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처님 가르침 실천하는 오늘이 인생을 바꾸는 진짜 비결이죠 ”

  • 무진등
  • 입력 2024.02.19 17:06
  • 수정 2024.02.19 17:07
  • 호수 1717
  • 댓글 0

이창구 전북불교대학장

유년 시절 목격한 ‘죽음’의 충격에
삶·죽음 고뇌에 빠져 청년기 방황

과거 집착말라는 불교 가르침 만나
현재에 집중하며 수행·정진하게 돼

부처님 가르침 은혜 회향하고자 
2016년 전북불교대학장 맡은 후
‘수처작주’ 자세로 전법 활동 매진

 부처님 가르침대로 현재에 집중하며 정진해나가는 이창구 전북불교대학장. 그는 오늘도 전북지역 포교를 위해 기도한다.  
 부처님 가르침대로 현재에 집중하며 정진해나가는 이창구 전북불교대학장. 그는 오늘도 전북지역 포교를 위해 기도한다.  

‘인간은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창구 전북불교대학장에게 이 질문은 오래된 숙제와도 같았다. 질문은 아주 어린 시절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시작됐다. 

친어머니가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자 아버지는 재혼했다. 그의 일생을 송두리째 흔든 사건이 벌어진 건 그의 나이 여덟 살 때였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저녁, 새어머니가 문득 방으로 찾아와 말했다. 오늘 삶을 마무리 할 거라고. 이해할 수 없었다. 새어머니와 아버지의 다툼이 잦긴 했지만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는 너무 어렸다. 그 뜻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불과 몇 분 후, 새어머니의  말은 현실이 돼버렸다. 그는 한 사람이 스스로 생을 저버리는 모습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 그 사건은 그의 무의식에 깊이 저장돼 학창시절 전체를 지배하고 말았다.

학교에 다니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에 더욱 깊어졌다. 산다는 것은 무엇이며, 죽음은 또 무엇인지. 도저히 답을 찾을 수없는 질문이 끝도 없이 그를 괴롭혔다. 숫기 없고 소심했던 소년은 철학책을 집어들었다. 

“철학을 공부하면 뭔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괴로움이 끝날 거라 생각했죠. 그때 불교를 만났더라면 출가의 길을 걷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철학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고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철학에 심취했고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북대 철학과에 진학했다. 철학에 매달리는 그를 보며 선배들은 불교 공부를 권유했다. 당시 지도교수도 불자였던 터라 자연스럽게 불교에 다가섰다. 그리고 철학보다 더 깊이 불교에 매료됐다. 

“이상하리만큼 주변서 불교에 대해 공부해 볼 것을 권했어요. 처음에는 관심 없다며 거절했죠. 그런데 대학 선배가 계속 따라다니면서 불교를 공부하게 만들었어요. 당시 지도교수였던 강건기 교수님이 내주셨던 과제들도 거의 불교와 관련된 글이었죠. 나중에 전북불교대 초대학장님이 되신 강 교수님은 훌륭한 학자이자 모범적인 불자이셨습니다. 그렇게 불교를 만나게 됐고, 불교를 통해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그저 불연이었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그렇게 만난 불교는 답을 알려주는 종교가 아니었다. 오히려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에 매달리지 말라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이었다. 인간이 어디서 온 존재인지, 죽음이 무엇인지를 막연히 고민하며 괴로워하기보다는 지금의 삶에 주인이 될 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과거에 집착하고 얽매이며 두 번째 화살에 맞지 말고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정진하라고 말해주었다. 답 없는 답을 찾으려는 몸부림에서 벗어나자 그가 해야할 일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창구 전북불교대 학장이 강의하는 모습.
이창구 전북불교대 학장이 강의하는 모습.

30대에 접어든 그는 강건기 전북불교대학 초대학장의 권유로 그곳에서 철학과 종교학 강의를 시작했다. 곧이어 전북대, 송광사승가대학에서도 강의를 의뢰해 왔다. 그렇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한 길로 20여년 가까운 세월을 걸어왔다. 그러던 2016년 전북불교대학이 여러 가지 문제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그에게 학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라 여겨 수차례 거절했지만 결국 학장의 자리를 받아들였다. 불법의 은혜를 갚을 기회라는 생각에서였다.

