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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통도사 방문한 세계불교지도자들

한국불교 주최한 첫 세계대회
25개국 불교지도자 250여 명
불국사·범어사 등 사찰 순례
종교 통한 민간외교 성과 커

‘하나의 세계, 하나의 동포’라는 기치를 내건 ‘세계불교지도자 대회’가 1970년 10월 10일 서울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한국불교 주도의 첫 세계 불교대회로 대만의 백성(白聖), 월남의 탐 차우를 비롯해 스리랑카, 인도, 캄보디아, 네팔, 파키스탄, 일본, 미얀마, 미국, 태국 등지에서 온 25개국 250여 명이 참석했다. 

대회는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이던 청담(靑潭, 1902~1971) 스님의 후원 아래 범어사 주지였던 능가(能嘉, 1923~2020) 스님의 주도로 개최되었다. 특히, 대회장을 맡은 능가 스님은 “세계상황에 대한 역사의식과 시대 사명에 협동 수행할 수 있는 세계적 불교조직의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일념으로 1967년부터 세계불교연합 상설기구를 유치하기 위해서 세계의 여러 불교계와 접촉했다. 이처럼 이 대회의 주된 목적은 국제적인 불교 상설기구의 한국 유치였지만, 실제로는 종교를 통한 민간외교적인 측면도 있었다.

사실, 한국은 1960년대까지 경제·외교적 측면에서 북한에 열세였다. 특히, 외교적 측면에서 제3세계 국가들은 주로 북한에 우호적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아시아의 제3세계 국가들은 대부분 불교 국가였다. 바로 이러한 정세 속에서 한국불교와 정부가 접점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항간에는 이 대회에 대해서 왈가불가했지만, 한국불교가 처음 주최한 국제행사라는 점과 무엇보다도 조계종을 비롯한 여러 종단이 함께 준비했다는 것 등은 큰 소득이었다.

이 대회는 10월 10일 서울 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에서의 개회식을 시작으로 13일부터 불국사, 통도사, 범어사 등의 사찰순례를 했다. 이 사진은 통도사를 예방하는 스님들의 모습이다. 당시 관련 사진들을 보면, 사부대중이 통도사 일주문부터 도열해 스님들을 환영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사진들 중에는 각국 스님들의 이색적인 모습과 복장에 신기해하는 장면들도 있다. 

이 사진은 통도사 적멸보궁을 참배하기 위해서 천왕문을 들어서는 장면으로 사진 중앙에는 청담 스님이, 그 우측으로는 백성 스님과 벽안(碧眼, 1901~1987) 스님 등이 보이고, 그 좌측으로는 베트남 탐차우 스님과 능가 스님, 청하(靑霞, 1927~2001, 당시 통도사 주지) 스님 등이 보인다. 

통도사를 예방한 각국 스님들은 15일 범어사를 예방해서 ‘세계평화기원제’와 ‘자유수호전몰장병 위령제’에도 참석했다. 당시 ‘경향신문’은 ‘平和(평화)를 기원하는 世界(세계)의 合掌(합장)’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는데, 세계 불교도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세계평화와 한반도 통일을 염원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도 가장 주목할 만한 행사로 평가받았다. 

1970년 세계인들이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도 잘 모를 때에, 한국불교계가 개최한 ‘세계불교지도자 대회’는 한국이라는 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속에 한국불교를 알리고 국제 간 교류 협력에 본격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시발점이었다. 

황정일 동국대 대우교수 9651975@hanmail.net

[1716호 / 2024년 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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