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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승가대를 어찌할까

기자명 이병두

“중앙승가학원이 큰 교육기관으로 발전되어 많은 인재가 배출되길 바랍니다.” 1979년 4월 14일 서울 돈암동 보현사에서 중앙승가대학교의 전신인 중앙불교승가원을 개원하는 자리에서 석주 스님이 전한 법어 중 한 대목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승려전문교육 정규대학으로 1979년 개교에서 2024년 현재에 이르러 42회 졸업생 2000여명의 동문을 배출하며 한국불교의 지도자 양성에 매진해 왔다’고 하는 홈페이지 표현대로, 5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중앙승가대학교는 현대 한국불교 역사에 큰 자취를 남겼다.

이 승가대의 앞날이 불안하다. 출가자 숫자가 매우 빠른 속도로 줄어들면서 승가대 지원자 숫자가 감소하여 열 손가락을 넘기지 못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는 매우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몇 달 전 “동국대와 합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후, 운영주체인 조계종 총무원뿐 아니라 동문들도 이에 대하여 찬성과 반대 의견을 내놓는 곳이 없고, 진지하고 치열한 논쟁은 기대할 수도 없다. 모두가 무관심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많은 이들이 고민하며 살려낼 방법을 찾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세상 모든 일에는 긍정과 부정의 양면이 있다. 어느 쪽 비중이 높은지, 그 비율에 따라 호평을 받거나 악평을 받게 될 뿐이다. 조계종이 현대적인 승려교육을 위하여 설립‧운영해 온 중앙승가대도 종단의 중추가 될 훌륭한 인재를 꾸준히 육성한 공(功)과 함께 한때 지나친 종단 정치 간여 등으로 비판을 받는 등의 잘못[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는 잘못보다는 공이 훨씬 더 크다고 말하고 싶다.’ 2018년 5월 23일자 ‘법보신문’의 ‘이병두의 사진으로 보는 불교’에 쓴 ‘중앙승가대 전신 중앙불교승가학원. 석주 스님, 중앙승가대 초석 다졌다’는 글 마지막 대목이다.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종교에 대한 일반인의 무관심이 깊어지면서 불교뿐 아니라 천주교도 출가자 급감 위기를 겪고 있다. 물론 천주교 사제의 감소 추세가 아직 불교에 비해 약하기는 하지만, “수녀가 되겠다”며 수녀원을 찾는 여성 숫자는 아주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고 거의 ‘0(zero)’에 가까워져서 수녀원의 신입 수녀들 중 동남아 출신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들었다. 프랑스 등 유럽 천주교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된 일이다. 개신교계 신학대학들도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어서 폐교를 앞두고 있는 신학교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다른 종교도 다 겪는 세계적인 현상인데 우리라고 별 수 있냐?”고 해도 비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종도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남 고흥군 영주고등학교와 경북 청송군 현서고등학교는 입학생이 급감하면서 폐교 위기를 맞게 되자, 학교와 지역주민들이 “마을이 살려면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아 ‘20~60대 주민들이 늦깎이 학생이 되어’ 위기를 넘겼다. 이 두 학교뿐 아니라 전국에서 학교를 살리려는 주민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연합뉴스’ 2017. 1. 13.) 전남 신안군 초등학교 몇 곳은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다른 지역 가구를 유치하는 방법을 찾아내 위기를 넘겼고, 경남 거제 장목에 있는 중학교 한 곳은 예술중학교로 바꾸는 ‘혁명적 변화’를 통해 전국에서 학생들이 찾아오는 유명한 학교가 됐다.

일반 사회에서 유효한 방법을 승가대에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관계자들이 진지하게 고민하면 ‘살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승가대를 스님들을 위한 석‧박사 과정 중심의 대학원대학으로 운영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50~60대 주민들이 입학하여 학교와 지역을 살리는 사례를 참고하여, 우선 승가대 동문스님들이 자신의 상좌부터 시작해 학인들을 입학시키는 운동을 펼치는 것도 위기를 넘기는 방법일 것이다. 관건(關鍵)은 ‘승가대를 살리자!’는 확고한 의지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713호 / 2024년 1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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