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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재를 시작하며

명상, 종교 넘어 세계문화의 주류

미국·유럽 성인의 15% 명상
명상 효과 과학적 입증 결과
유명인 홍보에  대중 관심 커
시대변화 따라 명상도 변화

구글트렌드 등에 의하면, 2023년 말  세계 80억 인구 중에 적어도 2억7500만 명의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명상을 한다. 미국과 서유럽에서는 성인 인구의 15%가 명상을 한다. 이들 중에는 물론 종교적인 이유로 명상을 하는 사람이 많지만, 힐링과 재충전을 위해서 또는 생활 습관 의학의 일부로 삼아 꾸준히 명상하는 사람들의 수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명상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21세기 명상은 알게 모르게 일상이 되고 세계 주류 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미국과 유럽 대도시의 명상 인구 대다수가 종교와 상관이 없이 건강을 위해 명상한다. 예를 들면, 미국 대도시에 있는 수많은 명상 스튜디오는 업무를 마친 직장인들이 들리는 곳이 되었다. 그들은 스트레스를 다루고 심신을 관리하기 위해 짧은 시간이나마 명상을 한다. 뿐만 아니라 명상과 헬스 산업이 융합하여 명상이 체력 단련의 보조수단이 되기도 한다. 2018년에는 미국과 영국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피트니스 회사인 ‘Equinox’도 고강도 훈련과 명상을 결합한 ‘HeadStrong’이라는 수업을 출시하였다. 또한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은 후에는 명상이 SNS를 통해 더욱 쉽게 개인에게 다가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명상 앱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13년 미국 국회의원 후보인 마크 샌포드는 야후 뉴스(Yahoo! News) 인터뷰를 통해 3년 전부터 꾸준히 명상 수행을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저는 기독교 신앙을 배경으로 자란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매일 불교의 방식으로 수행합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 머무는 것’이죠. 제 생각에 이것은 서양 문화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서두르고, 너무 바쁩니다. 저는 명상을 통해 조용함과 고요함의 중요성을 배웠어요.” 다음날 샌포드는 미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었다. 정치인이 선거 하루 전날 자신의 종교적 배경과 상관없이 불교 명상의 우수성을 알리면서 자신의 명상 수행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이미 명상이 종교적 편견의 벽을 넘어 미국 사회 전반에 세련된 트렌드로 대중문화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명상은 수천 년 동안 수행됐으며 모든 주요 종교의 수행법이다. 일부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명상의 기원은 기원전 5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명상은 유대교, 힌두교, 자이나교, 시크교, 불교와 같은 종교들과 관련이 깊다. 명상의 세계적 확산은 기원전 5~6세기경 실크로드를 따라 시작되었으며, 점차 아시아 전역으로 퍼졌다. 역사적으로 명상이 종교와 함께 새로운 지역에 전파되면, 그 지역 문화에 맞게 천천히 변형되었다. 그러나 21세기 명상은 특정 종교의 영역을 넘어 세계 어디에나 있는, 세계 문화의 주류가 되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20세기에 동양의 명상, 특히 불교 명상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가 진행되면서 명상의 효과가 증명된 것이다. 1970년대부터 명상이 건강 회복과 유지 및 심리치료에 큰 효과가 있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의료 분야에서 명상을 적극적으로 치료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1990년대에는 학자, 기업인, 스포츠 선수, 배우 등 유명인들이 능력 향상과 심신 안정을 이루는 방법으로 명상을 수행한다고 널리 알림으로써 대중적 관심을 자극하였다. 이후 명상은 미국과 서유럽의 대도시 어디에서나 배울 수 있도록 산업화되었고, 결국 명상은 한때 서양인들이 가지고 있던 동양의 특정 종교와 히피문화와 연결된 편견을 벗어나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종교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용되면서 발전했듯 명상도 현시대의 사회·문화적인 맥락에 의해 해석되고 변화되고 있다. 이 연재는 앞선 시대가 경험한 명상의 문화적 변용 과정과 현시대의 명상 트렌드를 살펴보면서, 더욱 급격한 변화가 예측되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명상이 우리의 일상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관해 예상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명상의 대중화·세속화·산업화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더 나아가 ‘명상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도 함께 모색할 것이다.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 cherryhill2736@gmail.com

[1711호 / 2024년 1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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