 확인한 스님은 뭉밀이 캐릭터를 활용해 떡메모지, 수행노트, 키링 등 굿즈를 제작했다. 특히 키링 뒷면에는 불교적 메시지를 담아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운문사 서점, 인스타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혜장 스님은 영상에 주력, ‘메타몽크’ 채널을 운영하며 불교와 관련한 3D, VR,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짧은 길이를 선호하는 MZ세대의 수요에 맞춰 유튜브 쇼츠로 버추얼 스님을 활용한 챌린지, ‘반야심경’ 리믹스 등을 업로드하고 있다.

불교크리에이터 자홍 스님도 인스타그램에 ‘심심불교 심심툰’을 연재하고 있다. 군법사 복무 시절 법회에 사용할만한 불교 일러스트, 만화 등 콘텐츠가 없었고, 전역 후 실행으로 옮긴 것이 바로 ‘심심툰’이다. 젊은 세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을 선택했고, 글보다 만화가 빠르게 읽히고 쉽게 이해되기 때문에 웹툰 형식이 효과적이라 생각했다. 기초교리부터 사찰의 일상, 대중들이 불교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을 만한 소재 등을 만화로 구현하고 있다.

자홍 스님은 “보드가야에서 열린 2023 국제승가포럼에 참석한 각 국가의 스님들이 미디어 포교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며 호평을 쏟아냈다”며 “고루한 포교 방식에서 벗어나 직관적이고, 가볍고 재미있는 방식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710호 / 2024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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