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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특집] ‘뉴진 스님’ 캐릭터로 활동 중인 윤성호 개그맨

  • 새해특집
  • 입력 2024.01.02 14:44
  • 수정 2024.01.04 09:43
  • 호수 1710
  • 댓글 4

“빡구는 이제 잊어주세요 세계로 가는 ‘뉴진 스님’입니다”

2023년 연등회서 DJ로 활약
“힘들 때 마음 힘 키우는 기도”
요즘스럽게 불교 전달하고자
‘뉴진’ 법명…새롭게 나아갈 것

윤성호 개그맨은 ‘뉴진 스님’이란 캐릭터를 통해 ‘요즘스런, 대중적인, 즐거운 불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윤성호 개그맨은 ‘뉴진 스님’이란 캐릭터를 통해 ‘요즘스런, 대중적인, 즐거운 불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진짜 스님이 DJ를 하고 있는 거야? 아니면 DJ가 스님 분장을 한건가?”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는 분명 찬불가인데 그 위에 EDM(Electronic Dance Music)을 입히는 DJ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말끔하게 삭발한 머리, 목에 얹은 묵직한 헤드셋, 스님의 장삼을 떠올리는 의상까지. DJ의 독특한 스타일도 EDM찬불가 못지 않게 눈길을 사로잡는다. 흥겨운 음악과 관객을 사로잡는 DJ의 현란한 움직임에 연등회 놀이마당은 환호로 가득하다. 그날 놀이마당을 휘어잡은 주인공은 ‘유니크한 불교’로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23년 차 개그맨 윤성호였다. 그는 요즘 또 다른 이름 ‘뉴진 스님’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머리 스타일만 봐도 아시겠지만 저 제법 신심 있는 불자예요. 친구들에게도 ‘이 머리로 교회 가기엔 안 어울리지 않냐’고 장난스레 말하지만 사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 집 근처에 있던 정릉동 경국사에 자주 갔어요. 절에 가던 습관이 있어 그런지 지금까지도 틈나면 경국사를 들러 참배합니다.”

2001년 SBS 공채 6기 개그맨으로 뽑힌 윤성호 씨는 2003년 KBS로 이적했다. 2005년엔 KBS의 간판 개그 프로그램이었던 ‘개그콘서트’에서 ‘빡구’라는 캐릭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연신 “하지마”를 외치는 바보스럽지만 천진한 연기가 큰 인기를 얻었다. 2015년에는 tvN 개그 프로그램 ‘코미디빅리그’에서 목사 분장을 한 개그맨 김인석 씨와 함께 스님 분장을 하고 등장하는 새로운 개그 코너 ‘아이러브뺀드’를 선보였다. 무대에 오르자마자 ‘코미디빅리그’의 여러 코너 가운데 2위를 기록하며 웃음꾼으로 인정받았다. 

무대 위에서는 톡톡 튀는 개그감으로 웃음을 불러오는 그였지만 더 웃기고 새로워야 할 내일의 무대에 대한 고민은 하루도 멈출 수가 없었다. 하루가 멀다고 등장하는 신예 후배 개그맨들의 도전에 언제 물러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를 휘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그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줄면서 각 방송사의 프로그램들이 폐지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까지 확산되며 관객을 만날 무대마저 뚝 끊겼다.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것보다 더 답답한 건 대중에게 잊혀지는 걱정이었죠. 그때 다시 찾은 곳이 사찰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마음이 힘드니 부처님께 의지하려는 생각이 컸습니다. 하지만 부처님 앞에 절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비록 나를 찾는 사람들과 무대가 줄어들더라도 괴롭지 않은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를 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 제행무상(諸行無常)이 있잖아요. 모든 상황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으니 그럴 때마다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고 싶었습니다.”
 

[연등회보존위원회]
[연등회보존위원회]

하루 이틀 사찰을 찾는 날들이 늘어날수록 남들과 비교하는 마음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다. 비싼 가방, 옷을 입고 있는 동료와 자신을 비교했던 마음, 다른 개그맨들의 인기와 비교하던 자신의 마음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집착을 하루아침에 내려놓기는 쉽지 않았지만 조금씩 욕심을 줄이기 위해 마음을 다스렸다. 틈 날 때마다 더 자주 사찰을 찾았다. 지방 일정이 있을 때는 지역 사찰에서 참배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사찰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깊어지기 시작했다.

“100년, 300년, 500년 때론 그 이상 오랜 역사를 가진 사찰들도 많죠. 그런 사찰의 법당에 앉아 있으면 이 법당에 오갔을 옛 사람들이 떠오르곤 했어요. 긴 역사만큼 오랜 세월동안 다양한 시대의 사람들이 다채로운 모습으로 이 곳을 찾았겠죠.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사찰이 단순히 특정 종교의 시설만은 아니라고 느껴져요.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에 희로애락과 기원이 쌓여있는, 그 자체로 거대한 유산이라 느끼게 됩니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처럼, 사찰이 다르게 보이자 그 안의 소소한 것도  자세히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그 문화와 공간을 지켜온 스님들의 모습에 유독 눈길이 머물렀다. 수행자인 만큼 진중하고 엄중할 것 같은 스님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자유롭고 유쾌한, 무엇보다 가장 개성 있게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우리의 이웃이었다. 일반인들이 이런 스님에 대해 선입견과 거리감을 갖는 것이 안타까웠다.

“‘스님’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워낙 뚜렷해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사실 사찰에 가면 스님들께서 먼저 따뜻하게 맞아주시거든요. 저의 고민이나 복잡한 마음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으시죠. 농담도 재치있게 잘 받아 주시구요. 제가 ‘스님’ 캐릭터로 개그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도 스님에게 다가가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하는 마음에서입니다.”

그는 단순히 웃음을 위해 ‘스님’이라는 독특한 외모를 활용할 생각은 없다. 그보다는 ‘불교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깨는 데서 오는 의외성과 놀라움’에 웃음의 포인트를 두고 있다. 그를 통해 ‘현실적인, 요즘스런, 대중적인, 즐거운 불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현재 국제불교영화제 홍보대사인 윤성호 씨가 어릴 적 받은 법명은 ‘일진(日進)’이다. 처음 그가 스님으로 등장할 때 사용한 ‘일진 스님’ 캐릭터가 그의 진짜 법명이었다. 그러던 2023년 11월 22일, 서울 조계사에서 오심 스님을 계사로 수계하고 ‘뉴진(NEW 進)’이라는 새로운 법명을 받았다. 요즘 세계 정상급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그룹 ‘뉴진스’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뉴진스의 유명세에 살짝 발을 올린 느낌도 없지 않지만, 법명에 담긴 진짜 의미는 ‘새롭게 나아가다’라는 뜻이다. 2024년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겠다는 ‘개그맨 윤성호’의 당찬 각오가 담긴 법명이다. 세계무대를 향해 새롭게 나아가는 개그맨 윤성호, 뉴진 스님의 2024년 활약이 기대된다.

이지윤 기자 yur1@beopbo.com
 

[1710호 / 2024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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