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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혜(쩨링돌마·59) 염불수행 - 하

기자명 법보

선업·공덕 쌓겠다 기도하니
염불, 자력신앙으로 바뀌어
갈등 풀려 노력해 관계 개선
꽃비 내리듯 청량하게 살 것

21일 혹은 49일로 기도를 끊어서 계속 이어가고 있었는데 기도 초반에는 회향 날이 되면 이상하게 어딘가에서 꽃이 들어오곤 했다. 식물을 기를 때 선인장도 죽이는 마이너스의 손을 가진 내가 대충 물주는 난 화분이 갑자기 꽃을 피우고 게다가 두 개의 화분이 비슷한 시기에 난꽃을 피우는 일도 일어났다. 신기하고 감사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신기한 현상에 마음두지 말고 그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묵묵히 기도하자’고 마음먹었다.

천일기도 회향을 5개월 앞두고 있는 지금 여전히 규칙적으로 기도하고 있다. 초반에 스스로 자랑스러워 들떴던 마음은 이제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고, 신심이나 자비심은 자라난 느낌이다. 예전에는 마음 속에서 혼자 다투거나 실랑이를 벌이곤 했는데 지금은 마음에 그런 갈등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얼마 전 친정 어머니가 쓰러져 한동안 입원했다. 지금도 보살펴드려야 하는 상황인데, 이런 일에서 기도의 효과를 알 수 있는 듯하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평온하고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이성적인 면이 힘을 발휘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스트레스는 줄어들었고, 안좋은 일을 당해도 상대방에게 그다지 나쁜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나만의 작은 알을 깨고 나왔을 수도 있다.

처음에는 불보살님께 도와달라고 하다가 내 안의 힘과 의지를 깨닫게 되고 어떤 일이 일어나든 나는 이 기도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하는 의지적인 면이 자라나게 된다. ‘도와주세요’ 하고 불보살님께 매달리는 식으로 기도하다가 나중에는 ‘죽는 날까지 열심히 수행하고 선업과 공덕을 쌓겠습니다’ 하는 의지적인 표현으로 기도가 바뀌어갔다. 염불을 타력신앙이라고 하는데 기도를 계속하면서 타력신앙이 자력신앙으로 바뀌어 나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계속 염불을 하다보니 뒤에 든든한 배경이 생긴 듯이 내 안에서 힘이 생기고 포기할 건 빨리 포기하고 받아들일 것은 순순히 받아들이는, 불순물이 빠진 담백한 마음이 느껴졌다. 아마도 영양가 없는 생각의 거품들이 걷어지면서 핵심적인 부분을 좀 더 잘 보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업장소멸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기도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다소 무리하게 지장염불 천일 기도를 드리게 됐다.

처음에는 영인스님의 염불이 좋게 들려서 그 염불을 따라하다가 나에게 맞는 음률을 찾았다. 물론 염불의 핵심은 음률이 아니라 기도드리는 대상인 불보살님께 신심을 갖고 집중하는 것이다. 나중에 보니 중국의 유명한 스님들도 죽을 때까지 염불하라고 하는 등 염불이 매우 중요한 수행인 것을 알게 됐다. 앞으로 4개월 정도 더 기도하면 천일기도가 마무리된다. 만일 기도가 없었다면 지난 2년 넘는 세월을 어떻게 살았을까 하고 생각할 때 아찔해지는 느낌이 있다.

직장 스트레스와 마음 속의 번뇌, 그리고 최근 어머니의 투병 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겠는가. 기도 덕분에 나는 요즘 직장의 인간관계는 큰 걱정이 되지 않는다. 업무와 관련한 일들은 어쩔 수 없지만 인간관계는 내가 노력하는 것에 따라 좋아질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다. 외부의 갈등이 내 마음 속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내가 먼저 마음을 풀고 이해하고자 했다. 이런 노력으로 사람들과는 대체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염불 한 가지만 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각 수행의 묘미를 느껴보고 싶다. ‘천수경’을 이제 거의 외우게 되었는데, 좋은 구절들을 외우며 마음이 기뻐하는 것을 느끼는 것도 좋고, 염불을 하며 참회하고,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생각들이 올라오며 나의 앎이 확장되는 듯한 느낌도 좋다. 또한 그밖에 사경, 다라니, 간화선 같은 수행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죽을 때까지 수행을 멈추지 않으면 언젠가는 이런 수행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비록 늦게 부처님의 길에 입문했지만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통해 세상과 인간 등에 대한 생각들이 김치가 발효되듯 내 안에서 푹 숙성되었기를 바란다. 고단함도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 결국 또 다른 수행의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어쨌든 앞으로는 내 삶이 맑은 바람 불고, 꽃비가 내리듯 청량함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1719호 / 2024년 3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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