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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보살님!

기자명 선우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24.01.03 14:31
  • 수정 2024.01.03 14:33
  • 호수 1710
  • 댓글 2

우리 몸속은 복잡한 생태계
생명체 간의 상호작용 연속
내 생명 유지 시키는 세포들
하나하나가 관음보살의 화신

내게는 감기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감기 기운이 몰려올 즈음, 나는 마치 비밀 요원처럼 바이러스의 침입 신호를 포착한다. 

목뒤에서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오싹한 기운, 눈가에 찾아오는 그 불청객 같은 피로함을 말이다. 그 순간, 나의 특별한 감지력이 발동한다. 타이밍을 놓치면 꽝이다. 그래서 나는 특급 대응 요원처럼 행동한다. 비타민C를 아낌없이 투입하고, 생강차와 꿀보이차를 대거 동원한다. 그러면 몸속의 면역 세포들이 마치 슈퍼히어로처럼 각성하여, 감기 바이러스들을 일망타진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 속의 장면과도 같다. 코로나바이러스와 감기 바이러스가 내 몸을 정복하려 침투했지만, 나는 그들에게 당하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다.

우리 몸은 매일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는 복잡한 생태계와 같다. 그 중심에는 박테리아가 있다. 이 미세한 존재들은 스스로 양분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동물의 위나 장, 심지어 우리의 피부와 같은 곳에서 살아간다. 이런 박테리아들은 우리 몸에게 중요한 동맹군이기도하다. 

그들은 몸속에 들어오는 위험한 바이러스와의 전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주변의 자원을 선점함으로써 외부에서 들어온 침입자들이 우리 몸에서 살아남을 자리를 찾지 못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피부에 사는 박테리아는 우리 몸에서 나오는 분비물을 소비하여 피부를 깨끗하게 유지한다. 이 과정은 피부병을 유발하는 유해한 균의 성장을 억제한다. 이렇게 볼 때, 우리 몸의 세포와 박테리아 간의 경계는 참으로 모호해진다.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생명 현상은 개별적인 존재를 넘어서는 것이며, 우리 몸은 이 작은 생명체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존재한다. 

생물학, 특히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를 연구하는 분야는 놀라운 아름다움을 지닌 학문이다. 우리 몸속의 세포들은 생명의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화된 세포는 스스로 알아서 빠르게 사멸해 간다. 젊을 때는 빨리빨리 알아차리고 퍽퍽 사멸한다. 그리고 그렇게 죽은 세포는 아미노산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그야말로 생명을 위한 살신성인이다. 하지만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죽지도 않고 제 기능도 하지 못하면서 끈적끈적하게 남는다. 안 죽으려는 집착성 세포들이 몸속에 쌓이는 것을 바로 노화라 한다. 

면역 시스템은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자신을 죽이라는 신호를 내보내며 세포 스스로 목을 내놓는다. 

그러면 킬러세포가 감염된 세포를 죽인다. 그런 일이 우리 몸에 매일 매일 일어난다. 60조개의 세포 중 문제가 발생된 세포는 스스로 빨리 죽여 달라고 앞으로 진출한다. 박테리아균이 침입하면 엄청 빠른 속도로 새끼를 치며 DNA세포로 들어가고 충돌한다. 이 박테리아를 물리치기 위해 면역세포는 몸을 던져 출동하고 박테리아를 먹어 치우기 위해 노력하다가 결국엔 박테리아를 덮침으로써 한 몸이 되어 죽는다. 

위급한 상황이 되면 그물망을 던져 한꺼번에 박테리아를 감싸 안으며 장렬히 전사해 간다. 그 죽어간 세포의 시체가 바로 코딱지며 콧물이다. 이들에게 문득 삼배를 올리고 싶어진다. 건강한 생명을 위해 싸우고 버티다 장렬히 사멸해 간 세포 보살님들! 

무엇보다도 놀랄만한 것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가 전혀 이기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의 세포 하나하나가 관세음보살이며 부처다. 매 순간 나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수억 개의 관세음보살 화신들이 나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존재의 참 진실이다. 참으로 숭고하지 않는가? 관념 속에서 허우적 되는 자의식을 붙들기보다는 멋진 세포 보살님들을 믿고 싶어진다. 

2024년 갑진년 새해! 올해는 육십간지의 41번째로 푸른색의 ‘갑’과 용을 의미하는 ‘진’이 만나 청룡(靑龍)을 의미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푸른 용의 해’가 시작된 것이다. 나의 몸속에 내재돼 있는 멋진 세포들처럼 청룡의 위엄과 기백이 꿈틀거리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선우 스님 부산 여래사불교대학 학장 bababy2004@naver.com

[1710호 / 2024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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