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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암 스님 입적일 그리고 양력과 음력 

  • 데스크칼럼
  • 입력 2024.01.23 13:38
  • 수정 2024.01.23 13:42
  • 호수 1713
  • 댓글 0

입적일이 기록마다 상이한 이유
음력 12월16일…양력은 새해 1월
양·음력 정확히 명기치 않아 혼란
음력 병행 현실적 어려움 개선해야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만암당 종헌 대종사’가 한국불교 근현대사에 남긴 발자국은 깊고도 선명하다. 1876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만암 스님의 삶은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6·25한국전쟁을 관통하는 혼란의 한복판이었다. 이러한 시대, 갓 열 살에 접어들던 1886년 백양사에서 출가한 만암 스님은 손수 논밭을 일구며 기근에 허덕이던 주민들을 구제하고 쇠락해 있던 백양사를 중창했다. 광성의숙·심상학교·정광중고등학교 등을 세워 출가자와 재가자를 아우르며 인재 양성에 매진하는 한편 일제강점기 조선불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참선수행과 선농일치를 강조했다. 

최근 이러한 만암 대종사의 행장에 대한 연구와 재평가 움직임이 이어지며 한국불교 근대사에 대한 연구의 지평도 넓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한국정토학회가 2023년 12월 간행한 ‘정토학연구’ 제40집에 수록된 이재형 법보신문사 대표의 논문 ‘만암대종사 행장에 관한 고찰’은 이러한 만암 스님의 행장, 그 가운데에서도 정확한 입적 시기가 언제인지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어 흥미롭다. 논문에서 이 대표는 만암 스님의 입적 시기가 자료마다 상이하게 표기돼 있음을 지적하며 이를 비교 평가해 입적 시기에 대한 합리적 추론을 도출하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만암 스님의 입적 시기는 △1956년 12월 16일(‘한국민족문화대백과’) △1957년 1월 10일(‘고불총림’) △1957년 1월 16일(동아일보) 등 여러 자료에서 조금씩 다르게 표기돼 있다. 논문에서는 이 같은 일이 벌어진 이유를 여러 자료들을 비교해 분석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스님의 입적 날짜로 지목되는 ‘병신년(丙申年) 12월 16일’이 음력이었음을 밝혔다. 이 날짜를 양력으로 환산하면 1957년 1월 16일이다. 양력으로는 해가 바뀌었으나 음력으로는 아직 해가 바뀌기 전이었던 것이다. 이 대표는 논문에서 “서술자들이 음력을 사용했는지, 양력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만암 스님의 입적 연대가 다르게 나타났다”며 “만암 스님의 입적 연대를 1956년 12월 16일로 표기한 서술자들은 이것이 음력임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지적했다. 즉, 음력으로는 아직 해가 바뀌지 않은 ‘병신년(丙申年)’이었으니 1956년이라고 표기한 것이 후대의 오해를 불러온 원인이었다는 뜻이다. 때마침 며칠 전이 만암 스님의 양력 입적일인 1월 16일이었다. 그러나 이를 음력으로 살펴보면 오는 1월 26일이 음력 12월 16일에 해당하니 아직 만암 스님의 입적일은 지나지 않은 셈이다. 

누군가는 ‘그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논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비록 1년의 오차일지라도 시간을 근간으로 하는 역사학 연구에서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굳이 학자적 관점이 아니라도 행장 기록의 가장 기본이 되는 생몰연대에 대한 명확한 규명은 향후 모든 연구의 기준점이 된다.

양력과 음력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덧붙이자. 지난 1월 18일은 불교의 4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성도재일이었다. 그런데 일부 사찰에서 성도재일 기념법회를 1월 14일에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연인즉 “가뜩이나 신도들이 고령화돼 겨울철이 되면 사찰을 찾는 발길이 줄어드는데 평일에 법회를 열면 얼마 안 되는 젊은 불자들마저 참석하기 힘들어 법석이 더욱 썰렁해진다”며 “성도재일 봉축법회와 정진은 일부 신도와 사중 스님들만 참석하고 기념 법회는 앞서 일요 법회 날에 함께 봉행했다”는 소식이었다.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불교는 서기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한반도가 음력을 사용한 것 또한 마찬가지다. ‘초파일’이 부처님오신날의 또 다른 이름인 것처럼 많은 기념일들이 자연스럽게 음력으로 표기되고 각인되어 또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남수연 국장 
남수연 국장 

하지만 일부 큰스님들 열반일 표기가 오해를 불러오고 불교의 중요한 기념일들이 제대로 기념되지 못하고 있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검토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이러한 작업은 만암 스님의 열반일을 바로잡는 것과는 달리 개인의 노력으로 낼 수 있는 성과에 한계가 있다. 불교의 음력 전통과 현대 사회가 발맞춰 갈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해 불교학계와 종단 등이 머리를 모아야 하는 이유다.

namsy@beopbo.com

[1713호 / 2024년 1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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