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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절에 가는가

기자명 김예진

어느새 2월도 훌쩍 지나고, 곧 개강이다. 두 달은 시작점에서 보면 긴 시간 같지만, 끝에 서서 보면 참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이다. 방학 동안 동아리에서 크고 작은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다 보니, 유독 이번 방학은 더 빠르게 끝난 것 같다. 두 달 동안 직접 부딪혀보면서, 생각보다 지레 겁먹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실수도 오히려 몇 번인가 해보니 다음엔 실수하지 않을 노하우가 생기기도 했고, 법우들의 도움을 받으며 나 혼자 동아리를 이끄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올해 초보다 동아리에 대한 이런저런 걱정을 훨씬 덜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간 다른 고민이 떠올랐다. 동아리의 회장으로서가 아닌, 한 명의 불자로서 나에 대한 고민이다.

지난해 동아리를 처음 들어왔을 때, 정말 뭐든 좋았다. 선배들 따라 절에 가는 것도, 스님을 뵙는 것도, 또 법문을 듣거나 교리를 공부하는 것도 좋았다. 사람이 좋아 동아리를 다니기 시작했지만, 부처님의 가르침 역시 그만큼 좋아 동아리를 더 열심히 다녔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고작 두 달이지만,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있었다. 

불교 동아리인 만큼 불교의 색이 없는 활동은 없었다. 사찰에도 방문하고, 스님의 법문을 듣기도 했다. 졸업하는 선배들을 배웅해드리러 동아리방에 가서, 그것의 부처님께 인사도 드렸지만, 마지막으로 동아리방을 찾아뵈었을 때와는 다르게, 왠지 마음이 붕 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돌이켜보니 그간 부처님 앞에 있으면서도 정말 내가 그곳에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예전과는 달리 절에 ‘일’을 하러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언젠가 유튜브 숏츠를 보다 법정 스님의 법문 영상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 그 영상에서 법정 스님께서는 ‘절을 습관처럼 다니면 안 된다’라고 말씀하셨다. 덧붙여, 종교적 행사에 참여하는 것뿐 아니라 늘 자신에게 ‘왜 절에 가는가’를 물어보며, 삶을 개선하기 위한 자세를 가져야 함을 강조하셨다. 법정스님에 말씀대로 내가 왜 절에 갔는지를 스스로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요즘 불자로서 나의 태도를 되돌아보자니, 그야말로 ‘습관적’으로 사찰에 방문하고 있었다. 경불회에서는 당연히 사찰에 가야 하니까, 사찰에 가서 스님께서 법문해주신다면 당연히 들어야 하니까. 불자로서의 마음가짐이 바로 서지 않은 채로 절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니, 절에 있으면서도 절에 있는 듯 하지 않은 게 아닐까.

두 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처음 해보는 일에 바쁘고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니 자연히 부처님의 법이라는 나침반에서 눈이 멀어졌다. 나침반에서 눈이 멀어지자 일상에 휩쓸려 그때그때 되는대로 살아갔고, 문득 멈춰 돌아보자 내가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부처님 법에 따라 살고자 하는 불자로서의 내가 단단히 자리잡아야 하겠다고 느꼈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 다시 거친 물결 같은 일상이 몰아칠 것이다. 방학과 달리 학업을 수행해야 하고, 아르바이트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매주 있을 정기 법회를 준비하며, 다달이 있을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바쁜 나날이 찾아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자’로서 살고자 하는 마음이 바래지 않기를 바라며, 새로 시작될 학기를 설렘으로 기다려 본다.

김예진 경북대 불교동아리 회장 yyy7195@naver.com

[1719호 / 2024년 3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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