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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특집] 용과 불교

  • 새해특집
  • 입력 2024.01.02 14:54
  • 수정 2024.01.02 18:26
  • 호수 1710
  • 댓글 0

부처님께 귀의해 불자·불법 수호하는 호법신장

초자연적 존재로 권위를 상징하는데 사용
황룡사·통도사 등 사찰 설화에 자주 등장
사찰 곳곳서 쉽게 발견…극락세계 안내자

만봉 스님 作 십이지신 중 '용'. 
만봉 스님 作 십이지신 중 '용'.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갑진년(甲辰年)으로 푸른 용의 해다. 푸른색의 ‘갑’과 용을 의미하는 ‘진’이 만났다. 청룡은 동쪽 방위를 지키는 수호신이자 만물의 근원인 물을 관장하는 수신의 성격이 강하다. 십이지신 중 유일한 상상의 동물이자 변화무쌍한 초자연적 존재이다. 수신과 풍요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져 갑진년에 기대가 부푼다. 

용은 예로부터 기린, 봉황, 거북과 함께 신성한 동물인 사령(四靈)으로 여겨져 왔으며 많은 설화 속에서 최상의 무기를 가지고 다양한 능력을 보유한 수호신으로 묘사된다. 중국 고대의 책 ‘관자(管子)’에는 “용은 물에서 나며 오색으로 몸의 색깔을 마음대로 변화시키는 조화능력이 있다. 작아지고자 하면 번데기처럼 작게, 커지고자 하면 천지를 덮을 만큼 커질 수 있다”고 전한다. 또 중국 한나라 허신이 편찬한 ‘설문(說文)’에서는 “능히 어둡거나 밝을 수 있고 가늘거나 커질 수 있으며 짧거나 길어질 수 있다. 춘분에 하늘에 오르고 추분에 연못에 잠긴다”고 표현한다.

과거 나라를 통치했던 왕들은 권위의 상징인 용을 왕권강화를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 조선시대 왕의 집무복인 곤룡포의 장식판 보개에는 다섯 발가락을 가진 오조룡(五爪龍)이 새겨져 있다. 또 임금의 군대 사열과 행차 시 각각 청룡기(靑龍旗)와 황룡기(靑龍旗)를 썼으며 임금이 앉는 자리를 용좌(龍座) 혹은 용상(龍床)이라고 불렀다. 왕은 용을 상징했기에 왕과 왕의 침전 지붕에는 용마루를 얹지 않았다. 

용이 불교와 관련을 맺은 것은 고대 인도의 사신숭배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와 오랜 관계를 이어온 우리나라에선 용을 사람과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장으로 여겨왔다. 이런 까닭에 많은 사찰의 창건설화에는 용과 관련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황룡사에는 서기 553년 신라 진흥왕이 궁궐을 짓기 위해 땅을 파는 과정에서 황룡이 나타난 신화가 내려져온다. 이를 예사롭지 않게 여긴 진흥왕은 그 자리에 궁궐 대신 사찰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황룡사(黃龍寺)다. 

훗날 신라의 자장법사(慈蔣法師)가 당나라를 다녀오는 길에  용신을 만났다. 이때 자장법사는 용신으로부터 신라의 안전과 번영을 이끄는 방법에 대해 듣게 된다. 용신은 “황룡사의 호법룡이 나의 큰아들인데, 범천왕의 명을 받아 절을 지키고 있으니 신라로 돌아가 9층탑을 세우고 경기 남쪽 지방에 절을 세운다면 국가가 태평할 것”이라고 했다. 신라로 돌아온 자장법사는 용신의 말에 따라 황룡사에 9층탑과 태화사(太和寺)를 세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신라 의상대사는 동해의 용으로부터 수정염주와 여의보주를 얻어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후 낙산사를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자장율사는 당나라에서 기도 중 문수보살에게서 부처님 진신사리와 가사를 받고 귀국, 통도사를 창건한 뒤, 아홉 마리 독룡의 항복을 받고 연못을 메워 그곳에 금강계단을 쌓았다. 통도사에는 ‘해장보각(海藏寶閣)’이 있는데, 개산조 자장율사를 모신 조사당으로 자장율사 영정 외에도 고려대장경 판본이 가득 차 있다. ‘해장보각’이란 이름 그대로 대장경을 바다 속 용궁에 보관해 뒀음을 의미한다.

신라고승 명랑법사는 해룡으로부터 황금 천냥을 받고, 보양선사는 서해 용왕의 아들 이목을 데리고 돌아와 금광사 창건했다. 진표율사는 용왕으로부터 옥과 가사를 받고 그 권속의 도움으로 금산사를 중창했다.

이처럼 용왕·용신은 팔부중의 하나로 불법에 귀의하여 정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 경전에 보면 ‘난타’와 ‘우파난타라’ 용왕은 부처님이 태어나자 한줄기는 따뜻하고 한줄기는 차가운 청정수를 토해내 탄생불의 몸을 씻겨 줬다고 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용을 불법의 수호자로 인식한 결과일 것이다. 사찰의 문 앞에 세우는 당간을 본뜬 청동보당(靑銅寶幢)의 끝을 용두(龍頭)로 장식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로 추측된다.

용은 중생을 피안의 극락세계로 데려다주기도 한다. 양산 통도사 극락보전에는 외벽 가득 반야용선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에서는 인로왕보살, 뒤에서는 지장보살이 용선에 승선한 왕생자들을 지키는 모습이 표현돼 있다. ‘대지도론(大智度論)’에 따르면 “물로 다니는 것 가운데에서는 용의 힘이 으뜸”이라고 했다. 물에서 가장 강한 용의 보호를 받으며 안전하게 극락으로 건너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반야선을 용선으로 드러낸 것이다.    
       
유화석 인턴기자 fossil@beopbo.com

[1710호 / 2024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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