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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깨달음의 장 구현하려는 대원력 깃들어

  • 불서
  • 입력 2024.01.09 14:35
  • 수정 2024.01.11 18:09
  • 호수 1711
  • 댓글 0

다비
조계종 문화부/다비작법보존회 엮음/조계종출판사
208쪽/1만8000원

조계종 문화부 등 다비의식 분석한 연구논문 모아 책으로 엮어
다비 문화 수용·확산 과정 등 밝혀…전통사찰 다비 사진도 수록

다비(茶毘)는 사체를 화장(火葬)하는 것으로, 불교가 성립되기 이전부터 인도에서 행해지던 장례법 가운데 하나다. 인더스문명의 장례에서 출발한 다비는 부처님이 이 의식을 통해 일생을 회향하면서 불교의 장례법으로 정착됐고, 불교가 유입된 이후 한국에서도 다비의 전통이 이어져 왔다. 특히 다비는 부처님의 지혜와 맑은 가르침이 스며 있고, 불교의 문화사적 의미와 죽음관 등이 결집돼 있어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무형문화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에 이르러 일부 큰스님의 입적 때만 단발적으로 봉행되고 전통 다비의례 전승자들이 줄면서 다비 전통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더구나 다비는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고 학술적 연구와 보존 노력이 상대적으로 줄면서 이대로라면 불교의 대표적인 무형문화인 다비 전통이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때문에 전통 계승을 위해 다비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학술적 논의 확대 및 전통 의례 계승자 양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책은 조계종 문화부와 다비작법보존회가 불교가 전래된 이래 한국 전통문화로 정착·전승돼 온 다비의식을 종교를 넘어 국가 차원에서 그 가치를 널리 알리고, 나아가 우리의 소중한 무형문화로서 다비를 어떻게 활용해 나갈 수 있을지 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엮은 학술서이다. 지난해 8월 ‘무형문화유산으로서 다비의 가치와 전승’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 논문들이 수록됐다. 
 

다비는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무형문화로 평가되고 있지만 최근 다비의례 전승자들이 줄면서 그 전통이 단절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다비의례 전승자 양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진은 지난해 1월 입적한 범어사 정관 대종사의 다비식. [법보신문 DB]
다비는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무형문화로 평가되고 있지만 최근 다비의례 전승자들이 줄면서 그 전통이 단절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다비의례 전승자 양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진은 지난해 1월 입적한 범어사 정관 대종사의 다비식. [법보신문 DB]

책에 따르면 불교의 전통 장례인 다비의식에는 부처님 가르침과 열반에 든 선대 수행자의 가르침을 잇고자 하는 발원의 의미가 담겨 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든 이후 다비 의례에 동참한 제자들과 불자들은 부처님의 육신을 화장해 사리와 분골, 재를 수습하고 각자의 고향으로 이운해 여법하게 봉안했다. 이 같은 과정은 부처님 가르침을 영원히 간직하고 따르고자 했던 원력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다비는 단순히 육신을 태우는 화장의식이 아니라 마지막 생멸의 과정을 거쳐 지수화풍의 사대(四大)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깨달음의 장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사부대중 공동체의 대원력을 담아내는 ‘수행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다비 전통은 4~6세기 불교가 수용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당시 매장 문화가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화장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신라 자장 스님을 제외하고 당시 스님들이 다비를 했다는 기록을 발견하기 어려울 만큼 불교가 유입된 초기에는 다비 문화가 크게 성행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 다비가 조명된 것은 통일신라 후기로, 중국 당에서 유학한 스님들이 속속 귀국하고, 선종이 유입되면서부터다. 다비 문화가 민간에까지 성행하게 된 것은 고려 중엽인 12세기에 들어서다. 이 무렵 불교식 예제(禮制)가 성행하면서 왕실뿐 아니라 민간에까지 다비 문화가 확산되게 됐다. 그러나 숭유억불의 조선시대에 들면서 화장이 엄격히 금지됐고, 이로 인해 다비 의례는 위축됐다. 다만 승가의 장례법으로는 허용되면서 사찰을 중심으로 다비의 전통이 계승될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책에서는 우리나라 다비 의식의 가장 큰 특징이 선(禪)적 요소가 강하다는 점을 설명한다. 이는 일상의 모든 것을 선수행으로 여기는 선불교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점이다. 특히 다비는 마지막 육신을 벗는 의식을 치르면서 영가와 남은 자들이 다함께 무상의 진리를 거듭 새기는 과정으로 인식한다. 곧 죽음은 슬프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 실체 없는 무상의 세계에서 벗어나 불생불멸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임을 일깨우는 활달한 선풍의 기개가 다비 의식에 고스란히 담겼다는 것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은 1장에서 초기 불교경전에 나타난 다비의 역사적·문화적·철학적 의미와 함께 부처님의 다비뿐 아니라 출가자의 화장과 일반인 장례 방식 등을 조명한다. 2장에서는 우리나라 장례문화의 역사 속에서 화장의 전개를 살펴보고, 그 가운데 승가의 다비가 어떻게 전개돼 왔는지를 분석한다. 또 3장에서는 불교 상례에서 발인 이후 의례문인 다비문과 의궤에 담긴 언어의 미학을 통해 한국불교 상례의 문화재적 가치를 탐구하고, 4장에서는 다비의 전승 양상과 오늘날 설행되고 있는 다비 의례의 구조와 방식, 그리고 다비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개선할 방향 등에 대해 검토한다. 이와 함께 책에서는 백양사, 범어사, 봉선사, 수덕사, 해인사, 월정사 등 다비 의례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사찰의 고유한 다비 방식을 80여 장의 사진으로 소개해 각 사찰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다비의례를 살펴볼 수 있다. 

동국대 명예교수 보광 스님은 “이 책이 수행의 전통과 종단 장례의식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밖으로는 불교적 장례인 ‘다비’에 담긴 의미를 대중화하고 조명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711호 / 2024년 1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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