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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의 힘

  • 새해특집
  • 입력 2024.01.02 17:12
  • 수정 2024.01.04 09:37
  • 호수 1710
  • 댓글 1

법보신문 대표 신년사

사홍서원 내용 아득하지만
보살의 삶 되새기도록 유도
법보신문도 정토세상 위해
서원 세워 정진할 것 다짐

이재형 대표
이재형 대표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 번뇌를 다 끊으오리다. 법문을 다 배우오리다. 불도를 다 이루오리다.’

절에 다니는 불자라면 사홍서원(四弘誓願)이 익숙할 것이다. 불교 행사 대부분 삼귀의로 시작해 사홍서원으로 마무리한다. 한때 어느 단체에서는 사홍서원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구체적인 서원으로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 세계 70억 인류와 수많은 생명체를 아우르는 ‘중생’을 다 구제하겠다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의구심은 당연할 수 있다. 또 찰나찰나 일어나는 번뇌 망상을 어찌 다 다스릴 것이며, 초기불교를 비롯해 부파·중관·유식·화엄·법화·밀교·천태·선 등에 이르기까지 그 많은 법문을 언제 다 익힐 것이며, 사념처·사정근·사여의족·오근·오력·팔정도·칠각지와 대승의 보살십지 관문 등등을 다 꿰뚫고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것이 정말 가능하다는 말인가. 새삼 사홍서원을 떠올릴수록 아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사홍서원은 애초 실현 불가능한 관념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실천을 중시한 대승불교에서는 사홍서원을 왜 그토록 강조했을까. 그 대답은 여러 경전과 논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대승불교 수행법을 설명한 ‘마하지관’에는 서원의 이유가 상세히 소개돼 있다.

‘서원이 없으면 소가 제어할 사람이 없어서 가야 할 곳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서원을 세워서 행위의 버팀목으로 삼음으로써 비로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서원은 다라니라고도 하니 선을 지니고 악을 막기 때문이다. 서원은 또한 질그릇이 불에 구워져야 물건을 담을 수 있는 것처럼 불과 같은 역할을 한다.’

서원이 굳건해야 삿된 길로 빠지지 않고, 끝까지 목적지에 이를 수 있음을 일러준다. 그래서 대승불교는 ‘서원의 종교’라고 하며, 그 연원 또한 깊다. 반드시 이루고야 말겠다는 다짐인 서원은 수많은 대승경전에서 어김없이 등장한다. 아촉불(12대원), 보현보살(10대원), 아미타불(48대원), 약사여래(12대원) 등 불보살도 각각의 서원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사홍서원은 모든 불보살에게 공통되는 서원이다.

불교는 고통이 없는 세상을 지향한다. 그것은 지혜와 자비로 완성된다. 사홍서원은 근본을 돌아보게 한다. 힘겨워하는 뭇 생명의 아픔을 끌어안고, 무기력과 분노 혹은 원망하는 마음이 번뇌임을 알아차려야 하고, 우리는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워나가고,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진리의 길을 걷는 것이 곧 피안으로 건너가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그 서원의 마음이 간절해질수록 불가사의한 힘도 나온다.

지금까지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없었듯 2024년도 수많은 일이 벌어질 것이고 우리는 희로애락과 마주할 것이다. 거기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늘 서원을 되새기고 돌이킬 수밖에 없다. 법보신문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선양하고(尊敬眞理), 불교계 안팎으로 팽배해있는 아집과 교만을 항복 받으며(屈伏我慢), 옳고 밝음을 드러내고 널리 펴라(公明正大)’는 창간 정신을 잊지 않을 것이다. 법보신문 공익법인 일일시호일도 올해 이주노동자 및 다문화가정을 비롯해 국내외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더불어 사는 사회 구현에 앞장서고자 한다. 또 불교 순례 문화의 다변화 및 발전을 새롭게 모색할 것이며, 스님과 불자님들의 기록을 정리하는 일에도 원을 세워 매진할 계획이다.

보살은 서원의 힘으로 살고 중생은 업의 힘으로 산다고 했다. 서원이 있으면 보살의 삶을 사는 것이며, 서원이 없으면 중생의 삶을 살고 있음을 의미한다. 법보신문은 불자들이 행복하고, 불교가 건강하고,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정진할 것임을 지극한 마음으로 서원한다.

[1710호 / 2024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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