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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와 그림으로 풀어낸 공의 지혜  

  • 불서
  • 입력 2024.02.19 17:23
  • 호수 1717
  • 댓글 0

도표로 읽는 반야심경
김명우 글/배종훈 그림/민족사/280쪽/1만8500원

한국불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경전이라면 단연코 ‘반야심경’이다. 인기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한국불교 자체가 ‘반야심경’의 불교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반야심경’은 법회 때나 모임 또는 예식이 있을 때 반드시 독송되는 경전이다. ‘천수경’ ‘금강경’ 등 한국불교를 특징짓는 또 다른 경전들이 있지만 ‘반야심경’에 비할 수는 없다. 이들 경전과 ‘반야심경’의 결정적 차이는 분량이다. 경전의 전분량이 260자에 불과하다. 그래서 ‘반야심경’은 손에 들고 다니는 경전이 아니라 외워서 마음에 담고 다니는 경전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불교에서 불자와 비 불자를 구분 짓는 경계선이 바로 ‘반야심경’을 외울 수 있느냐의 유무에 달려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반야심경’은 짧은 경전이지만 대승불교의 핵심적인 가르침이 모두 담겨 있다. 이를 이해한다면 한국불교의 모든 예식에서 ‘반야심경’을 반드시 외우고 독송하는 이유가 꼭 짧은 분량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이해할 수 있다. 

책은 민족사의 스테디셀러인 ‘도표로 읽는 시리즈’ 8번째이다. 친숙한 경전이지만 짧은 문장 속에 웅대한 가르침을 함축하고 있어 해설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그 내용을 잘 모르거나 혹은 너무 기본이라 생각해서 차마 주변에 물어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반야심경’을 명료하게 배울 수 있는 맹귀우목(盲龜遇木)의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가 독송하는 ‘반야심경’은 당나라 현장 스님이 범어를 한자로 번역한 것이다. ‘대본반야경’이라 불리는 원래 600권 분량의 ‘반야심경’을 270자로 추린 것이다. 

그러나 이 짧은 문장 안에 대승불교의 핵심인 공(空)의 가르침을 담고 있기에 쉽지만은 않은 경전이다. 지금껏 출간된 ‘반야심경’ 해설서가 시중에 차고 넘치지만 불자들의 목마름을 시원하게 해갈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범본과 한역본의 글자 하나하나의 의미뿐 아니라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범어 문법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했다. 특히 범어로 된 ‘반야심경’ 소본과 대본, 한역본, 세계적 불교학자인 에드워드 콘즈의 영역본을 다각도로 비교하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반야심경’의 핵심 가르침인 공 사상을 “오직(唯) 마음(識)만이 있을 뿐 바깥의 대상은 없다(無境)”는 유식학(唯識學)의 입장에서 재해석한 것도 눈길을 끈다. “모든 것이 텅 비었다”는 공(空)과 “오직 마음만이 있다”는 식(識)은 일견 모순되는 것 같지만 식 또한 궁극적으로 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향점이 같을 뿐 아니라 이해도 쉽다. 책은 각 단원의 설명이 끝날 때마다 내용의 핵심 줄기를 간단명료하게 정리하고 이에 그림을 덧붙였다. 

저자는 동의대와 일본 동경대에서 공부했다. 20권의 불교 저술 가운데 이미 ‘왕초보 반야심경 박사 되다’ ‘유식으로 읽는 반야심경’ 등 ‘반야심경’ 해설서만 4권을 펴낼 만큼 ‘반야심경’에 남다른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형규 전문위원 kimh@beopbo.com

[1717호 / 2024년 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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