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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낮추고 부처님께 더 가까이" 봉녕사 출가학교 여행자들의 1보1배

  • 교계
  • 입력 2024.02.01 11:42
  • 수정 2024.02.01 13:44
  • 호수 1715
  • 댓글 1

봉녕사 여성출가학교, 1월 31일 1보1배 정진
금탑서 대적광전까지 1.5km구간 1500배 올려
“절은 나라는 아만과 아집을 내려놓는 수행”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금탑 앞에 선 봉녕사 출가학교 행자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은 채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딘다. 이마, 두 손바닥과 무릎을 차디찬 바닥에 대고 절을 올린다. 그리고 부처님께 다가가는 마음으로 또 한 걸음. 이 시간만큼은 나 자신을 낮추고 그동안의 시간을 참회하며 비워낸다.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고요한 봉녕사 경내에 행자들의 석가모니불 소리만 고요히 울린다.

수원 봉녕사 여성출가학교(학교장 진상 스님)는 1월 31일 경내 금탑 앞에서 ‘1보1배’를 진행했다. 1보1배는 금탑을 세 바퀴 돌고 대적광적까지 약 2km 거리, 걸어서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행자들은 오로지 1보1배로만 나아갔다.

흰 목장갑을 낀 행자들은 8시 정각이 되자 스님에 목탁 소리에 맞춰 천천히 정진을 시작했다. 석가모니불 정근을 외며 흐트러짐 없는 곧은 자세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땅에서는 냉기가 올라오고 쌀쌀한 날씨임에도 한 바퀴를 돌기도 전 얼굴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처음해보는 1보1배에 다리에 힘이 풀리고 자세가 잠시 흐트러지기도 했다. 딱딱한 바닥에서 편치 않은 신발을 신고하는 터라 무릎에는 통증이 올라왔지만 걷고 절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흙먼지를 뒤집어 얼굴은 흙먼지를 뒤집어썼고, 수도 없이 바닥에 이마를 대 찍힌 자국이 선명했다. 흰 장갑도 금세 까맣게 물들었다. 도감 도연, 교무 여요, 율감 선정, 여성출가학교 입승 능윤 스님이 지친 행자들의 곁에서 함께하며 독려했다.

행자들은 1500배에 가까운 절을 하며 1시간 30여 분 끝에 행자들은 대적광전에 다다랐다. 얼굴은 빨갛게 상기됐고, 몇몇 행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대적광전 앞에 선 이들은 칠정례을 올리고 ‘이산혜연선사 발원문’‘반야심경’ 봉독으로 1보1배 수행을 마무리지었다.

봉녕사 주지이자 여성출가학교 학교장 진상 스님은 행자들 맞이하며 진심어린 격려를 전했다. 스님은 “여성출가학교가 벌써 3분의 1이 지났다. 공부하는 일정이 빡빡해 행자들이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낙오자 없이 1보1배까지 할 수 있었다. 다행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부처님께 108배는 많이 올렸지만 1보1배가 처음인 분들이 많다. 절이 운동으로서의 좋은 점만 부각되고 있는데 절은 복덕을 구족한 부처님께 나라는 아만과 아집을 내려놓는 수행”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담마빠다’를 인용하며 한 달간의 출가학교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지탱할 수 있는 힘이되길 바란다고 했다. 진상 스님은 “사람이 오랫동안 없다가 돌아오면 모든 이들이 반긴다. 선행을 지어서 저 세상으로 가면 선행이 그를 맞이한다”며 “한 달간의 출가하교가 여러분의 생을 바르게 지탱할 수 있는 선행의 뿌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연소 참가자인 마니주(17) 행자는 “발이 고꾸라지고 앞으로 넘어질뻔 했다. 중간중간 힘들었고 한계가 왔지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왔다”며 “평소에 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들어오기 전과 지금이랑 마음가짐이 많이 변했다. 잘 적응하고 있고 성격도 많이 차분해졌다”고 전했다.

1보1배 내내 눈시울을 붉혔던 여래향(54) 행자는 “아만심이 높았다. 내가 제일 잘난 줄 알았고, 마음 먹으면 못할 것이 없다며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며 “아들에게 집착을 많이 했는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자신이 너무 힘들었다. 이제는 아들을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 출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입교했는데 오늘도 그렇고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봉녕사 여성출가학교는 2월17일 회향식을 가진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715호 / 2024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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