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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을 수 있는 힘과 이룰 수 있는 힘

새해에 다양한 방법으로 올해 자신의 운을 미리 듣기 원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았다. 필자 또한 그동안 진심 반 재미 반으로 운세를 보기도 많이 보았지만 이제는 짧은 운세에 집착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기로 했다. ‘아함경’에서 숙명에 대한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고 난 뒤로 말이다.

그전까진 실망스러운 일이 일어나면 ‘이게 내 숙명이었나 보다’ 생각하고 넘기기 바빴다. 부정의 일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건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낮추곤 했다. 하물며, 긍정적인 일이 일어나도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난 거구나’ 생각하며 내가 하루하루의 순간들에 노력에 노력을 더해서 이루어냈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러니 기쁨도 조금만 느끼곤 아무도 시키지 않았던 겸손을 지키려 했다. 이 모든 현상들을 막연히 나쁘다, 좋다 구분 지을 수는 없으나 누군가 필자에게 예전의 자신을 떠올려 보라 한다면 수동적인 존재, 또는 의존적인 존재라 전할 것 같다. 아무도 조종하지 않았는데 홀로 숙명이란 단어에 속박되려고 했던 과거를 되돌아본다. 그럼 이런 본디 정해진 숙명에서 자유를 느끼려면 어떤 사고가 필요할까?

바로, 무언갈 잃을 수 있는 힘과 무언갈 이룰 수 있는 힘에 대한 확신이다. 우린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운명을 숙명이라 배운다. 사전적 정의가 그렇다. 그럼 운명은 무엇일까. ‘움직일 운’, 즉 과거의 나의 업과 현재의 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모순적이지만 나의 내면적 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운명이라니. 아함경에 나오는 “전생의 행위는 금생의 나를 만들었지만 나의 행위에 따라 미래는 결정되는 것”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우리는 우리네 스스로 긍정을 이룰 수 있는 힘과 부정을 잃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만의 운명을 개척하고 두려움과 불안을 그저 내버리는 힘을 갖기 위해선 평소에도 나 자신을 정비하며 유연한 생각을 갖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여기서 정비한다는 일은 나에게서 불필요한 감정 과다나 과잉 희망을 떼어놓는 것이다. 이것 또한 다시 한번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잃을 수 있는 힘’인 것이다. 

무언가 잃을 수 있는 힘을 갖는다는 건 무언갈 이룰 수 있는 에너지보다 더 큰 용기를 요한다. 사람들은 대개 무언갈 얻을수록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고 싶어한다. 책임감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얻은 것을 잃으면 상실감이 크게 일어난다. 정말 당연한 감정의 수순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필자는 잃을 수 있는 에너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잃고 싶지 않은 감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집착’을 조금이라도 내려놓자는 것이다. 보호하고 지켜봐야 할 것들이 많은 인간의 생애에서 우리는 욕심과 순수한 희망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숙명에 기대어 이것이 이치라며 그저 고분히 순종하기보단 다른 방향의 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사고가 행동의 실천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잃을 수 있고 이룰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 정말 숙명에 따라 무조건적으로 사람의 모든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면 생명에게 기대와 희망이란 단어는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니 파도치는 삶 위에서 서핑하며 이리저리 흔들려도 보고 평안한 수면 위를 서 있어 보기도 하는 우리네가 되어보자. 

이렇게 하면 무언갈 잃을 수 있는 힘은 집착에 대한 해방감을, 무언갈 이룰 수 있는 힘은 세상을 향한 도약을 선물할 것이다.

한완정 작가 wanjung0419@naver.com

[1717호 / 2024년 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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