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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원의 진짜 불사

  • 기자칼럼
  • 입력 2024.03.04 14:20
  • 수정 2024.03.06 22:04
  • 호수 1719
  • 댓글 0
2023년 미소원 청년회 일일맛집. 
2023년 미소원 청년회 일일맛집.  법보신문 자료사진.

“집 짓는 불사만 불사가 아닙니다. 청년 불자를 양성하는 것도 이 시대 꼭 필요한 불사입니다.”

지난해 4월 14일, 부산 범일동 한 상가에 자리한 사단법인 미소원 법당이 후끈 달아올랐다. 상단 부처님 앞에 드리운 천 위로 ‘미소원 청년회 일일맛집’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여기저기 둘러앉은 사람들 사이로 주문받고, 음식 옮기고, 그릇 정리하고, 말벗 역할까지 바쁜 이들은 파란색 조끼를 입은 청년회 회원들. 일 년 중 단 하루, 미소원 법당이 맛집으로 변신한 이 자리에서 청년들은 환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했고 그들의 어깨를 토닥이던 장유정 이사장의 발언은 한국불교 미래를 향한 의미심장한 외침과도 같았다. 

미소원 청년회를 응원하는 장유정 사단법인 미소원 이사장. 법보신문 자료사진.
미소원 청년회를 응원하는 장유정 사단법인 미소원 이사장. 법보신문 자료사진.

사실 미소원은 몇 해 전부터 추진한 법당 확장 이전 불사를 지난해 중순 과감하게 포기했다. 코로나 이후 4년 만의 청년회 일일맛집을 성공 개최하고 부처님오신날을 여법하게 보낸 뒤였기에 불사 포기는 의외였다.

미소원은 협소하고 임대료도 상당했기에 불사는 절실한 과제였다. 회원들도 임대법당을 벗어나자며 십시일반 시주해 이미 2억 원 이상이 모인 상태였다. 이 불사금을 보시한 사람에게 일일이 돌려줬으니 보통 각오가 아니었다. 불사금 계좌를 0원으로 되돌린 미소원은 청년 포교의 깃발을 더 높이 세웠다. 시급한 건 공간이 아닌 사람이라는 확신이었다. 

지난 2018년 모임 1주년을 맞이한 미소원 청년회가 사단법인 미소원 창립 7주년 기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지난 2018년 모임 1주년을 맞이한 미소원 청년회가 사단법인 미소원 창립 7주년 기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유명 사찰도 아니고 큰 신행 단체도 아닌 미소원이 어떻게 청년회를 운영하는 것일까. 미소원은 회원들의 후원금과 재능기부 및 봉사로 소외 지역과 어려운 기관, 열악한 상황의 이웃에 꼭 필요한 나눔을 펼쳐 온 베테랑 봉사 단체다. 단단한 불심의 장유정 이사장과 도매시장 상인 불자 회원들은 함께 기도하고 정진한 공덕을 다시 나눔으로 회향했다. 이 같은 활동을 응원하는 스님 회원, 협력 기관 회원도 상당하다. 

미소원 청년회의 출발은 8년 전 회원 자녀들의 모임이었다. 그들은 부모가 걸어온 길을 따라 청년이 할 수 있는 자비 나눔을 신행의 방법으로 선택했다. 일일맛집으로 모은 기금은 1년 내내 청년회 활동으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도 지역 참전용사 어르신에게 건강키트를, 저소득 어린이·청소년 가정에는 영양키트를 전달했다. 또 장애인 가족을 위한 가을 산사 나들이도 다녀왔다. 미소원 회원 스님의 지도로 불교 교리를 공부했고 새해가 되자 불교대학 입학도 서로 추천했다. 매월 정기모임을 마칠 때는 소감과 후기를 공유하며 발전을 지향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에 건강 키트를 전달하는 미소원 청년회. 법보신문 자료사진.
한국전쟁 참전용사에 건강 키트를 전달하는 미소원 청년회. 법보신문 자료사진.
부산장애인복지관과 미소원이 함께하는 장애인 가족 가을 산사 나들이. 미소원 청년회 회원들이 함께했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부산장애인복지관과 미소원이 함께하는 장애인 가족 가을 산사 나들이. 미소원 청년회 회원들이 함께했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장유정 이사장과 이사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청년이면 일단 가입을 제안했다. 협력 기관의 종사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 중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결혼한 경우는 부부동반 가입을 권장했다. 어려운 공부, 공들이는 기도, 보시금과 운력을 강요하지 않았다. 회비는 월 5000원. 적게라도 자비행에 동참하려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며 환영했다. 어느덧 미소원 청년회는 20대부터 40대까지 25명이 모인 단체로 부처님 곁에 성큼 다가서 있다.

미소원 청년회 불기 2568년 새해 모임. 사진출처=다음카페 미소원.
미소원 청년회 불기 2568년 새해 모임. 사진출처=다음카페 미소원.

오는 3월 22일, 미소원 청년회는 2024년을 준비하는 새로운 일일맛집을 준비하고 있다. 누군가는 작은 단체에서 운영하는 더 작은 모임이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미소원 청년회에는 ‘푸른 미래’라는 슬로건처럼 한국불교의 다음을 위한 큰 원력이 담겨있다. 청년이 없다고 낙담하는 스님과 재가불자들에게 미소원은 단호하게 말한다. “지금 가장 시급한 불사입니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719호 / 2024년 3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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