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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목과 구조

눈앞의 모든 건 마음의 다른 모습

‘해심밀’ 부처님 깨달음 경지
법 기준으로 제목 삼은 사례
본성은 무자성으로 실체 없고
법무아 성품임을 명백히 밝혀

‘해심밀경(解深密經)’은 깊고도 비밀스러운 마음을 풀이한 경전이라는 의미이다. 대승경전에 속하는 가르침으로 마음을 연기와 공, 무자성에 근거해서 교설이 펼쳐진다. 세상만사는 마음에 의해 구성되고 전개된다는 주장으로 세상엔 오직 마음만 존재할 뿐 외적 대상은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 사상이다. 즉 우리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체의 모습과 사건들은 단지 마음의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진실에 있어서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가르친다. 당나라 때 현장법사에 의해 번역됐으며 ‘불설해절경(佛說解節經)’ ‘상속해탈지바라밀요경(相續解脫智波羅蜜了義經)’ ‘심해탈경(心解脫經)’으로도 불린다.

대승에서는 경전의 제목을 정하는 데에는 대략 네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법(法)에 의해 경전의 제목을 삼는 경우이다. 법이란 부처님이 깨달으신 경지나 내용을 말하는 것으로 ‘반야경’ ‘원각경’ ‘능엄경’ ‘정토경’ ‘반주삼매경’ 등 대다수 경전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는 위에서 언급한 법을 어떤 사물에 비유해 경전 제목을 삼는 경우이다. 예컨대 ‘금강반야바라밀경’ ‘묘법연화경’ ‘대방광불화엄경’ 등이 이에 속한다. ‘금강반야바라밀경’에서 반야바라밀은 법이 되고 그 반야바라밀을 금강에 비유했으므로 비유로써 제목을 삼았다고 하는 것이다. ‘묘법연화경’에서 묘법은 법이 되고 연화는 비유가 되며, ‘대방광불화엄경’에서 대방광불은 법이 되고 화엄은 비유가 되어 경전의 제목이 정해졌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명칭(名稱), 즉 어떤 인물의 이름을 따서 경전의 제목을 삼는 경우이다. ‘관음경’ ‘아미타경’ ‘지장경’ ‘약사여래본원경’ ‘유마경’ 등이 이에 속한다. 네 번째는 부처님이 설법하신 장소를 경전 제목으로 삼는 경우이다. ‘대승입능가경’ 등이 이에 속한다. ‘능가경’에서 능가는 산의 이름으로 부처님이 이곳을 장소로 삼아 설법하셨으므로 경전의 제목을 삼게 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해심밀경’은 법으로써 제목을 삼았다고 할 수 있다. ‘해심밀’은 부처님이 깨달으신 경지이며 내용이기 때문이다. 대승불교 수행의 주요 논서 가운데 하나인 ‘대승기신론’에서 ‘법이란 곧 중생의 마음이다’라고 한 바와 같이 ‘해심밀’은 중생의 마음을 풀이 했으므로 법으로써 제목을 삼았다고 하는 것이다.

이 경은 모두 8품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구조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품인 ‘서품(序品)’은 경전을 설한 동기, 장소, 청법대중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제2~5품인 ‘승의제상품(勝義諦相品)’ ‘심의식상품(心意識相品)’ ‘일체법상품(一切法相品)’ ‘무자성상품(無自性相品)’은 마음의 모습과 그 본성이 어떠한지 언급하고 있다. 제6품인 ‘분별유가품(分別瑜伽品)’은 불교 수행의 두 날개라 할 수 있는 지관쌍수에 대해 언급하고 있고, 제7품인 ‘지바라밀다품(智波羅蜜多品)’에서는 유식의 측면에서 10바라밀 수행과 이에 따른 10가지의 수행단계라 할 수 있는 10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제8품인 ‘여래성소작사품(如來成所作事品)’에서는 수행 결과와 공덕 그리고 해탈의 경계가 어떠한지 언급하고 있다. 

특히 이들 가운데에 제2품에서 제5품은 이 경의 핵심을 이루는 가르침들로 제2의 ‘승의제상품’에서는 출세간의 경계인 진여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밝혔으며 제3의 ‘심의식상품’은 세간의 경계인 번뇌 모습이 어떠한지를 밝히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심의식상품’에서 유식의 핵심 사상이라 할 수 있는 제8아뢰야식(阿賴耶識)을 설명한다. 제8아뢰야식은 모든 마음의 근본으로 제6식인 의식과 더불어 끊임없이 생멸 변화하면서 갖가지로 분별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그리고 이와 같은 8식과 6식의 모습들은 의타기상(依他起相)이며 변계소집상(徧計所執相)으로 중생을 괴로움에 빠지게 하고 생사윤회에 헤매게 한다. 하지만 제8식과 제6식은 물론 모든 마음이 결정코 중생의 속성만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도 중생의 모든 마음에는 청정무구한 불성인 원성실성(圓成實相)의 원리를 안고 있다. 또한 이들 3종의 모습들은 그 본성이 무자성(無自性)으로 실체가 없는 것이어서 마침내는 법무아(法無我)의 성품임을 명백히 밝힌다.

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 yoomalee@hanmail.net

[1712호 / 2024년 1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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