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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서원 가득한 갑진년 되길

기자명 원상 스님

작년 가을이었다. 어느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질문을 받는 자리였는데 공군법사로 있는 스님 한 분이 내게 “불자 장병들에게 지속적인 신심을 낼 수 있는 이야기를 해달라”기에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금강경’에는 두 가지 큰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자신이 부처임을 믿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일체중생을 구제하겠다는 크나큰 서원을 세우라는 말씀이다. 금강 같은 믿음은 내 삶에 확신을 갖는 것이고 그 확신은 자신의 삶에 일정한 방향성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을 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경에서는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말라, 나의 말은 헛된 것이 아니고 누구를 속이는 것이 아니다. 일체중생이 모두 성불할 수 있다. 너도 성불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불교도를 불자(佛子)라고 한다. 부처님 자식이라는 이야기다. 번뇌망상과 오욕칠정을 내치지 못하는 중생으로서는 머나먼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금생에 이루지 못하면 영겁회귀하는 다생의 삶에서 언젠가는 윤회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성문, 연각, 보살 그리고 수 없는 팔만의 방편을 설 하신 것이다. 

사홍서원 중에 중생무변서원도라는 말씀이 있다. 한없는 중생을 모두 건지겠다는 서원이다. 오래된 지인 한 분이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대학 다닐 때 운동권 학생이었는데 어느 날 불교서적을 보다가 사홍서원에서 ‘중생을 모두 건지오리다’라는 말에서 망치로 한 대 얻어맞는 충격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한마디에 부처님의 크나큰 자비를 느끼게 되었고 자신이 시민운동을 하게 된 계기가 되고 지금까지 그 말씀이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처방을 받아 치료를 한다. 의사와 환자 간에 첫 번째는 믿음이다. 의사를 믿어야 한다. 그리고 그 처방전에 따라야 자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

믿음의 반대말은 불신이다. 믿지 못한다는 말 이다. 지금은 가히 불신의 시대라고 할 만큼 서로에 대한 의심과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이와 같은 불신을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조장하고 그래서 패거리를 만들고 그 패거리의 힘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뜻을 관철하는 무리들이 있다. 사회에 악이라면 악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이십여 년 전 읽은 글인데 뉴욕에서 가장 성업하고 그 수가 늘어가는 직업이 변호사와 정신과 의사라는 것이다. 변호사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송사가 많다는 것이고 싸울 일이 많다는 것이다. 송사가 많은 시대에 정신과 의사가 많이 필요한 것은 밀접한 관계가 있을 듯하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불신하면 먼저 자신이 불안한 법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중에는 법률가가 많다. 법조문 가지고 전쟁을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뽑을 때 철학자나 예술가 문필가 등 문화 예술인들에게 할당량을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우리나라 정치가 너무 삭막하고 살벌하기에 하는 말이다. 승가라는 말은 화합승이라는 뜻인데 대중이 모이면 화합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화합이 안 되는 대중은 떼거리에 불과하다. 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따지고 드는 것을 아주 잘 한다. 앞에 있는 사람은 안보인다. 호모사피엔스가 모든 종을 제치고 살아남은 것은 상호 간에 소통의 방법을 일찍 터득하였기 때문이라고 인류학자들은 이야기한다.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이 소통이고 방법은 대화이다. 대화가 끊어진 가정이나 사회는 불편하고 불안정하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대화는 해나가면서 싸워야한다. 그래야 매듭을 풀 수 있고 큰 싸움을 피할 수 있다. 법치도 좋지만 인치, 덕치가 상호보완돼 나갔으면 한다. 그래야 살맛 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믿음은 도의 근원이요 공덕의 어머니라 했다. 자신이 부처임을 믿는 순간 이 사바는 불국토가 될 것이요, 중생을 모두 건지겠다는 서원을 내는 지금 사랑과 미움에서 벗어나 자비로운 보살의 미소가 얼굴 가득하리라 믿는다.

원상 스님 복지법인 연꽃마을 전 이사장 bu7654@naver.com

[1717호 / 2024년 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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