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정혜(수복화·54) 참선수행 - 하

기자명 법보

간화선·진언·주력 접목하면
병통·혼침·도거 줄일 수 있어
10년 간 틈틈이 능엄선 정진 
의식 깨어나며 참 지혜 발현

고봉선사(1238~1295)는 의정이 문득 일어나면 공부가 급격히 진전하고 ‘무심삼매’에 들어갈 수 있다는 체험담을 전했다. 그리고 의정이 일어난 이후에는 ‘화두공부’를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공부의 에너지가 현전하면서 공부가 수월해진다. 단지 집중하고 공부를 놓지 않으려고 방일하지 않으면 된다. 몽산화상은 이를 화두가 자연적으로 현전한다고 했고, 고봉선사는 화두가 저절로 들린다고 했다. 이때부터는 공부가 수월해지면서 공부에 힘을 덜게 되는 생력(省力)과 공부에서 힘을 얻게 되는 득력(得力)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렇게 공부가 진전될 수 있는 궤도에 오르면 의문심이 한조각(타성일편)이 되면서 뭉쳐지기 시작한다. 이 상태를 ‘의단’이라 했다. 여기서 공부를 이어갈 수 있는 신심을 지니고 인욕바라밀을 한다면 수행의 임계점에 도달하여 의단이 풀리거나 터지면서 깨치거나 깨닫게 된다. 이와같이 간략하지만 구체적인 ‘K간화선’의 과정을 7단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 화두를 들고 일으키는 진짜 의문심→ 2단계  의문심 이어가기→ 3단계 의문심의 작동(의정) 일으키기→ 4단계 화두공부의 자연적인 현전→ 5단계 의문심의 한조각(타성일편)→ 6단계 의문심의 뭉침(의단)→ 7단계 의문심 터트리기(의단의 해체)이다.

따라서 ‘K선명상’의 범주에 한국불교의 대표적 명상법 ‘간화선’이 포함된다. 이는 수행의 단계를 뛰어넘어 지름길로 진입할 수 있는 경절문(輕截門)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수행법의 설명이 추상적이거나 난해하게 여겨질 수 있고 수행 초기부터 난관을 거쳐야 하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난이도가 높지않고 한국적인 독특성과 고유성을 드러낼 수 있는 K선명상화를 위해서는 진언과 다라니가 필요하다. 진언과 다라니를 명상(참선)화 하여 수행단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경절문의 이득을 기대함으로써 수월하게 몰입력을 지속시키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성철 스님이 전한 ‘능엄주’ 다라니와 탄허 스님이 전파한 ‘광명진언’을 참선화할 수 있다. 오늘날 대다수의 사찰에서 주요 대중기도로 활기를 찾고 있는 ‘신묘장구대다라니’도 좋은 다라니명상이 될 수 있다고 간주된다. 한암선사가 건봉사의 염불 전통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고성염불을 최상의 수행으로 여기는 풍토를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이는 소리를 내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염불하는 자는 누구인가?’를 돌이켜 비춰보는 회광반조를 통해 마음을 돌이켜 본래심을 찾는 염불참선(명상)으로 염선무이(念禪無二)의 수행원리를 제시한 것이다. 

성철 스님이 일상에서 직접 행하며 그 효과를 체득하고 전했던 ‘아비라기도’ 역시 진언명상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옴아비라훔캄스바하’ 법신진언과 같이 짤막하지만 강렬한 우주의 에너지가 담긴 ‘옴’과 ‘훔’을 강하게 발음하면서 빠른 속도로 진언을 돌리다 보면 빈틈 없이 ‘성성밀밀면면’한 참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참선의 두가지 병통인 혼침과 도거(산란함)도 줄일 수 있는데, 소리를 내어 진언이나 염불을 하는 것은 혼침을 없애는 요결로 몽산 선사가 제안했던 방법이다. 

10년 동안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몸과 마음이 힘들 때 습관적으로 능엄선을 해왔다. 이는 능엄주를 소리를 내지 않고 마음으로 따라가면서 관하는 행법이다. 마치 ‘안반수의경’에 설해진 수식관이 마음이 호흡을 따라가듯 이 명상에 온전히 마음을 모은다. 잡다한 생각과 감정이 사라지고 의식은 성성히 깨어나면서 몸과 마음이 가볍고 편안해진다. 그리고 전날 잠들때까지 했던 고민과 괴로움이 사라지면서 참지혜가 발현될 수 있다. 

일상의 번잡한 상황에서 긴 여유가 생기면 능엄선을 한다. 잠깐의 여유에는 ‘광명진언’으로 진언명상(선)을 습관적으로 한다. 근본적인 업, 업식, 업장에서 자유로워지면서 본래적 자아를 만나고 본래심과 계합할 수 있다. 

이들은 참선에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는 K진언명상과  K다라니명상으로 K선명상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명상시대가 도래하는 세계적 트렌드와 궤를 같이하면서 현대인의 삶의 질을 고양시킬 수 있는 한국적 명상법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1711호 / 2024년 1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