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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미국의 위빠사나 명상-​상 

IMS 중심으로 불교명상 대중화

콘필드 등 위빠사나 수행자
1976년, 통찰명상협회 설립
미국 ‘위빠사나 운동’의 태동
현대인 눈높이 맞춰 불교 해석

1975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작은 도시 바레에서 세 젊은이가 가톨릭 신학교 건물을 둘러보고 있었다. 학교 공용 공간의 팻말에는 사제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주는 경구가 적혀있었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깨어 있어라.” 세 젊은이가 설립하려고 하는 명상 센터의 신조와 상통하는 말이었다. 세 사람은 이듬해 2월에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아름다운 뉴잉글랜드 양식의 건물을 인수하여 ‘통찰명상협회(IMS, Insight Meditation Society)’ 본부로 삼았다. IMS는 조셉 골드스타인(Joseph Goldstein, 1944~), 잭 콘필드(Jack Kornfield, 1945~) 샤론 샐즈버그(Sharon Salzberg, 1952~), 세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세운 미국 위빠사나 운동의 발원지이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미국에서 태어나 대학을 마치고 태국과 인도와 미얀마에서 위빠사나 명상을 오랜 기간 수행한 불교 수행자라는 사실이다.잭 콘필드는 대학을 마치고 평화 봉사단(Peace Corps)을 통해 태국에 의료봉사를 갔다가 아잔 차 스님(1918~1992)을 만나서 출가하였다. 조셉 골드스타인도 세계 평화 봉사단의 일원으로 태국에서 봉사하던 중에 불교를 알게 되었고, 많은 불교 지도자로부터 위빠사나 수련을 받았다. 샤론 샐즈버그는 인도의 한 대학에 다니면서 고엔카 명상을 시작했다.

그들은 처음엔 명상이 비밀스럽고 초자연적인 체험을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불교 스승들의 가르침을 받고 명상은 자신의 호흡을 놓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끼고 알아차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 미국에 돌아온 그들은 1974년 나로파 대학에서 불교 명상을 가르치면서 서로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미국 사회에 제대로 명상을 보급하기 위해서는 불교의 가치와 명상 훈련을 지속해서 지원해 줄 수 있는 중심지가 필요하다는 데 한마음이었다. 그리고 2년 후에 IMS를 설립했고, 그것이 미국 위빠사나 운동의 시작이었다.

원래 위빠사나 운동(vipassana movement)은 20세기 초 동남아시아 불교 종파들의 현대적인 혁신과 발전에 관련된 일련의 역사적 사건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다. 이 운동은 미얀마·태국·스리랑카의 불교가 대중에게 불교사상의 핵심을 잘 전달하고 수행하기 쉬운 명상법을 위빠사나 명상, 특히 순수한 주의(bare awareness)를 중심으로 가르치면서 발전하였다. 위빠사나 운동의 영향으로 그전까지 사원의 담을 넘지 못했던 불교 수행이 일반 대중에게 전해지게 되었고, 심지어 불교 수행에 호기심이 강한 외국인에게도 불교를 깊이 배울 기회를 제공했다.

IMS를 통해 콘필드와 골드스타인과 샐즈버그는 그 당시 서양 사회에 여전히 낯설었던 불교 명상을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가르쳤다. 그들은 위빠사나 명상과 불교사상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였다. 특히 현대인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일화 등을 예로 들며 불교의 가르침을 어떻게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지 가르쳐 주었다. 불교에 대한 그들의 이해는 뛰어났고, 미국인들을 가르치는 방법에 대한 통찰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미얀마와 태국의 엄격한 불교 수행 방식을 자신의 개인적 경험에 따라 서구인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변형하였다. 미얀마 위빠사나 불교가 상좌부 아비달마와 청정도론의 가르침을 엄격하게 지키는 반면, 콘필드 등은 비판적인 접근 방식으로 텍스트를 해석하고 불교 고유인 것이 아닌 것을 섞어서 가르치기도 하였다. 그들의 불교해석은 현대 서양인들에게 매우 잘 받아들여졌고, 그들의 가르침은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훗날 세계적인 법사가 된 샐즈버그는 회고담에서 처음에 미국으로 위빠사나를 들여오면서 불법(dharma)이 희석될 것을 걱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당시 그녀의 눈에는 미국인들이 너무 경쟁적이고 목표지향적이었기 때문에 ‘깨달음’을 강조하는 불교의 가르침을 일부러 뺐다고 한다. 자신이 인도에서 처음 ‘깨달음’에 관한 법문을 들었을 때 불편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이 가르침은 불교에 입문하는 미국인에게 적합하지 않으리라 판단했다. 골드스타인도 ‘무아’의 진리 대신 ‘자아 이미지는 허상’이라고 강의했다. 이때를 회고하면서 샐즈버그는 말했다. “이처럼 우리는 진리를 희석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필요하지 않았다. 삶을 살아보면 충분히 삶의 고통을 겪게 되고 진실을 알게 된다. 그러면 진실에 설탕을 칠 필요가 없어진다. 실은 삶 속에 놀라운 지혜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 cherryhill2736@gmail.com

[1717호 / 2024년 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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