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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같은 통증서 벗어나는 획기적인 방법 

  • 불서
  • 입력 2024.01.23 17:45
  • 호수 1713
  • 댓글 0

내 인생에 마음챙김이 필요한 순간
존 카밧진 지음/안희영·김정화 옮김/불광출판사/121쪽/1만8000원

말기암 환자가 진통제마저 듣지 않는 통증에 아침 해가 뜨는 것을 죽음보다 더 두려워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너무 자주 너무 오래 진통제를 맞았기에 진통제는 더 이상 진통을 할 수 없었다. 임종을 맞이하기 전까지 혼자서 오롯이 감당해야 했을 그 고통과 괴로움의 깊이를 알 길은 없다. 다만 편두통이 오거나 독감에 걸려 괴로울 때 그 통증의 잣대로서 그 사람의 절망과 참담함을 짐작할 따름이었다. 

얼마나 아프면 죽을까. 얼마나 아프면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까. 물론 그 아픔이 육체적인 통증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마음으로 느끼는 아픔도 신체가 느끼는 통증과 전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어떤 측면에서는 육체적 통증보다 심적인 아픔이 더욱 고통스럽고 괴로울 때도 많다.

의학이 엄청난 진보를 이뤘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은 여전하다. 그것이 육체적 통증이든 심리적 아픔이든 마찬가지다. 인류가 끊임없이 전진해 나간다 해도 그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육체적 통증은 많이 해결되겠지만 심적인 고통은 더욱 증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첫 숨을 들이쉬는 순간 던져지는 사바세계의 속성이 고해(苦海), 즉 고통의 바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대 마음챙김 명상의 대부 존 카밧진 박사의 최신작 ‘내 인생에 마음챙김이 필요한 순간’은 현대의학으로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통증이나 고통에 대해 전혀 다른 관점을 일러준다.
 
일단 ‘마음챙김’이라는 용어에 눈길이 간다. 마음챙김은 불교수행에 기반한 현대적인 명상기법이다. 출가하거나 혹은 전문적인 수행자가 아니더라도 일상생활 속에서 스스로를 다스리며 진리를 향해가는 본질적인 수행의 영역이다. 이를 명상 전문가인 존 카밧진 교수가 깨달음이나 해탈과 같은 고답적인 영역의 수행을 현대인들의 일상으로 끌어내려 회향한 것이다. 존 카밧진 교수가 1979년 창시한 마음챙김 스트레스 완화(MBSR)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존 카밧진 교수에 따르면 통증은 통증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괴로움을 감소시키는 매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살아 움직이는 생명은 예외 없이 통증과의 동행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느끼는 고통이 통증과 같은 개념은 아니다. 감각에 불과한 통증을 고통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통증은 감각의 한 줄기일 뿐 괴로움 그 자체가 아니다. 이런 전도몽상(顚倒夢想)에서 벗어나 통증에서 발생하는 고통이 통증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를 알게 되면 고통은 많이 완화되거나 절로 소멸된다.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고통이나 괴로움이 통증 그 자체가 아니며, 통증으로 인해 파생되는 온갖 생각과 감정 혹은 느낌들 때문에 고통스럽거나 괴롭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이런 바탕 위에서 구체적인 실천의 문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존 카밧진 교수가 개발한 마음챙김 명상을 통한 스트레스를 완화 프로그램, 즉 MBSR이다.

책은 호흡 마음챙김, 통증에 대처하는 방법, 통증 관련 생각과 감정 다루기, 알아차림 속 휴식, 바디스캔 등 몸과 마음의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5가지 마음챙김 명상수련법을 제시한다. 나아가 마음챙김의 기적을 체험해 볼 수 있는 8주간의 과정을 명상 오디오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세상과 우리 몸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법칙, 즉 무상(無相)의 법칙이다. 괴로움에 대한 경험또한  예외일 이유가 없다. 통증은 바다와 같다. 잔잔하다가 수시로 거센 파도처럼 일어난다. 그때마다 이를 자각하고 지켜보면 결국 거품으로 바뀌어 사라질 무상의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러면 파도는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책에서 일러주는 방법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파도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파도타기를 즐기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김형규 전문위원 kimh@beopbo.com

[1713호 / 2024년 1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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