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쟁을 통한 민생이 답이다

기자명 진원 스님

우리나라 대다수 관청은 여민관, 위민관 등의 현판을 걸고 있다. 아마도 ‘국민들을 위하여’, 또는 ‘국민들을 대신해서’라는 위임의 뜻일 것이다. 한편으로 정약용의 ‘목민관 덕목’을 닮고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가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정약용은 “군사, 행정, 그리고 법이 필요한 것은 오로지 백성을 위한 목민을 위해서”라고 했다. 그렇게 작명 되어진 여민관, 위민관 등에서는 행정과 의회를 운용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관청은 갑의 위치이고 민은 을의 위치에 있는 듯하다. 필자도 한때는 여민과 위민을 위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각종 위원회 활동을 했다. 그러나 그 원탁에는 여민, 위민의 민생도 없고 오로지 그 누군가의 정책과 치적을 선전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민생을 심지어 악성 민원쯤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았다.  

대학가는 졸업시즌이다. 대학 4년을 마치 고3 수험생처럼 공부했으나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학생들은 졸업식장에도 나타나지 못한다고 한다. 3만불 시대에 태어난 청년들에게 만불 시대의 일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상가는 ‘점포 세 놓습니다’라는 딱지를 붙인 채 유령처럼 흔들리고 직장인들 또한 두 세가지 직업을 갖지 않으면 살아내기 쉽지 않다, 가정에서는 통장을 지나쳐가는 월급에 한숨 가득하고, 빛내 산 집은 은행의 이자 수익에 일조하고 있다. 남북은 금방이라도 전쟁할 듯 공포의 말들을 내지르고, 불안한 경제지표는 공포감이 들게 한다. 그런가 하면 정치 또한 극과 극 대치로 인해 거리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공정과 정의는 부패에 함몰되었고, 국민들의 삶은 어느 하나 안전한 곳 없는 위기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위정자들은 입만 열면 민생이라는 구호를 앞장세운다. 그러나 국민들은 생명력 잃은 박제화 된 단어를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대책을 원한다.

군주국가에서 가뭄이나 홍수 등의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절대지존이던 임금을 탓했다. 흉년이 들거나 질병이 들어도 임금은 부덕이라 자책했다. 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듯이 현대사회에서 위정자들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도 있을 것이고, 정책의 실패도 있을 것이다. 원인이 수없이 많은만큼 진단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국민 삶에 관심 없음에 더 절망하고 있다. 

 연탄을 나르고 떡볶이를 먹고 돌아다니면서 서민들의 고단함과 가난을 상품화하지 말고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것이 민생이다. 남들은 보일러가 있는데 왜 그 동네는 연탄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하고, 떡복이 맛을 보기 전에 물가가 왜 그렇게 고공을 향해 질주하는지 근본 원인을 들여다보고, 고3 수험생처럼 공부만 했는데 왜 갈 수 있는 직장이 없는지 대책을 만들어 주고, 그리고 실의에 빠진 국민들을 위로해 주어야 한다. 대기업 총수 이야기도 좋지만, 서민들의 고민을 진솔하게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민생을 위해 여야는 싸움이 아닌 논쟁해야 하고, 정부는 국민을 바라보며 여민과 위민을 해야 한다. 

가끔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좋은 가르침을 달라고 한다. 산에 사는 미천한 필자가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요즘처럼 이념싸움이 극화되고 가치관에 혼란이 올 때  원효 스님의 화쟁사상을 적극 대입해보라고 한다. 원효 스님은 수많은 불교학자, 유학자, 정치가의 논쟁을 화쟁으로 회통했다. 화쟁은 결국은 세상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치와 실존적인 경험, 다양한 이념과 이론을 논쟁을 통해서 회통 할 수 있는 화(和)의 지혜이다. 원효 스님의 화쟁 사상을 통해서 사통팔방으로 회통할 수 있다면 민의를 대변하고 민생을 살피는데 원융적인 사고를 가진 리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많이 경청하고 공감하면 대책은 만들어지고 국민은 반드시 위로받고 민생고를 넘길 수 있는 지혜가 또한 생길 것이다. 지금은 서로 다른 이념과 가치 등의 쟁(爭)을 화(和)할 수 있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진원 스님 suok320@daum.net

[1717호 / 2024년 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