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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 김한민 감독, “이순신·의승병 활약, 민주 대한민국 원동력”

  • 교계
  • 입력 2024.01.24 19:29
  • 수정 2024.01.25 09:04
  • 호수 1714
  • 댓글 1

1월 23일 서울 심곡암서 기자간담회
“세계사에 유례없는 승병 활약-의미 재조명돼야"
주지 원경 스님 “감독의 깊은 신심 투영된 영화"

김한민 감독은 1월 23일 서울 심곡암 주지 원경 스님과 차담에서 “영화 ‘노량’은 ‘명량’에서부터 기반을 다져온 ‘의’와 ‘불의’의 싸움을 종결짓는, 올바른 역사의식 제고를 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김한민 감독은 1월 23일 서울 심곡암 주지 원경 스님과 차담에서 “영화 ‘노량’은 ‘명량’에서부터 기반을 다져온 ‘의’와 ‘불의’의 싸움을 종결짓는, 올바른 역사의식 제고를 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사를 살펴봐도 승병이 활동했다는 유례가 없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호국불교에 대한 개념이 유독 강하게 나타납니다. 여수 흥국사 의승수군을 비롯해 화엄사 스님들이 대거 참여한 석주관 전투 등은 인류 보편적 가치를 우선했던 스님들의 결단이었지요. 사명·서산·영규 대사의 생생한 기록은 나라 곳곳에서 의병이 일어났음을 알려줍니다. 그래서 ‘의(義)’와 ‘불의(不義)’의 싸움입니다.”

1700만 히트작 ‘명량’을 시작으로 ‘한산’에 이어 ‘노량-죽음의 바다’까지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한 김한민 감독. 그는 임진왜란을 ‘전쟁으로 규정하지 않아 배상 책임을 묻지 못한 아쉬운 역사’라고 평가했다. 7년 혈투 끝에 승리를 거뒀지만, 조선은 이를 ‘왜란’이라는 ‘왜국 오랑캐들의 반란’으로 표현함으로써 영웅 이순신을 비롯해 나라를 구하고자 스스로 목숨을 바친 승병과 의병들의 희생정신이 쇠퇴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심곡암에서 1월 23일 기자들과 만난 김한민 감독은 “영화 ‘노량’은 ‘명량’에서부터 기반을 다져온 ‘의’와 ‘불의’의 싸움을 종결짓는, 올바른 역사의식 제고를 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은 조선 민관의 수급을 모아 공을 겨루는 짓을 자행했다. 명량과 한산에서 보인 일본의 잔혹한 면모는 노량에서 명나라 도독 진린에게 수백에 달하는 수급을 바치는 모습으로 극에 달한다. 영화 속 진린 도독의 함선에 쌓인 수급을 본 이순신 장군은 “이 쌓여만 가는 원한을 어찌할고” 탄식한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은 일본군에게 복수를 다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한’ 그 자체에 집중하며 더 이상 민중의 피해가 커지지 않길 기도한다. 김한민 감독은 이를 ‘인간 이순신’의 진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자 영화가 불교적 색채를 띠는 장면 중 하나로 꼽았다. 이순신 장군은 일본군에 의해 셋째아들이 살해당했음에도 복수심보다 종전을 위한 필사 의지를 다졌다. 진린 도독이 실제 살해범들을 잡아 넘겨주며 전쟁을 끝낼 것을 제안했으나 "이들은 내 아들을 죽이지 않았다"며 퇴각하는 일본군을 끝까지 쫓아 궤멸시켜야 함을 주장한 것 역시 일본의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기 위함이었다.

‘노량-죽음의 바다’ 스틸컷.
‘노량-죽음의 바다’ 스틸컷.
‘노량-죽음의 바다’ 스틸컷.
‘노량-죽음의 바다’ 스틸컷.

김 감독은 “일본의 대외적인 명분은 정명가도(征明假道), 즉 명나라를 치기 위해서 길을 빌려달라는 것”이라며 “동아시아를 제패하려는 일본의 야욕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전쟁이며, 일본과 명나라가 절반씩 지배하는 분단국가가 될 뻔한 역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일본의 보급로를 차단한 이순신 장군의 무력 항쟁과 나라 각지에서 일어난 승병·의병의 활약으로 조선이 건재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의를 향한 민족정신은 동학운동,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이어져 민주주의 정통성을 갖춘 대한민국을 이룩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노량-죽음의 바다’는 2차세계대전 이전 세계 역사상 가장 큰 해상전투인 노량대첩의 위엄에 걸맞는 100분의 전투씬을 자랑한다. 특히 명나라 병사부터 조선, 일본 병사로 이어지는 이름 없는 인물들의 롱테이크 백병전은 전쟁의 처절함을 세세히 보여준다. 시커먼 밤에 전투를 시작해 동이 틀 무렵 바다에 빼곡한 잔해와 시체에서는 잔혹을 넘어 슬픔까지 느껴진다.

김 김독은 “피튀기는 생사의 한복판에서도 이순신 장군은 고독하게 홀로 북채를 잡고 병사들을 독려한다”며 “죽은 동료 장수들과 아들의 환영을 보면서도 전쟁의 완전한 종결을 위해 북채를 놓지 않는다. 이순신 장군이라고 그 처절한 전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냄과 동시에 민족을 수호하려는 장군의 사명감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량-죽음의 바다’ 스틸컷.
‘노량-죽음의 바다’ 스틸컷.

조선, 명, 일본 각국 병사들의 섬세한 심리묘사도 돋보인다. 전투를 앞둔 일본군은 아들, 딸 등 그리운 고향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자 필사의지를 다진다. 명나라군은 지원을 온 입장으로써 최대한 피해를 받지 않고자 위세만 부풀릴 뿐 전투를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조선군과 승병, 의병들은 나라를 지키고자 창칼에 찔려가면서도 무기를 놓지 않는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서도 “오늘날 미디어의 발달로 어디서나 역사 공부를 할 수 있지만, 왜곡된 상식으로 선조들이 이룩한 역사를 지나치게 비하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순신 3부작 중 특히 이순신 장군이 전사하는 노량은 우리가 어떤 역사를 겪었는지, 승병과 의병들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치열하게 사투를 벌였는지 알려주려는 의미가 담겼다”고 밝혔다.

김 감독과의 오랜 인연으로 이날 자리를 마련한 심곡암 주지 원경 스님은 “불의에 굴하지 않은 이순신 장군의 강한 신념은 국가를 보전하고 보호하는 호국불교의 자세와도 다르지 않다”며 “평소 심곡암을 찾아 참선하길 좋아하는 김한민 감독의 깊은 성찰이 작품에 투영된 듯하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꼭 관람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714호 / 2024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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