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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관광 “최선입니까?”

  • 기자칼럼
  • 입력 2024.01.23 15:32
  • 수정 2024.01.23 15:34
  • 호수 1713
  • 댓글 1

“케이블카요? 다른 곳도 다 적자라던데 왜 놓겠답니까?” 

삭풍이 몰아치던 지난해 11월 말, 영축총림 통도사 경내에서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 철회’ 기자회견을 위해 사중 스님들이 든 현수막을 보며 한 시민이 보인 반응이다. 부산에서 왔다는 E 시민은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설치가 재추진된다는 소식 자체가 시대착오라며 안타까워 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시민은 “케이블카가 무슨 문제냐, 절에서는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 아닌가?”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10여 년 전부터 유행처럼 앞다퉈 추진되던 케이블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관광객 유치수단으로써 케이블카의 인기는 가라앉은지 오래다. 현재 전국 관광용 케이블카는 모두 41개가 있고 그중 경남에만 5곳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대부분이 적자다. 케이블카 건설 열풍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통영케이블카도 지난해 7월 비상 경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동, 밀양 등 산악지역 케이블카의 운영난은 더하다. 여러 지역의 케이블카들이 불어나는 적자에 운행을 멈추고 흉물로 전락했다는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도 울산시와 울주군은 2014년 추진하다 2018년 낙동강 환경 유역청의 부동 결정으로 좌초된 케이블카 사업을, 이번에는 통도사와 더 가까운 노선을 꺼내 들고 추진하고 있다. 

사찰은 유구한 세월 산을 지켜온 당사자며 수호자다. 수많은 사찰 인근 개발행위를 막아냈고 견뎠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모든 생명의 공존과 상생을 위해서다. 이번에도 통도사의 입장은 변함없다. 영축환경위원회를 소집하고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2월 24일에는 통도사 주지 현덕 스님과 사중 소임자 스님들이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인 신불산 정상을 답사했다. 현덕 스님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인간의 편리함과 경제적 이익을 위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합리적인 검토와 논의가 바탕이 되어야 함에도 경제적 이익만을 부각하는 사업 계획은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새해 초 1월 9일, 이번에는 부산 마하사 주지 정산 스님이 황령산 봉수대에 올라 시민·환경 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다가올 고통의 위험을 호소했다. 황령산 케이블카 사업 역시 이미 좌초된 계획이었다. 그런데 관광 랜드마크 조성을 내세워 다시 황령산에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형상이다. 정산 스님도 “황령산의 가치를 지키고 보존하는 진정한 방법은 개발이 아니라 그대로 두는 것”이라며 개발 저지에 힘을 실었다.

관광(觀光), 빛을 보고 행복을 마주하는 것이다. 케이블카 사업이 빼어난 경관을 지역 관광자원으로 늘린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진정 시민을 위한 행복의 길인지 지자체와 개발업자들은 돌이켜 물어야 한다. 실상은 지자체장의 업적 쌓기와 특정 기업의 독점 개발사업이라는 이해관계가 맞물린 무분별한 개발행위는 아닌지도 철저히 검토돼야 한다.
 

무엇보다 스님들은 산을 지키며 살아온 당당한 지역의 일원이다. 신불산에서, 황령산에서 호소하는 스님들의 외침에 이제는 온 국민이 함께 귀를 기울이고 있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713호 / 2024년 1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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