“사실 저는 회피형 인간이에요. 어떤 직책을 맡거나 책임지는 것을 너무 싫어하는 사람이죠. 그래서 학장은 제 자리가 아니라 여겼요. 계속된 요청에도 완곡히 거절했는데 문득 부처님의 은혜를 갚는 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회향하자는 마음으로 학장을 맡게 됐고 취임한 해에 책 ‘아홉 개의 산문이 열리다’를 출간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이 책이 불교출판문화상 대상을 수상하고, 학교도 조금씩 정상 궤도에 올라갔습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큰 계기가 된 거죠. ‘너 이제 불교대학 좀 살려라’하고 부처님께서 기회를 주신 것 같습니다.”
 

광양 옥룡사지 문화답사.
광양 옥룡사지 문화답사.

전북불교대학은 1988년 호남 최초로 설립된 불교대학으로 현재까지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불교학과(1년 과정), 법사과(2년 과정), 보현학림(대학원 과정)으로 과정을 나눠 부처님 생애부터 ‘육조단경’까지 단계별 교리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방학기간에는 동화, 인문학, 철학 등 다양한 인접 학문과 연계한 다채로운 특강도 개설한다. 또 문화재 답사반을 모집해 매월 두 번째 일요일 현장에서 문화, 역사 등 주제별 전문가들의 문화재 해설을 듣는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불교를 더 쉽고 친근하게 전달하려는 이 학장의 원력이 가져온 결실들이다.

“진정한 불교는 배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활로 이어져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쉽게 가르쳐야 합니다. 불교 강의할 때 ‘시’를 활용한다거나 인문학적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려고 합니다. 인문학도 불교와 비슷하게 자기 성찰의 면이 강하거든요. 인문학을 통해 불교가 전달되고 삶의 변화로 이어진다면 그것이 바로 실천하는 불자의 삶입니다.”

이 학장은 불교가 결코 지식에서 끝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교리와 신행이 불교의 양 날개이기 때문이다. 전북불교대학에서 매주 일요법회를 열고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오후 7시에는 참회·발원 법회를 통해 다가올 달을 준비하고 새롭게 맞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교는 신행과 교리가 병행돼야 합니다. 교리를 아는 것에서 그치면 한 쪽 날개로 날아가려는 행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교리를 공부하는 것 만큼 신행도 열심히 해나가야하죠. 우리 불교대학에서는 교리교육부터 법회, 신행 상담 등 모든 여건을 마련해 전법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북불교대학은 지역 포교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개신교·가톨릭이 우세한 전주지역에서 불자만을 대상으로 포교했다면 36년간 전북불교대학이 명맥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36년 명맥의 숨은 동력은 바로 타종교에 대한 배려와 협력에 있었다. 

“워낙 타종교가 우세한 지역이다 보니 전북불교대학 개교 후 첫 모집 인원을 40여 명 정도로 예상했었죠. 그런데 230명이나 신청을 했습니다. 교회나 성당에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불교세가 척박하다 여겼었지만 불교를 공부하려는 불자들의 원력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부처님 법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종교와의 협력적 관계도 중요합니다. 타종교를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전주에서는 불교, 개신교, 가톨릭, 원불교, 천도교 이렇게 5개 종교 지도자들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합니다. 연합합창단을 만들어 법당에서 다같이 찬불가를 부르거나 교회에서 다같이 찬송가를 부르기도 하죠. 타종교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고 배려하며 공존을 배우죠. 또 그 덕분에 전북불교대학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려 지금까지 잘 이어오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2023년도 전북불교대학 입학식.
2023년도 전북불교대학 입학식.

2023년에는 불교학과 58명, 법사과 18명이 입학했다. 올해도 3월 2일까지 신입생 모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인구 감소 속에서 신입생 모집은 여전히 쉽지 않다. 

“올해 입학 등록 인원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코로나 때보다도 더 심한 것 같아요. 불교를 공부하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있을텐데…. 더 많은 분들이 부처님 법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여전히 제게 남은 과제입니다.”

신입생 모집은 요즘 이 학장의 새로운 ‘공부 소재’다. 그렇기에 재학생 한 사람이 신입생 한 명씩을 영입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신입학인 릴레이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평생 강단에 선 그가 신입생 모집에 직접 발벗고 나서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 법도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 하지 않았는가. 어느 곳에 머물든 주인이 된다면 일상의 모든 순간들이 수행이기 때문이다.  

“제게 새로운 삶의 길을 알려주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할 수있다면 그 무엇이든 수행 아닌 것이 없습니다.” 

환한 미소 속 굳건한 그의 원력이 전북지역을 넘어 한국불교의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지윤 기자 yur1@beopbo.com

[1717호 / 2024년 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