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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불화, 서양 화풍을 만나 어떻게 변했나

  • 문화
  • 입력 2024.02.20 18:18
  • 수정 2024.02.23 19:25
  • 호수 1718
  • 댓글 0

국박, 7월21일까지 불교회화실서
불화·진영·초본 총 23건 37점 전시
축연·약효·보현·천여·도순 스님 등
19~20세기 근대 화승 활약 한눈에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에 걸쳐 서양 문물이 밀려 들어오던 근대기, 불교회화는 서양의 화풍을 만나 어떻게 변화했을까. 조선시대로부터 이어져 온 불교회화의 전통을 간직하면서도 근대기 새롭게 도입된 서양화의 영향을 받아들이며 독특한 표현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 근대기 불교회화의 진화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2월 15일부터 7월 21일까지 상설전시관 2층 불교회화실에서 19~20세기 불교회화와 초본 총 23건 37점을 전시한다. 특히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활동한 대표적 화승들의 작품을 집중 소개해 각 화승들의 독특한 화풍을 비교해 볼 수도 있다.

쌍월당 대선사 초상, 축연 스님, 조선 19~20세기 무렵, 비단에 채색, 181.5×89.3cm.
쌍월당 대선사 초상, 축연 스님, 조선 19~20세기 무렵, 비단에 채색, 181.5×89.3cm.

근대기의 대표적 화승으로 손꼽히는 고산축연(古山竺衍) 스님은 금강산 유점사에 머무르며 전국적으로 작품을 남겼다. 축연 스님은 불화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불’에서는 극락에 모인 불보살 얼굴의 이목구비와 주름, 몸의 양감 표현에 서양화의 음영법을 사용해 입체감을 표현한 점이 두드러진다. 또 ‘쌍월당 대선사 초상’에는 그림 안 족자에 자신의 당호인 ‘혜산(蕙山)’을 적어 넣어 눈길을 끈다. 전통 불화 조성에서는 조성자 개인의 이름을 남기지 않는 것이 전통이라는 점에서 축연 스님은 화승인 동시에 스스로를 예술작가로 인식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러 화승들의 작업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초본도 함께 전시된다. ‘마곡사파’ 화승을 대표하는 금호약효(錦湖若效. ?~1928) 스님이 조성한 인물 밑그림 초본은 화면 위쪽에 ‘약효가 초를 내다’라고 적혀 있어 조성자를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인 초본이 불화 조성 시 바탕천을 위에 덮고 베껴 그릴 수 있도록 필선을 또렷하게 표현하는 것에 비해 이 그림은 가는 붓을 이용해 자유롭게 필선을 표현한 점으로 보아 일상용 또는 제자에게 그려 주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실제 불화 조성에 사용하기 위해 꼼꼼히 그린 초본도 선보인다. ‘지옥을 다스리는 지장보살 밑그림’은 서울 경국사에서 60여 년간 머무르며 불상과 불화를 조성한 보경보현(寶鏡普賢. 1890~1979) 스님의 작품이다. 이 초본은 세부를 그린 후 각 부분에 ‘백(白)’ ‘황(黃)’ ‘진홍’ 등 어떤 색을 칠할 것인지 자세히 적어 넣어, 이후 작업 단계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 도순 스님, 조선 1854년, 비단에 채색, 169.0×110.0cm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 도순 스님, 조선 1854년, 비단에 채색, 169.0×110.0cm

이번 전시에서는 2021년 고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에 포함돼 있던 근대 불교회화도 여러 점이 최초로 공개된다. 19세기를 대표하는 화승 천여(天如, 1794~1878) 스님이 1843년 조성한 ‘제석천’, 전라도 지방에서 활동한 도순(道詢) 스님이 파도 속에서 솟아오른 바위에 편안히 앉아 있는 관음보살의 모습을 그린 1854년 작 ‘관음보살도’ 등이 눈길을 끈다. 이밖에도 작은 화면에 먹으로 동자·옥졸·판관 등 명부 관련 하위 권속의 모습을 빼곡하게 그린 ‘불화 밑그림’은 시왕도나 지장보살도, 감로도 등을 그리기 위한 습작으로, 근대 불화승의 일상적인 작업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불화 밑그림, 20세기, 종이에 먹, 45.0×71.0cm.
불화 밑그림, 20세기, 종이에 먹, 45.0×71.0cm.

국립중앙박물관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기까지는 사회의 급격한 변동과 함께 불교와 불교미술을 둘러싼 위상과 환경도 변화하는 시기였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조선시대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요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 나가던 화승들의 노력을 만나볼 수 있다”고 전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718호 / 2024년 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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