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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공·나옹 스님 사리 이운해 와야 한다

  • 사설
  • 입력 2024.01.29 13:45
  • 호수 1714
  • 댓글 0

조계종·보스턴미술관 재협상
예배 대상은 사리구 아닌 ‘사리’ 
미국∼한국으로의 이운 고려
일정 기간 사리구 ‘임대 희망’

조계종이 2월 5일 보스턴미술관 소장 ‘라마탑형 사리구·사리’ 환수를 위한 협상에 나선다. 협상은 미국 현지에서 진행된다. 2009년 첫 협상이 불발된 이후 15년 만에 이뤄지는 재협상인 만큼 교계 안팎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2009년 보스턴미술관은 ‘사리 환수·사리구 환수 불가’ 입장을 견지했고, 문화재청은 ‘일괄 반환’을 주장하며 ‘사리 반환’을 거절했다. 사리만 돌려받으면 훗날 사리구 반환을 재논의할 때 난항을 초래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후 교착 상태에 빠졌는데 다행스럽게도 보스턴미술관은 2023년 11월 조계종 등에 서한을 보내 “원만한 결론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표명했다. 조계종의 전언에 따르면 보스턴미술관은 아직도 기존의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불멸 후 부처님의 흔적과 공덕을 기억하고 묘사하기 위해 불제자들은 여러 가지의 형태로 상징물을 조성해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다. 불상, 불탑, 불경 등이 대표적인데 예배 대상의 핵심은 사리다. 사리는 ‘인간의 죽음’을 넘어 열반과 해탈, 정각을 의미한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향한 지중한 예배는 고승 대덕의 사리에까지 이어져 사리 신앙으로 자리 잡았다. 

공경·예배되는 사리를 봉안한 장엄구는 특별한 성스러움을 지닌다. 따라서 선조들은 금, 은, 동 등의 다양한 소재로 정성을 들여 사리구를 만들었다. 특히 고려의 사리구는 고려의 금속공예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형식은 크게 탑(塔) 형태의 탑형(塔形), 표주박 모양의 표형(瓢形)과 사각·원통형으로 분류된다. 탑형 사리구는 다시 승탑형, 복발탑형, 라마탑형 등으로 나뉜다. 보스턴미술관 소장의 ‘라마탑형 사리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탑형’에 속한다. 학계에 따르면 라마탑형 사리구는 14세기를 전후로 등장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라마탑형 사리구’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호암미술관이 각각 1점씩 소장하고 있다. 

보스턴미술관 소장의 사리구는 개성 화장사 혹은 경기도 양주 회암사(檜巖寺)에 봉안됐던 것으로 1939년 도굴돼 일본으로 유출됐다. 사리구는 은제 도금되어 있으며 외부 높이는 22.5cm이고 내부 높이는 약 5cm이다. 소형 사리탑 5기가 안치돼 있으며 각 탑신에는 ‘정광여래 사리오매, 가섭여래 사리오매, 석가여래 사리오매, 지공조사 사리오매, 나옹조사 사리오매’ 등의 명문이 새겨져 있다.

나옹 조사(懶翁 祖師)는 ‘탐욕도, 성냄도, 번뇌도, 욕심도 모두 벗고 물같이 바람같이 강같이 구름같이 살라’했던 나옹혜근(懶翁惠勤·1320∼1376) 선사다. 지공 조사(指空 祖師·1300∼1363)는 인도 승려로서 경기도 양주의 천보산 회암사(檜巖寺)를 창건한 그 지공 스님이다. 인도에서 원나라를 거쳐 고려에 들어온 후 회암사 주변의 풍광을 보고 “나란타사(羅爛陀寺)를 보는 것 같다”고 감탄하고는 불법의 융성을 기원하며 인도 최고의 불교대학이었던 나란타사를 본떠 266칸의 대규모 회암사를 창건했다.(1328) 지공 스님의 제자가 바로 나옹 스님이다. 두 스님의 부도비가 회암사터에 남아 있다.

보스턴미술관이 사리와 함께 사리구까지 반환하면 금상첨화지만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조계종은 현실적으로 사리만이라도 이운해 오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사실 사리와 사리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일반 시민과 달리 우리는 사리를 품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부처님이나 고승 대덕의 덕화를 기리는 예배 대상의 최고는 사리이지 않은가. 또한 전통적 아름다움과 현대의 감각이 어우러진 사리구는 만들 수 있어도 사리는 다시 만들 수 없다. 2009년 당시 사리 반환이 결렬되었을 때 교계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다행스러운 건 문화재청도 조계종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한다. 조계종의 최종 결정에 동의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조계종에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사리구 반환이 어렵다고 해도 사리구를 일정 기간 ‘임대’해 줄 것을 요청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리 이운의 지중함을 최대한 이해시키면 혹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한국으로의 이운 아닌가.

[1714호 / 2024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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