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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아니면 도의 나라?

기자명 성진 스님

‘세계서 가장 우울한 나라’ 평가
급성장 이끈 초경쟁 문화 원인
경쟁은 단기적 효과만 얻을 뿐
삶은 성공·실패 양분될 수 없어

전 세계 베스트셀러 ‘신경끄기의 기술’의 저자 마크 맨슨이 한국을 여행하고 올린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이 영상의 제목은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다. 한국인에겐 제목에서 이미 불편함이 다가온다. 보통의 경우 이런 제목의 동영상은 한국에서 인기를 얻기 어렵다. 오히려 한국의 지하철을 경험하며 감탄하고, 카페에서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를 두어도 안전한 한국에 찬사를 보내는 영상에 열광한다. 그런데 이 영상은 거의 모든 미디어에서 다루었고, 원본 영상만 해도 거의 100만에 가까운 조회 수를 보인다. 한 외국인의 생각이 뭐 그리 중요한 것일까 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는 말에 어딘가 깊게 찔린 느낌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2003년 이후 OECD(경제협력개발국) 국가 중 딱 한 번 2017년 리투아니아에 1위를 내어준 이후, 자살률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 여기서 자살의 주된 이유가 경제적 문제라는 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어서 그런 것일까? 이 이방인은 단순히 이런 수치만을 갖고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고 했을까? 영상이 여러 언론에 소개되면서 많은 한국의 사회학자들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침소봉대하고 있다는 학자들부터 불편한 진실로 봐야 한다는 학자까지 다양하지만 분명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하는 면이 있다는 것에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중 하나는 급격한 경제성장을 위한 압박적 초경쟁 문화다. 경쟁에서 지면 탈락이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교육마저 경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여 선행학습이라는 기이한 현상까지 만들어 버렸다. 경쟁이 모든 곳에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필자는 출가한 후 비로소 누군가와의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승가에서는 경쟁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자신의 참 성품을 찾아가는 데 있어 타인과의 경쟁은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100일 가까이 한 방에 앉아 20여 명이 정진하면서 경쟁자로 본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불가에서는 ‘도반’이라며 함께 길을 가는 대상이지 경쟁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게 한다. 그래야 시선을 자신으로 가져오고 자신이 누구인지 이해하며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신상담 전문가는 최고의 정신치료는 ‘네’가 누구냐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힘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한국사회의 초압박 경쟁은 개인의 좌절이나 우울감을 공통적 아픔으로 이해하기보다 개인의 능력 부족이나. 정신력의 부재, 가족이나 집단의 낙오자로 보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시선이 결국 자살률 1위의 자리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세계 행복지수를 측정하는 기준에 ‘사회적 지지’라는 게 있다. 자신이 힘들거나 혹은 좌절의 순간에 개인이나 사회로부터 얼마나 도움이나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친구나 가족 그리고 동료가 경쟁의 대상에 둘러싸이게 한다면 누구의 손도 마음 편히 잡을 수 없을 것이고, 손을 건네는 주변인 또한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쟁은 최소한이어야 한다. 경쟁을 통해 어떤 분야를 잘하게 만드는 것은 단기적인 효과를 얻을 뿐이다. 세계로부터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린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강 다리에는 투신을 막는 펜스부터 방지 문구들로 가득하다. 2023년 기준 4년 새 한강 교각 투신자살 시도율이 4배나 증가했으며, 2022년 1000회의 한강 투신시도가 있었다. 
 

삶을 100과 0, 성공과 실패로 나누어 정의할 수 없다. 그리고 경쟁의 산물을 성공과 실패로 만들어서도 되지 않는다. 부처님은 근기에 따라 가르침을 주셨다,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각각에 맞게 한 중생도 빠트리지 않고 가르침을 주신 것이다. 그리고 승가에 화합으로 정진하게 하셨다. 이제 우리 사회도 성장의 동력을 경쟁에서 화합으로 전환해야 한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고 함께 가야 한다. 과도한 경쟁이 만든 불안, 불신, 불만이 감싸는 사회적 압력을 낮추어야 한다. 이 압박 사회에서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 건강의 공간을 만들기 어려움을 알아야 할 것이다.

성진 스님 남양주 성관사 주지 sjkr07@gmail.com

[1717호 / 2024년 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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