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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이(老) 불안인 시대

기자명 성진 스님

올해 초고령사회 진입한 한국
세계 최고 노인빈곤 더욱 심각
새 세대 탄생 주저하는 주 원인
초고령화 대안 교계도 고민해야

2024년은 갑진년 청룡의 해다. 흔히 청룡은 청춘과 기백 그리고 왕을 상징하며 동쪽을 수호하는 신성한 존재로 여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맞는 청룡의 해는 초고령사회로 들어가는 시작의 해라는 것이다. UN인구청(UNPD)에서 정의하는 초고령사회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노인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것을 말한다. 한국은 2010년대 후반부터 출산율이 감소하고, 2020년부터 베이비붐세대가 노인이 되면서 초고령사회가 가속화됐다고 한다. 초고령사회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노인이 되는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보험의 인상, 국민연금의 고갈,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로 내수경제의 침체까지 전 세대에 걸쳐 도미노처럼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 세계 초고령사회의 실질적 1위는 일본이다. 일본의 노인 비율은 거의 30%에 육박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에서 노인을 간병할 수 있는 간호사나 요양사를 몇 년 전부터 모집했다고 한다. 결국 노인을 보호할 젊은이가 없다는 것이다. 비단 일본만의 현실은 아니다. 2024년 7월부터 국가가 시행하는 ‘간병비 지원 시범사업’에 조선족과 외국인도 지정된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면 공식적으로 간병인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미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조선족 출신의 간병인들이 역할을 해 온 것은 오래된 일이다. 

한국의 초고령사회 진입에 더 큰 짐은 노인 빈곤율이다.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국가인 일본이나 독일, 프랑스 등의 노인 빈곤율 보다 높으며, OECD가 최근 공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에 따르면 한국은 압도적 1위로 노인 빈곤율이 40.4%에 달한다. 우리는 개인이나 국가가 이러한 초고령사회를 맞이할 준비를 갖추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나이 드는 것이 미안하고 눈치 보이는 사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아르바이트 자리를 나누어 가져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 편의점 아르바이트 교대 시간에 세대의 바통터치가 이루어지는 장면을 훈훈하게 바라볼 수만은 없다. 

아침저녁으로 부처님 앞에 축원했던 수명장수 발원이 사회적 난제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오래 산다는 것은 인류의 희망이었고, 의료기술의 발달로 신체적 건강나이는 높아졌다. 이것이 왜 젊은 세대의 짐이 되고 사회적 근심이 되는 것일까? 노인세대의 불안정화는 고스란히 젊은 세대의 삶에 대한 두려움과 회의로 나타나게 된다. 적어도 경쟁은 젊어서 하고, 어느 정도 사회가 정한 노동을 한 후 나이 들면 경쟁보다 서로를 위로하고 함께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대가 없는 사회에서 젊은이들은 노인이 되는 것이 두려울 것이다. 희망 없이 나이 드는 것만큼이나 큰 두려움은 없다. 이 두려움은 새로운 세대의 탄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본다. 지금 나 혼자 나이 들어감을 준비하기도 버거운데 어떻게 다음 세대에 대한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자식을 갖는 것이 자기 삶의 희생으로 인식돼 저출산의 문제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노인이 살기 힘든 사회에서 아이 또한 태어나기 어렵고, 젊은 세대 또한 살기 어렵다. 노인을 위한 편안한 세상은 모든 세대가 살아가는 희망이 된다. 왜냐하면 늙지 않을 수 없고 나도 노인이 되기 때문이다. 준비 안 된 초고령사회의 단면은 절집 안에서 잘 보여준다. 이미 상좌는 귀하디귀하다. 외국인 행자 그리고 건당이 아니면 상좌를 두는 것은 이제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30년 전에 비해 거의 10분의1 수준으로 출가자는 감소했고 출가 연령은 올라가고 있다. 
 

생로병사는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연기로 이어져 있다. 초고령화에 대한 숙제를 푸는 것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리라 본다. 사찰도 젊은 세대에 대한 관심만큼 중요한 것이 나이 든 불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신행생활하며 죽음을 준비할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자가 아닌 승가의 초고령화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공론화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성진 스님 남양주 성관사 주지 sjkr07@gmail.com

[1713호 / 2024년 1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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