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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운(월행·68)사념처수행 - 하

기자명 법보

신수심법 마음 집중 관찰해
감각적 욕망 그물 벗어나야
‘아함경’ 등 초기경전 접하며
현상들에 끄달리지 않게 돼

“꿈은 꿈일 뿐이다. 꿈 속에서 살면서 또 무슨 꿈얘기를 하는가?”

20여년 전 열반한 서암 스님이 생전에 나의 질문을 듣고 일러주신 가르침이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부처님과 인연에 관한 암시는 글 몇 자 적는 것으로는 표현이 어렵다. 물론 무늬만 불자인 일반 대중의 행태를 나도 줄곧 반복해 왔다. 절에 가면 가끔 108배를 하거나, 부처님오신날에 절에 찾아가고, 경치 좋은 도량을 알아보는 것 등이었다. 세속에 사는 우리네들은 사방팔방이 감각적 욕망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문명이 발달한 요즘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감각적 욕망의 그물에 갇혀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념처 수행은 ‘염처경(念處經)’에 제시된 신수심법에 마음을 집중해 각각의 대상에 따라서 관찰하는 수행법이다. 깨달음을 얻지 못한 중생은 네 가지 법에서 삿된 행을 하거나 네 가지 뒤바뀐 생각을 일으킨다. 모든 부정한 법에 대하여 깨끗하다는 뒤바뀐 생각, 괴로움에 대하여 즐겁다는 뒤바뀐 생각, 무상함에 대하여 항상하다는 뒤바뀐 생각, 내가 없는데 내가 있다는 뒤바뀐 생각을 일으킨다. 

인간이 가진 우수한 두뇌는 그 능력을 감각적 욕망의 느낌을 극대화하는데 전부 사용하는 것 같다.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 오감을 건너 육감까지. 나 역시 온 느낌을 자극하는 것으로 넘실대는 오늘날 감각적 욕망의 홍수 속에서 헤맸다. 하지만 전강 스님의 추상같은 법문에서 강한 충격을 받고 마음을 다잡았다. 

오십대 초반, 한 불교 동영상에서 “어느 뱃때지에 처박힐 줄도 모르면서…” 라는 전강 스님의 일갈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황망히 살아온 대가는 확실하다. 병원에서 강직성 척추염 진단을 받은 것이나, 그로 인해 면면히 이어지는 질병의 통증은 지난 삶 속 행위의 과보인 것은 틀림이 없다. 후회로 허우적거리다가 부처님이 일러주신 바른 가르침 팔정도를 만나게 된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알게 됐다. 사실, 찾았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한문으로 된 경전은 접근이 어렵다. 한문 공부가 짧은 사람에게는 경전을 접할 때 이중으로 힘이 들 수밖에 없다. 한글로 번역된 것들이 원문과 차이가 있어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 당시 범부들은 부처님의 설법이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통해야 할까 생각하며 찾던 중 ‘니까야’와 ‘아함경’을 차례로 접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진리에 대한 갈증으로 어쭙잖은 지식을 동원해 많은 경전을 섭렵했다고 여겨왔으나 실상 내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다만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통증과 불안 또는 정체불명의 공포심 등을 수행의 대상으로 바꿀 수 있게 된 것은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의 가피인 것은 확실하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경천동지(驚天動地)’ 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넉 자로는 부족하다.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다는 ‘제행무상’과 ‘연기’의 가르침은 어디다 비견할 수 있을까. 이른바 초자연적 현상들도 여러차례 경험했으나, 자칫 일어나는 자만을 경계하던 와중 전강 스님의 “그래서 그러한 현상들의 경험으로 괴로움이 사라졌는가!”라는 경책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내 수행의 잣대가 정립될 수 있었다. 어떤 방식이든 꾸준히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현상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에 의미 부여는 삼가야 할 일이다. 성철 스님이 남긴 ‘불기자심(不欺自心)’은 수행자가 반드시 지키며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 한마디에 수행의 진수가 다 들어가 있다.

큰 가르침이다. 재가자의 빈약한 이야기가 같은 길을 가는 법우들에게 수행동력의 귀퉁이가 되길 바란다. 

모든 존재들의 행복과 안락을 위해 손과 마음을 모은다.

“모든 번뇌를 떠나 스스로 깨달음을 이루신 거룩한 부처님께 예경 올립니다. 나모땃사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 쌈 붓다싸(Namo tassa Bh agavato Arahato Sammasam buddhassa).”

[1715호 / 2024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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