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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화엄세계의 선재동자

기자명 신현득

선재동자, 선지식들에 보살행의 길을 묻다

그림=최병용 
그림=최병용 

① 문수보살을 만난 선재동자

어느 때, 기타숲 부처님 곁에 5천여의 보살이 
구름 떼처럼 모여, 부처님 찬양이다.
그중에는 묘길상 문수보살도.

문수가 중생을 보살피려 남쪽으로 떠났지, 
복생성(福生城) 장엄당(莊嚴幢) 사라나무 숲에서
귀엽고 어린 선재동자(善財童子)를 만났지. 
법복, 삭발에, 작은 바랑. 눈이 맑은 선재동자.

문수보살을 받들어, 법문을 들은 동자가 여쭙는다. 
“거룩하신 보살님. 제가 어떻게 하면,
보살행을 배우고, 행하며, 일으키고, 넓히며,
어떻게 하면 보살행을 성취할 수 있겠습니까?”

문수보살은 선재의 기특한 질문에 놀라며, 
“동자야, 목소리도 곱구나. 착하고 착하다, 
보리심을 일으키고 보살행을 성취하겠다니.”
보살이 가르침을 모두 베풀더니, 

남쪽으로 승낙국(勝樂國) 묘봉산(妙峰山)
길상운(吉祥雲) 비구를 찾아가라 하신다. 
선재동자는 눈물로 보살을 작별하고 길을 떠났지.
  
② 선지식을 뵙고, 또 뵙고

선재가 묘봉산에 올라서, 이레를 헤매다가 겨우
길상운 비구를 만나, 발 아래에서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을 돈 다음 여쭙는다.

“거룩하신이여, 제가 어떻게 하면,
보살행을 배우고, 행하며, 일으키고, 넓히며,
어떻게 하면 보살행을 성취할 수 있겠습니까?”

“귀여운 동자야, 잘 묻는구나. 보살행은 어렵다.”
보살행을 구하는 일은 깨끗한 행을 구하는 것이며, 
보살의 신통변화와 해탈문을 구하는 것이며,
중생의 작은 번뇌와 허물까지 없애는 거라 하신다.
 
“나는 믿는 눈이 깨끗해서 지혜의 빛이 밝게 비친다.
지혜의 눈으로 온갖 경계를 보면서 장애를 여의고 
셀 수 없는 세계의 셀 수 없는 부처님을 뵙고 있다.”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해문국(海門國)이 있으니 
그곳 해운(海雲) 비구에게 가서 더 물어보라 하신다.

선지식의 말씀을 듣고 선재동자는 먼 길을 걸어  
해문국에 이르러, 해운 비구를 뵈었지.
“거룩하신 이여, 제가 어떻게 하면
보살행을 배우고, 행하며, 일으키겠습니까?”
“동자야, 내가 해운국 바다에 온 지 12년이다. 
바다는 넓어서 측량할 수 없음을 생각하고, 
바다가 깊어서 바닥을 알 수 없음을 생각하며,
바다가 받아들이는 여러 강물을 생각해 왔다.” 

여러 가르침을 주시던 선지식이 이르신다. 
“동자야 바다같은 법계를 나는 다 모르니 
남쪽 60유순, 해안(海岸) 마을, 
묘주(妙住) 비구를 찾거라.”
   
선재동자가 묘주 비구를 뵈오니, 
깨달은 바를 일러 주시고, 
남쪽 달라비타국 금강층성(金剛層城)에 
미가대사(彌伽大士)를 찾으라신다.

그 다음이 주해탈 장자,
그 다음은 해당(海幢) 비구,
그 다음은 이사나(伊舍那) 우바이,….

이리하여 선재동자는 서른네 번째부터는  
여덟 주야신(主夜神)을 차례로 만났지. 
그 첫 번째가 춘화(春和) 주야신. 
주야신은 허공의 보배 누각에서 동자를 맞는다.     
몸은 순금빛이요, 검은 머리에 영락으로 단장을 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보살행을 배우고, 행하며, 
일으키려고 나섰습니다.…”

“착하고 착하다. 동자야!”
춘화 주야신은 자기가 깨달은 바를 이야기한 다음 
항하수 남쪽, 
보변길상무구광(普遍吉祥無垢光) 주야신을 찾으란다. 

그 주야신을 만났더니  
여기서 멀지 않은 보리나무 도량에 있는 
희목관찰일체중생(喜目觀察一切衆生) 주야신이 
동자의 소원을 이루어 주리라 한다.

③ 보살행을 성취하고 해탈문을 얻다    

희목관찰 주야신을 만났더니 
온 몸의 털구멍으로 구름을 뿜어내고 있었지.
어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놀라운 신통력.

중생의 수만큼 많은 구름자락이라 했지.
하늘 땅에 구름이 가득해지자.
한 무리 사람들이 털구멍마다 나타난다.

“중생의 마음 바다에 들어가는 지혜를 알라.”
잠깐 동안에 법계의 바다를 다 일러주고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는 지혜를 일러준다. 

이들의 말이 곧 희목관찰 주야신의 가르침이다. 
“예, 알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선재동자는 합장을 하고, 귀를 기울였지. 

털구멍에서 또 한 번, 사람들이 나타나더니
힘과 지혜로 마군을 정복하고, 
용맹정진을 보여주고, 부처님 법수레를 이끈다. 
털구멍에서 또 한 번, 또 한 번, 사람들이…. 

그때마다 “예, 알겠습니다.”하며
희목관찰 주야신의 가르침을 받는 동안에
보살행을 배우고, 행하게 되고, 
보살행을 일으키고, 넓히는 법을 모두 익혔지.

보살행을 성취하고 해탈문을 얻고 보니     
그 기쁨은 견줄 데가 없다. 
“기쁘다. 기쁘다. 이런 기쁨이 다시 있으랴!”
그 기쁨을 게송으로 읊고 보니
아득한 하늘이 한층 더 맑아 보인다.    

그러나 선재는 여덟 주야신을 다 만나고
쉰세 분 선지식을 모두 뵙는다며 걸음을 옮긴다.
어린 나이에 해탈문을 얻었으니 발걸음이 가볍다.   

또박또박 또박또박….
어린 득도자 선재동자의 
힘있는 발걸음 소리!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717호 / 2024년 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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