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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검토로 밝혀낸 두 고승의 삶과 사상

  • 불서
  • 입력 2024.02.13 14:56
  • 호수 1716
  • 댓글 0

근현대 오대산의 고승 한암과 탄허
이원석 지음/민족사/440쪽/3만5000원

한암중원 스님(1876~1951)과 탄허택성 스님(1913~1983)은 불교사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스승과 제자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한암 스님은 타고난 선문(禪門)의 지도자로 1925년 ‘천고의 자취를 감춘 학이 될지언정 삼춘(三春)에 말 잘하는 앵무새의 재주는 배우지 않겠노라’며 오대산에 들었다.

탄허 스님도 타고난 소년재사(少年才士)였다. 독립운동가 아들로 6세 때 사서삼경을 독파할 정도로 비범했다. 노장사상에 심취했던 스님은 1932년 8월 14일 불교뿐 아니라 유교와 도교에도 통달했다던 한암 스님에게 의아했던 점들을 묻는 글을 띄웠다. 그렇게 두 이인(異人)은 3년간 20여 통의 서신을 주고받았다. 한암 스님의 인품에 반한 탄허 스님은 마침내 오대산으로 출가했다. 선방의 관례에 따라 일체 경전을 보지 않고 3년가량을 묵언정진했다. 언어 이전의 언어를 익힌 탄허 스님은 이후 한국전쟁으로 피난할 때까지 약 17년간을 상원사에서 한암 스님을 모셨다. 탄허 스님은 스승을 살아있는 부처님처럼 극진히 받들었으며, 한암 스님은 ‘탄허의 학식과 문필이 나보다 천만억 배나 낫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이 책은 역사학자인 저자가 오대산의 고승 한암 스님과 탄허 스님을 연구해 발표한 10편의 논문을 수정·보완해 묶은 연구서다. 두 스님을 각각 개별적으로 다루기도 하고, 한 주제 안에 두 스님의 삶과 사상이 교차하기도 한다. 신앙과 종교의 기능을 중시하기보다는 엄격한 사료 검토와 논거를 기반으로 해석하는 역사적 접근 방식이다. 그렇기에 두 선지식의 삶과 사상이 더 선명히 드러나며, 오대산문에서 정설로 인정되는 견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한암 스님의 출가 나이는  22세로 알려졌다. 그러나 저자는 치밀한 자료 고증을 거쳐 출가 연도가 19세임을 논증했다. 또 한암 스님이 봉은사에서 상원사로 옮겨간 시기를 종전의 1925년 설보다 한 해 뒤인 1926년 봄임을 고증했다. 이밖에 기존 설에 대한 많은 재검토가 이뤄졌으며, 단순한 주장이 아닌 철저한 고증을 거쳐 얻어진 고찰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책은 전체 3부로 구성됐다. 제1부 ‘한암의 출가와 통도사’에서는 한암 스님의 출가와 구도적인 출가관을 폭넓게 살폈다. 이어 스승 경허 스님과 석담 스님의 관계를 고찰하고 통도사 내원암에서 한암 스님의 역할과 교학관을 추적했다. 또 근현대 영축산과 오대산을 대표하는 구하 스님과 한암 스님의 관계도 검토했다.

제2부 ‘한암과 오대산 상원사’에서는 한암 스님이 오대산 상원사로 옮겨간 연유를 확대하며 그 시기를 오대산문의 정설과 달리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이어 1926년부터 1951년 입적할 때까지 26년 동안 불출동구(不出洞口)한 실상을 고찰하는 한편 한암 스님이 세속을 등지지 않고 끝까지 현실사회를 중시한 관점을 살핀다. 이와 함께 1936년 상원사에 설립돼 운영된 강원도삼본연합 승려수련소를 거시적으로 접근하면서 한암 스님의 승가오칙(僧伽五則)을 추적했다. 제3부 ‘탄허의 출가와 학술사상’에서는 탄허 스님이 출가 이전에 수학한 전통 학술과 한암 스님에게 출가하는 과정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근세 동아시아의 유학적 관점에서 본 탄허 스님의 삼교합일의 회통론 및 탄허 스님의 유가적 경제사상을 분석했다.

저자는 동국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중국 근대사를 전공,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근세 중국의 학술과 사상을 연구하는 한편 한국 근현대 불교의 한암과 탄허 연구로 제3회 탄허학술상을 받았다.

이재형 대표 mitra@beopbo.com

[1716호 / 2024년 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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