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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특집] 용과 세시풍속

  • 새해특집
  • 입력 2024.01.02 14:57
  • 수정 2024.01.02 15:16
  • 호수 1710
  • 댓글 0

정월 첫 진(辰)일에 먼저 우물물 먹으면 대풍작

물 다스리는 신으로 길상 상징
상서로운 존재로 민속의례 주축

십이지(十二支) 동물 중 다섯 번째인 용은 동남동을 지키는 방위신(方位神)이자 오전 7시에서 오전 9시(진시), 음력 3월을 상징하는 시간신(時間神)으로 여겨졌다. 또 물과 바다를 다스리는 수신(水神)을 상징했기에 용은 농경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길한 존재였다. 

조상들은 매년 음력 정월 첫 번째 진일(辰日)을 ‘용날’ 혹은 ‘상진일’로 부르며 풍년을 기원했다. 특히 상진일에는 ‘용알뜨기’라는 재밌는 풍습이 전해진다. 이날 새벽에는 천계에서 용이 강림해 우물에다 알을 낳는데, 그 우물물을 마을에서 제일 먼저 길어다 먹는 자에게 대풍작의 운이 들어온다고 믿었다. 때문에 꼭두새벽부터 정화수를 뜨려는 부녀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용의 알을 뜬 우물에는 지푸라기를 잘라 띄워놓아 이웃이 허탕을 치지 않도록 배려했다.(‘동국세시기’ 정월 풍속)

반면 전남지역에서는 상진일에 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오지 않았다. 만일 물을 길어오면 농사철 바쁠 때 큰비가 내려 홍수가 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 어촌에서는 어장(漁場)에 해를 입는다고 해서 물을 길어오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지방에서는 첫 진일 전날에 각 가정마다 물을 넉넉히 길어다 두었다.

이외에도 음력 정월 대보름에는 용신에게 밥을 바치는 ‘어부심’, 부녀자들이 장수와 액막이를 기원하며 용신에게 공물을 바치는 ‘용궁맞이’, 섣달그믐 밤새 촛불과 향을 피워 용이 승천하는 모습과 같은 연기를 바라보며 힘찬 한해를 기원하는 풍속 등 용은 상서로운 존재로서 민속신앙과 의례의 주축이었다.

동지를 전후해서 농촌에서는 ‘용의 밭갈이’ 혹은 ‘용갈이’라고 불리는 농사점으로 한해의 풍흉을 알아보기도 했다. ‘동국세시기’에는 “충청도 홍주 합덕지에 매년 겨울이 되면 용이 땅을 가는 이상한 변이 있다. 그 갈아 젖힌 것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여 있으면 풍년이 들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하여 있으면 흉년이라고 한다”고 전하고 있다.

유화석 인턴기자 fossil@beopbo.com

[1710호 / 2024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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