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교편향 행정 호도하는 언론들

  • 기자칼럼
  • 입력 2024.02.19 13:21
  • 수정 2024.02.19 13:25
  • 호수 1717
  • 댓글 2

신안군이 지역관광활성화를 명분으로 추진했던 ‘천사섬’ 순례길 조성 사업이나 대구시립합창단의 ‘찬송가 위주의 공연’ 등은 지자체 종교편향 행정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신안군은 ‘천사섬’ 사업에 40억여 원을 지원해 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딴섬 5개섬을 잇는 순례길을 조성하고 섬 곳곳에 예수의 열두제자 이름을 딴 ‘12사도 예배당’을 마련한 바 있다. 지자체가 나서서 사실상 기독교 성역화를 추진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이 사업은 2022년 10월 13일 문체부 산하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로부터 특정종교에 편향된 사업으로 지적되며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에 신안군은 ‘천사섬’을 ‘1004섬’으로, ‘12사도 예배당’을 건강의집(베드로) 생각하는집(안드레) 그리움의집(야고보) 생명평화의집(요한) 행복의집(빌립) 감사의집(바르톨로메오) 인연의집(도마) 기쁨의집(마테오) 소원의집(야고보) 등으로 변경했다.

대구 시립합창단도 시민의 공공자산으로 운영되는 공연무대를 특정 종교에 편향된 선곡으로 지속해 제지를 받았다. 2021년 6월 기준 ‘최근 4년간의 공연’에서 부른 198곡 중 88곡이 기독교 찬송가였다는 분석 등을 통해 그간의 공연이 종교편향적이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구시는 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적 공연에 대해 불교계와 시민사회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최근 일부 기독교계 언론사들을 중심으로 지자체의 종교편향 사업을 바로 잡은 조치들에 대해 ‘불교계의 과도한 종교편향 지적으로 인해 이뤄진 결과’라고 호도하는 기사가 이어지고 있다. 기독교계 한 언론사는 “신안군은 천 개가 넘는 작은 섬으로 구성돼 ‘천사의 섬’이라는 브랜드로 지역 이미지를 알리고 관광 활성화를 높이려는데 불교계에서 특정 종교 색채가 있다면서 문제를 제기해 불필요한 종교 간 갈등은 물론 관광 사업만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대구시립합창단 공연에 대해서도 기독교와 아무 상관이 없는 문화 예술 공연에 불교계가 종교편향 잣대를 들이밀어 공연이 취소됐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다종교적 인식없이 진행된 지자체의 종교편향적 공공사업과 행정임이 명백히 드러나 이에 대한 정당한 시정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그 결과 사업이 수정됐으며 해당 지자체들도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사실을 외면한 채 불교계의 과도한 지적으로 ‘불필요한 종교 간 갈등’을 일으키고 ‘공공사업에 타격을 입혔다’고 보도하는 것은 이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는 태도다. 무엇보다 사태의 원인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이러한 보도는 오히려 종교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해당 지자체의 태도도 문제다. 기독교계 언론에서 지자체와 불교계의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데도 아무 조치도 하지 않는다면 지자체가 이를 인정한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실수가 있을 수 있고, 지적을 받아 변경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문제가 지적돼 사업을 변경하게 될 경우 지자체는 잘못된 부분을 명확히 시정하고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신안군과 대구시는 기독교계 언론의 보도에 적극 대응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종교갈등의 불씨를 남기게 될 것이다.

이지윤 기자 yur1@beopbo.com

[1717호 / 2024년 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