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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벗 삼아 살아가는 스님의 따듯한 이야기

  • 불서
  • 입력 2024.01.30 18:02
  • 호수 1714
  • 댓글 0

억지로라도 쉬어가라
현종 스님 지음/256쪽/담앤북스/1만6800원

현덕사 주지 현종 스님 산문집…일상에서의 행복 의미 전해
매년 동식물 천도재 봉행…생명존중‧환경의 중요성 일깨워

바쁘고 복잡한 일상에서 가끔 모든 것을 접어두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적지 않다. 풀 내음 가득한 고즈넉한 산사에서 마음을 다독이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면 더없이 좋을 듯하다. 

전통사찰 템플스테이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외국 관광객들까지 찾을 정도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문화상품으로 각광 받게 된 이유일 게다. 뛰어난 자연환경을 갖춘 산사에서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템플스테이는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쉼터가 되고 있다. 

그러나 템플스테이가 최근 들어 유독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몇몇 스님들이 유명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소박하면서도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자주 비쳤기 때문일 수 있다. 강원도 만월산 현덕사 주지 현종 스님도 그중 한 명이다. 

스님은 MBC ‘아빠! 어디가?’와 KBS ‘동물극장 단짝’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근엄한 외모와 달리 천진한 미소, 아이들과 온몸으로 부대끼며 반려견과 놀아주는 소탈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덩달아 현덕사 템플스테이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발돋움했다. 입소문까지 더해지면서 대중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억지로라도 쉬어가라’는 현덕사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며 소박한 산사를 가꾸고 있는 현종 스님의 따듯한 이야기가 담긴 산문집이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인간과 자연, 삶과 행복에 대한 스님의 진솔한 이야기가 실렸다. 책 제목 ‘억지로라도 쉬어가라’는 과거 스님과 인연이 있었던, 해인사 장경각에서 기도하던 한 스님의 방사에 적혀 있던 글귀였다. 현종 스님은 그 글귀가 인상 깊어 현덕사를 창건한 후 족자로 만들어 스님의 방에 걸어두고 스스로 늘 마음에 새겼다. 

“세상은 나 없이도 잘만 돌아가는데 대다수 사람은 돈과 성공을 위해 숨 가쁘게 뛰어가고 있지요. ‘시간이 없다’는 말을 버릇처럼 하면서요. 남의 말이나 속도에 나를 맞출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한 기준과 속도에 따라 살아야 후회가 남지 않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면 현덕사에서 ‘억지로라도’ 쉬면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셨으면 하는 뜻에서 책 제목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환경보호와 생명존중 사상을 선양하기 위해 현덕사 주지 현종 스님이 매년 봉행하고 있는 동식물천도재. [법보신문DB]
환경보호와 생명존중 사상을 선양하기 위해 현덕사 주지 현종 스님이 매년 봉행하고 있는 동식물천도재. [법보신문DB]

책에서 스님은 현덕사의 명물인 향긋한 사발 커피를 담아 건네며 속세의 삶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소박한 행복을 통해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것을 이야기한다. 또한 딱딱한 법문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 인생과 행복에 대해 일상 속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을 어떻게 보호해야 여러 생명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스님은 진솔하게 전하고 있다. 

스님은 책에서 다른 사찰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현덕사의 동식물 천도재도 소개했다. 대다수 사찰에서 음력 7월 15일을 우란분절, 혹은 백중(百中)이라 하여 부모와 선대 조상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재를 봉행하지만, 현덕사에서는 이날 조상뿐 아니라 동식물 위패도 함께 세워두고 천도재를 봉행한다. 스님은 이 낯선 천도재를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스님이 동식물 천도재를 봉행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어린 시절 아픈 기억 때문이다. 어린 시절 장난으로 새끼 제비를 죽였던 일이 출가 이후에도 마음 한구석에 짐으로 자리했다. 그래서 ‘망(亡) 합천 제비 영가’라는 위패를 만들어 동물천도재를 지낸 것이 동식물 천도재의 시작이었다. 이후 스님은 가족처럼 지낸 반려동물들, 산불로 인해 불타버린 동식물들, 실험실에서 인간을 위해 죽어간 실험동물들을 위로하기 위해 매년 천도재를 올렸다. 현덕사 동식물 천도재가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시련도 있었다. 조상의 위패 옆에 개나 고양이의 위패를 나란히 둔다는 것에 신도들이 거부감을 보였던 것. 그러나 스님은 천도재의 의미를 설명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역설했다.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차츰 늘었다. 이제 현덕사 동식물 천도재는 동식물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자연의 고마움과 환경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소중한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계기로 현덕사는 환경의 소중함을 배우고 공부하는 ‘녹색사찰’로 지정됐다. 

책에는 지구온난화로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스님의 걱정 어린 시선과 함께, 이를 타개하기 위해 모든 이들이 환경지킴이가 돼야 한다는 준엄한 가르침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권오영 전문위원 oyemc@beopbo.com
 

[1714호 / 2024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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