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제는 사부대중 불교다

  • 법보시론
  • 입력 2024.01.02 17:57
  • 수정 2024.01.03 11:22
  • 호수 1710
  • 댓글 0

올해 2024년은 청룡의 해다. 지난 2000년은 경진년(庚辰年)으로 백룡의 해였고 2012년은 임진년(壬辰年)으로 흑룡의 해였다. 2000년대의 시작과 함께 상승하는 용의 기운이 세 번째 돌아오는 것이다. 용은 부귀와 풍요를 상징하는데 오늘날 용과 관련된 지명이 전국에 1200여 개나 된다고 하니 복을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지난해는 다사다난했다. 마음에 두게 되는 2023년 사건을 정리하면 두어 가지 정도다. ‘종교편향적 인사’에 대한 불교계의 공분이 그 하나다. 인사 편중의 원인을 당장에 불자인재가 없다는 자책으로 대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자인재 양성이라는 해법은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설령 그렇게 하더라도 임명권자의 또 다른 기준에 밀려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장·차관과 군장성 인재풀에서 불자가 소수인 게 현실이라면 해법은 소수집단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에 있다. 미국은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에게 취업이나 진급 등에서 우대조치를 함으로써 차별과 불이익을 개선하는 ‘하나의 미국’을 만들어 왔다. 편 가르지 않는 리더십이 국정운영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이념 간, 빈부 간, 지역 간, 세대 간 갈등이 첨예한 나라에서 이제 종교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어리석음을 넘어 국가 안위를 위태롭게 한다. 우리에게 다양성은 여전히 유효한 가치다. 

광화문 일대를 포함해 전국에서 진행 중인 ‘공공영역과 사적지(史蹟地)에 대한 천주교 성지화와 불교 역사 지우기’가 그 둘이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들 듯, 사람이 만든 공간은 공간 속 사람의 의식을 결정한다. 한일 역사전쟁에서 절감하듯 후세에 미치는 왜곡의 폐해란 감당의 차원을 넘어서기 때문에 우리 세대 불자의 절대적 소명으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 

‘부처님 법 전합시다’가 사부대중의 미션임을 확인한 것이 그 셋이다. 수행 중심의 한국 불교계가 부처님께서 준 소임이 전법이었음을 통감하게 된 중요한 전기(轉機)가 되었다. “우리도 지장보살같이 성불은 다음 생으로 미루고 금생에는 부처님 법을 전하자”는 경책은 전국 모든 사찰 전각 기둥에 주련으로 새겨둘 가치가 있다.

갑진년(甲辰年)이 밝았다. 하지만 출가자와 불자 감소라는 불교계 현안은 여전히 현실을 어둡게 한다. 우리는 그동안 “수행이 포교다”라고 말해왔지만, 마주한 한국불교의 현실은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부대중이 전심전력을 다하는 불교여야 희망이 있다. 포교의 시작은 라포(rapport)의 형성이므로 재가자의 역할이 매우 크다. ‘법보시야 말로 칠보로 탑을 쌓는 보시보다 그 공덕이 크다’는 사실은 ‘금강경’을 비롯한 여러 경전에서 거듭 설해지고 있다. 

11월 11일을 ‘전법의 날’로 정하는 것은 미션을 이루기 위한 일련의 제도화로 사부대중의 전법 의지를 보다 확장하고 지속 가능하게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11월 11일이라는 글에는 1자가 넷이다. 이는 작은 기둥 네 개만 있으면 어디든지 천막을 치고 죽음을 불사하는 무문관 정진의 결기로 부처님 법 전하자는 의미도 담아낸다. 전법의 날에는 부처님 말씀을 전하고 실천한 개인과 단체를 격려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행사가 축제처럼 열릴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대중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십이지에서 용은 음력 3월, 봄을 뜻한다. 용은 통일신라 이후 호국룡이 되어 위기 때마다 나라를 구했다. 이제 한국불교가 다시 용을 만났다. 다시 새해를 여는 설레임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사부대중이 부처님 법을 실천하며 이웃에 전하는 한국불교로 거듭나자. 막다른 골목이다 싶으면 모퉁이를 돌아보자. 또 다른 길이 있다. 길이 없다면 만들면 된다. 사부대중이 함께 걸으면 길이 된다. 인간은 높은 곳만을 외치며 갈증으로 고통받지만 강은 낮은 곳으로 흐르며 더욱 깊어진다. 끝내 바다에 이르는 ‘값진’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 대전대 교수 

[1710호 / 2024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